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바꾼 64타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넬리 코르다가 준우승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2026년 결과를 확인했다.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는 이번엔 코르다의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우승 점수인 13언더파만 보면 이야기를 놓친다. 코르다는 3라운드에서 64타를 쳤고, 강풍과 추위로 대회가 54홀로 줄어들면서 그 라운드가 우승을 결정했다.
챔피언만 모인 개막전의 독특한 풍경
이 대회는 최근 두 시즌 LPGA 투어 우승자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시즌 개막전이다. 2026년에는 프로 선수 39명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 모였다. 우승 경험이 출전 조건인 만큼, 낯선 선수가 갑자기 선두권에 올라왔다기보다 이미 트로피를 들어본 선수들이 새 시즌 첫 경기에서 어떤 상태를 보여주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경기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 선수는 원래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치를 예정이었고 컷 탈락은 없다. 같은 코스에서 경기하는 유명인과 아마추어는 별도 순위로 경쟁한다. 이들은 홀마다 점수를 쌓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쓴다. LPGA의 2026년 대회 안내에 따르면 이 방식에서는 파가 2점, 버디가 3점, 이글이 5점이다. 화면에 두 경쟁의 숫자가 함께 나오더라도 프로의 언더파 기록과 유명인 부문의 포인트를 같은 점수처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 대회는 축제 분위기가 강하면서도 프로 선수들의 기록에는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긴 비시즌을 보내고 돌아온 우승자들이 첫 실전에서 얼마나 빠르게 감각을 찾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컷 탈락 걱정 없이 끝까지 치르는 형식이라 첫날 점수가 다소 나빠도 이후 라운드의 회복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르다의 64타가 순위를 바꾼 방식
코르다의 2026년 라운드별 스코어는 68타, 71타, 64타다. 첫날 4언더파로 출발했지만 둘째 날에는 1언더파에 그쳤다. 2라운드까지 합계는 5언더파. 우승을 확신할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그런데 셋째 날 8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를 13언더파, 203타로 낮췄다. LPGA가 기록한 그 주의 최저 라운드 스코어도 바로 이 64타다.
스코어카드의 내용도 강렬하다. 파4 3번 홀에서 샷을 그대로 홀에 넣어 이글을 만들었고, 버디 7개를 더했다. 보기는 1개였다. 버디만 꾸준히 모아 만든 64타와는 리듬이 다르다. 초반의 이글로 큰 폭을 벌린 뒤, 버디를 계속 보태며 선두를 잡았다. 한 라운드에서 8타를 줄였다는 사실이 코르다의 3일간 전체 언더파 기록을 설명하는 셈이다.
최종 순위에서 양희영은 10언더파 206타로 2위, 브룩 헨더슨은 7언더파 209타로 3위였다. 코르다와 양희영의 차이는 3타다. 양희영도 68타, 69타, 69타로 사흘 내내 언더파를 쳤다. 흔들린 선수가 밀려난 경기라기보다, 꾸준히 친 선수를 코르다의 폭발적인 한 라운드가 앞선 경기라고 보는 편이 기록에 가깝다.
마지막 날이 사라진 까닭
2026년 결과에는 꼭 붙여 읽어야 할 조건이 있다. 애초 일정은 4라운드 72홀이었지만 실제 우승은 3라운드 54홀 성적으로 결정됐다. LPGA 발표에 따르면 토요일 강풍 속에서 경기가 중단됐고, 일부 선수는 셋째 라운드를 끝내지 못했다. 일요일에도 추위로 코스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대회 측은 남은 선수들의 3라운드를 마친 뒤 경기를 종료했다.
코르다는 토요일에 64타를 완성한 상태라 일요일에는 공을 치지 않았다. 반면 양희영은 셋째 라운드에서 두 홀을 남겨두고 있었고, 일요일 그 두 홀을 모두 파로 마쳐 69타를 확정했다. LPGA 기록상 최종 격차는 3타지만, 양희영에게는 예정됐던 마지막 18홀에서 추격할 기회가 없었다. 이 차이는 우승 기록을 깎아내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과가 나온 조건을 정확히 읽기 위해 필요한 맥락이다.
그렇다고 코르다의 64타가 날씨 덕에 얻은 숫자라는 뜻도 아니다. 셋째 라운드의 평균 타수는 LPGA 집계 기준 약 73.4타로, 파72보다 높았다. 그날 64타는 평균보다 9타 이상 낮았다. 강풍 속에서 다른 선수들이 타수를 지키기 어려웠던 날, 코르다는 오히려 대회 최저타를 쳤다. 그래서 54홀 축소와 별개로 셋째 날 경기력 자체가 우승의 중심에 남는다.
이전 우승 기록과 함께 보면
2025년에는 김아림이 4라운드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고, 코르다는 18언더파 270타로 2위였다. 2024년 우승자 리디아 고의 기록은 14언더파 274타였다. 숫자만 놓고 2026년 코르다의 13언더파가 이전 우승보다 낮은 성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코르다는 올해 54홀, 앞선 두 우승자는 72홀을 쳤다. 서로 다른 홀 수의 누적 언더파를 그대로 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흥미로운 비교는 코르다 개인에게 있다. 2025년에는 마지막 날 65타를 치고도 김아림에게 2타 뒤졌다. 2026년에는 셋째 날 64타로 선두에 오른 뒤, 경기 축소로 그 자리가 최종 순위가 됐다. 두 해 모두 낮은 타수의 라운드가 있었지만 그 라운드가 놓인 시점과 상대의 성적이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양희영의 준우승도 새 시즌의 단서다.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치며 큰 흔들림 없이 따라붙었다. 물론 개막전 한 경기로 이후 시즌 성적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기억할 때는 코르다의 64타와 양희영의 꾸준함, 그리고 사라진 마지막 18홀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스코어카드의 숫자는 같아도, 그 숫자에 이른 하루의 흐름은 꽤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