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7일 KT 삼성 1회에 흐름이 뒤집혔다

경기를 다시 떠올려 보니 10대5라는 최종 점수보다 1회가 먼저 생각난다. 2026년 11월 0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KT가 홈런으로 앞서고도, 공수 교대 한 번 뒤 전혀 다른 경기가 됐다. 삼성이 1회말에만 6점을 뽑았다. 그렇다고 그 뒤가 편안했던 승리는 아니다. KT가 5회에 다시 압박했고, 삼성은 그 압박을 끊자마자 점수를 보탰다. 숫자를 순서대로 놓으면 10대5 안에 들어 있는 굴곡이 보인다.
선제 홈런 뒤 찾아온 긴 1회말
KT의 출발은 좋았다. 1회초 장진혁이 솔로 홈런으로 먼저 점수를 냈다. 원정팀이 한국시리즈 4차전 첫 이닝에 선취점을 가져온 셈이다. 그런데 삼성의 1회말은 길었다. 김지찬의 안타와 박승규의 희생번트, 구자욱의 볼넷으로 기회를 만든 뒤 디아즈의 적시타가 1대1을 만들었다. 김영웅의 적시타로 앞서갔고, 류지혁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까지 이어졌다.
가장 크게 점수 차가 벌어진 장면은 김도환의 3타점 2루타였다. KT 우익수 안현민이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사이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았다. 공식 기록은 2루타였지만, 수비 판단이 결과에 영향을 준 장면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선발 로건 앨런은 1이닝 동안 안타 5개, 볼넷 3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6실점했다. 안타만으로 무너진 이닝이 아니었다. 삼성이 출루를 이어가고 KT가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하면서, 1대0 리드가 순식간에 1대6 열세로 바뀌었다.
7대4까지 좁힌 KT가 놓친 한 타석
삼성은 3회 박승규의 적시타로 7대1을 만들었다. 이때만 해도 흐름이 일찍 굳는 듯했다. 하지만 KT는 5회초 삼성 선발 장찬희가 내려간 뒤 반격했다. 장찬희는 4이닝 2피안타 2볼넷 1실점, 투구 수 63개로 자기 몫을 했다. 이어 올라온 미야모리 사토시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주자를 쌓으면서 KT가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장진혁의 진루타로 한 점, 힐리어드와 김현수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두 점이 더 들어왔다. 스코어는 7대4. 1회에 6점을 내준 KT가 다시 한 번 긴 이닝을 만들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삼성의 투수 교체 뒤 김상수가 삼진, 허경민이 뜬공으로 물러났다. KT는 5회에 3점을 얻었지만 만루 기회를 더 이어가지 못했다. 득점 자체보다 남겨 둔 주자와 다음 공격이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도 5회말 바로 답했다. 이재현의 볼넷과 강민호의 희생번트, 김지찬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에서 박승규가 2타점 2루타를 쳤다. 7대4가 9대4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반 이닝이었다. KT의 추격이 점수판에 남긴 압박을 삼성이 곧장 덜어낸 순간이었다.
박승규의 3타점과 출루가 만든 차이
이 경기 삼성 타선에서 박승규는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3회의 적시타와 5회의 2타점 2루타가 모두 필요할 때 나왔다. 1회에는 희생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한 선수의 활약이 같은 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점수에 닿은 셈이다. 삼성은 7회에도 박승규의 안타 뒤 구자욱의 2루타로 한 점을 더했다.
안타 못지않게 볼넷도 눈에 띈다. 김지찬은 안타 1개와 볼넷 3개로 네 차례 출루했고, 이재현은 볼넷을 4개 골랐다. 1회와 5회 삼성의 득점 과정에는 이렇게 주자가 쌓이는 장면이 있었다. KT 투수진이 로건의 조기 강판 뒤 여러 투수를 투입해야 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삼성의 끈질긴 출루가 경기 운영에도 부담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홈런 두 개로도 넘지 못한 간격
KT는 8회 김민혁의 솔로 홈런으로 마지막 한 점을 보탰다. 장진혁과 김민혁은 나란히 데뷔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기록했다. 둘 다 선명한 장면을 남겼지만 두 홈런으로 얻은 점수는 합계 2점이었다. 반면 삼성은 1회에 6점, KT가 5회 쫓아온 직후 다시 2점을 냈다. 득점이 나온 시점과 그 앞에 쌓인 주자 수가 승부를 갈랐다.
KBO 경기 기록에 따르면 승리투수는 삼성 이재희, 패전투수는 KT 로건이다. 이재희는 5회의 위기를 넘긴 뒤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1회 대량 득점이 승리의 바탕이었다면, 내 눈에는 5회 7대4에서 추가 실점을 막고 곧바로 9대4로 달아난 장면이 그 바탕을 지켜낸 승부처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