데 미겔 향년 30세 소식에 다시 본 그의 기록

얼마 전 테네리페와 안도라의 경기 기록을 다시 보다가, 스코어보다 먼저 헤수스 데 미겔의 이름에서 눈이 멈췄다. 후반 59분 교체로 들어와 78분에는 동료의 슈팅으로 이어진 역습에 관여했다. 평소라면 한 공격수의 출전 흐름으로 읽었을 장면들이다. 그런데 경기 막판 충돌 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고 나니, 같은 기록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데 미겔은 향년 30세였다.
2대 2에서 멈춘 경기의 흐름
라리가 경기 기록에 따르면 11월 2일 열린 스페인 2부리그 12라운드에서 테네리페는 안도라를 상대로 전반에 두 골을 앞섰다. 크리스티안 고미스가 전반 3분 선제골을 넣었고, 엔리크 가예고가 39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데 미겔은 후반 59분 가예고를 대신해 투입됐다. 두 골을 지키면서 공격의 연결도 이어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흐름은 후반 막판 급격히 바뀌었다. 안도라가 83분 페널티킥으로 따라붙었고, 88분에는 스테판 골루보비치의 헤더로 2대 2를 만들었다. 추가시간에 안도라 골키퍼 헤수스 오워노와 데 미겔이 충돌했다. 오워노에게는 퇴장이 선언됐고 경기는 중단됐다. 그래서 기록에 남은 2대 2를 평소의 무승부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날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종료 스코어가 아니라, 한 선수가 쓰러진 뒤 경기가 더 이어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부고를 이해할 때 확인해야 할 사실
테네리페 구단은 충돌 당일 데 미겔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으며 위중하지만 안정된 상태라고 알렸다. 이튿날인 11월 3일에는 그가 오전 8시에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기 중 충돌 이후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정확한 의학적 사인은 당시 공개되지 않았다. 충돌 장면만으로 세부 사인을 단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건강 상태를 끌어와 설명할 일은 아니다.
스페인 경찰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소식 역시 차분히 읽을 필요가 있다. 조사 개시만으로 골키퍼의 고의나 형사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을 규명하는 절차와 선수 개인에게 책임을 단정하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안도라 구단도 데 미겔의 가족과 테네리페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지금 팬이 할 수 있는 일은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 기억하고, 남겨진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테네리페에 남긴 숫자
데 미겔을 그날의 충돌 장면으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테네리페 구단 기록을 보면 그는 2025년 9월, 팀에 합류한 뒤 빠르게 공격의 중심에 섰다. 시즌 초반 6골과 3도움을 기록해 당시 스페인 3부리그의 9월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골만 많은 공격수가 아니었다. 직접 마무리하면서도 동료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이 3도움에 담겨 있다.
스페인축구협회가 2026년 1월 공개한 득점 현황에서는 데 미겔이 10골, 공격 파트너 가예고가 9골이었다. 두 선수의 합계 19골은 당시 테네리페 공격에서 두 선수가 차지한 비중을 보여준다. 승격 과정에서 데 미겔의 골이 왜 자주 언급됐는지도 이 숫자로 짐작할 수 있다. 2부리그로 올라온 뒤 안도라전에서는 선발 대신 교체로 나섰지만, 78분 역습 장면처럼 공을 받아 다음 플레이로 이어 주는 움직임은 여전히 기록에 남아 있다.
숫자 밖으로 이어진 애도
스페인축구협회는 데 미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1월 3일 예정된 국왕컵과 여자 국왕컵 경기를 연기했다. 테네리페 구단은 6일간 공식 애도 기간을 선언하고 11월 7일 홈구장에서 추모 행사를 열겠다고 알렸다. 경기 일정이 멈추고 여러 팀이 함께 애도한 일은 그가 한 구단의 선수이기 전에 축구 공동체의 동료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6골과 3도움, 1월의 10골, 그리고 안도라전의 후반 59분을 다시 읽게 된다. 숫자는 그가 경기장에서 무엇을 해냈는지 전해 주지만, 동료와 가족이 잃은 사람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코어를 외우는 것보다, 테네리페의 공격을 이끌던 데 미겔이라는 선수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