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 마라톤 기록을 다시 봤더니 18초보다 큰 이야기가 있었다

마라톤 기록을 볼 때면 저는 완주 시간보다 먼저 평균 페이스를 계산해 봅니다. 샤이니 민호가 2026년 11월 1일 JTBC 서울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 42.195㎞를 달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랬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표시된 시간은 3시간 00분 18초. 세 시간의 벽을 단 18초 차이로 넘겼다는 숫자에 눈길이 갔지만, 며칠 뒤에는 그 시간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민호 마라톤을 볼 때는 완주한 거리와 당시 표시된 시간, 그리고 현재의 공식 기록 상태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42.195㎞를 달린 3시간 18초의 페이스
3시간 00분 18초를 거리로 나누면 1㎞당 평균 약 4분 16초입니다. 이 속도를 감각적으로 바꾸면 5㎞마다 약 21분 22초, 10㎞마다 약 42분 44초를 달리는 셈입니다. 물론 실제 레이스의 구간별 시간이 모두 같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록 전체를 고르게 나눠 봤을 때의 수치죠. 첫 풀코스에서 이런 평균 페이스로 결승선까지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달리기에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들였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너들이 말하는 ‘서브3’는 풀코스를 3시간 미만에 완주하는 일입니다. 정확히 3시간을 채워도 서브3는 아니니, 민호가 결승선에서 확인한 3시간 00분 18초는 아쉽지만 그 문턱 밖에 있습니다. 18초를 42.195㎞로 나누면 1㎞당 약 0.43초 차이입니다. 숫자만 보면 아주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풀코스 후반에는 평소보다 몇 초 느려진 1㎞를 다시 만회하기가 쉽지 않죠. 마라톤의 세 시간은 시계에서 한 번에 잃는 시간이 아니라, 긴 거리에서 조금씩 쌓이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영상 속 손길이 기록의 의미를 바꿨다
완주 뒤에는 함께 달리던 주자가 민호의 등을 미는 듯한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졌습니다. 이를 두고 단순한 접촉이었는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 행위였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영상의 일부만으로 접촉의 힘이나 실제로 기록에 미친 영향을 초 단위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그 손길 때문에 18초가 달라졌다’고 단정하는 것도 근거가 부족합니다.
다만 마라톤에서 기록은 시계 숫자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같은 코스를 달린 참가자들이 같은 조건에서 비교받을 수 있어야 그 숫자를 공식 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동행하며 속도를 맞춰 주는 일과 몸을 밀어 전진을 돕는 일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죠. 이 구분이 민감한 까닭은 유명인의 기록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세 시간 벽을 목표로 수개월씩 훈련한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기록을 인정하는 기준은 중요합니다.
11월 4일 대회 운영사 러너블은 민호 측의 기록 포기 의사를 받아들여 해당 시간을 공식 기록으로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3시간 00분 18초는 당시 결승선 통과 때 알려진 시간으로 설명하는 게 정확합니다. 현재 인정되는 공식 완주 기록처럼 적거나, 주최 측이 규정 위반을 확정해 실격 처리했다고 쓰면 확인된 사실보다 한발 더 나가는 표현이 됩니다.
첫 풀코스에서 읽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첫 풀코스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0㎞를 빠르게 달리는 능력과 42.195㎞를 끝까지 버티는 능력은 겹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출발을 조금만 빠르게 해도 뒤로 갈수록 근육의 부담이 커지고, 급수와 에너지 보충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후반 흐름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평균 4분 16초라는 수치만으로 민호가 어느 구간에서 속도를 올렸고 어디에서 힘들었는지까지 그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레이스에서 더 보고 싶은 자료는 5㎞별 통과 시간과 전반·후반 기록입니다. 전반을 후반보다 빠르게 달렸다면 초반 속도를 지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고, 후반이 비슷하거나 더 빨랐다면 체력 배분이 좋았다고 볼 근거가 생깁니다. 지금 알려진 전체 시간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 빈칸을 상상으로 채우기보다, 확인 가능한 숫자의 범위를 지키는 편이 기록을 좋아하는 팬다운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레이스에서 확인할 숫자
민호가 다시 풀코스에 선다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세 시간의 벽으로 향할 겁니다. 다만 다음 기록을 볼 때는 결승 시간 하나보다 구간별 페이스와 공식 인정 여부를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난번 표시 시간과 단순히 몇 초 차이가 났는지만 비교하면 달린 과정과 기록의 조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번 레이스에는 분명 42.195㎞를 달려 결승선에 도착한 장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3시간 00분 18초를 공식 성적으로 남기지 않기로 한 결정도 있습니다. 저는 그 두 사실을 함께 기억하려 합니다. 첫 풀코스를 끝낸 경험이 다음 출발선에서 어떤 페이스로 이어질지, 그때는 숫자 뒤의 흐름까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