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스의 완장을 손흥민이 이어받았던 순간, LAFC에서 다시 보니 더 흥미롭다

얼마 전 LAFC 명단을 보다가 괜히 한 장면에 오래 멈췄습니다. 골문에는 위고 요리스, 전방에는 손흥민. 토트넘에서 한 시대를 같이 통과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검정과 금색 유니폼을 입고 같은 라커룸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꽤 묘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완장’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이야기가 더 선명해집니다. 요리스가 오래 차고 있던 토트넘 주장 완장을 손흥민이 이어받았고, 이제 둘은 LAFC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리스의 완장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다
요리스는 토트넘에서 2015-1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골키퍼 주장은 팀 전체를 뒤에서 보는 위치라서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라인을 올릴지, 수비 간격이 벌어졌는지, 압박 타이밍이 늦었는지 가장 먼저 읽는 쪽에 가깝죠. 그래서 요리스의 리더십은 말보다 위치 선정, 손짓, 경기 흐름 제어에 가까웠습니다.
숫자로 봐도 요리스의 존재감은 분명합니다. 토트넘 시절 프랑스 대표팀 주장, 월드컵 우승 골키퍼라는 이력은 라커룸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LAFC로 옮긴 뒤에도 2024년 MLS 정규리그 3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고, 2,970분을 뛰었습니다. 12번의 클린시트는 리그 상위권 기록이자 구단 기록 흐름과도 연결됐습니다. 549분 무실점 구간을 만들었다는 건 단순히 선방 몇 개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수비 라인 전체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였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손흥민이 이어받은 완장의 무게
손흥민은 2023년 8월 토트넘 주장으로 공식 선임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완장이 바로 요리스의 다음 순서였다는 점입니다. 손흥민은 골키퍼형 리더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입니다. 전방에서 뛰고, 압박을 시작하고, 득점 기회를 직접 만들며 팀의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경기장 안에서 가장 먼저 얼굴이 잡히는 선수이기도 하죠.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뛴 시간은 단순한 인기의 연장이 아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 23골,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 그리고 2025년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개인 기록과 팀 성취가 같이 쌓인 선수였기 때문에 동료들이 받아들이는 리더십의 설득력이 컸습니다. 토트넘 공식 발표에서도 손흥민이 라커룸 안에서 여러 그룹을 잇는 선수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주장 완장은 크게 말하는 선수보다 많은 선수가 자연스럽게 따르는 선수에게 더 잘 맞을 때가 있습니다.
LAFC에서 달라진 손흥민의 리더 역할
LAFC에 온 손흥민은 곧바로 팀의 공격 구조에 영향을 줬습니다. LAFC 선수 프로필 기준으로 손흥민은 2025년 8월 9일 시카고전에서 MLS 데뷔전을 치렀고, 8월 16일 뉴잉글랜드전에서 첫 도움, 8월 23일 댈러스전에서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늦게 합류했는데도 2025년 LAFC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13경기 12골 4도움. 골 관여가 68.9분당 1개였다는 건 적응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입니다.
근데 더 재미있는 건 손흥민 혼자만 반짝인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손흥민 합류 후 LAFC는 플레이오프 포함 9승 2패 4무를 기록했고,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는 그 기간 합산 25골 8도움을 만들었습니다. 두 선수가 18골을 연속으로 책임진 구간도 있었습니다. 공격수의 리더십은 이런 순간에 드러납니다. 말로 팀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상대 수비가 의식해야 할 축을 하나 더 만들어 동료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입니다.
요리스와 손흥민, 같은 완장 다른 언어
둘의 관계를 오래 본 팬이라면 2020년 에버턴전 충돌 장면도 기억할 겁니다. 요리스가 손흥민에게 수비 가담을 강하게 요구했던 장면이 다큐멘터리로 공개됐고, 당시에는 꽤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장면은 불화보다 기준의 충돌에 가까웠습니다. 요리스는 팀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을 참지 않았고, 손흥민은 공격수이면서도 결국 그런 기준을 흡수해 주장까지 올라갔습니다.
- 요리스: 후방에서 간격과 위험을 통제하는 리더
- 손흥민: 전방에서 속도와 득점 흐름을 바꾸는 리더
- 공통점: 커리어의 무게로 동료를 설득하는 선수
LAFC에서 이 조합이 흥미로운 이유는 둘이 같은 역할을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요리스는 여전히 수비와 경기 안정감을 책임지는 축이고, 손흥민은 공격 템포와 결정력의 기준점입니다. 완장을 누가 차느냐보다 중요한 건 팀이 위기일 때 누구의 리듬을 따라가느냐입니다. LAFC는 지금 그 답을 두 명에게서 동시에 얻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보면 더 선명한 재회
스포츠에서 ‘재회’라는 말은 감성적으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요리스와 손흥민의 LAFC 재회는 기록을 붙여도 꽤 단단합니다. 요리스는 MLS 첫 시즌부터 12클린시트와 올스타급 활약으로 뒷문을 세웠고, 손흥민은 합류 직후 13경기 16공격포인트로 공격의 문법을 바꿨습니다. 한 명은 실점을 줄이고, 한 명은 득점 기대를 올립니다. 축구에서 이보다 명확한 역할 분담은 흔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손흥민이 LAFC에서 ‘요리스의 후계자’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토트넘에서 완장을 이어받았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서로 다른 챕터를 가진 베테랑 둘이 한 팀의 중심을 나눠 든 느낌에 가깝습니다. 요리스의 완장은 손흥민에게 넘어갔지만, LAFC에서는 그 완장이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경험의 연결고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 조합은 단순한 스타 영입보다 더 오래 지켜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