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해설의 두산 26시즌 6위 예상, 순위표를 다시 보니 꽤 날카로웠다

순위 예측 하나가 오래 남는 이유
얼마 전 2026 KBO 순위표를 다시 보다가, 시즌 전 야구팬들 사이에서 꽤 뜨거웠던 말이 떠올랐다. 바로 이순철 해설 두산 26시즌 6위 예상이다. 사실 두산이라는 이름값만 놓고 보면 6위는 낮게 들린다. 잠실, 포스트시즌, 탄탄한 야수진, 버티는 야구 같은 이미지가 워낙 오래 쌓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숫자를 한 꺼풀 벗겨 보면 그 예상이 단순한 박한 평가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산은 2025시즌을 61승 6무 77패, 승률 0.442, 최종 9위로 끝냈다. 이 정도면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넘기기 어렵다. 144경기 긴 시즌에서 5할 승률과 8경기 가까이 벌어졌다는 건 전력의 특정 구간이 반복적으로 흔들렸다는 뜻이다. 감독 교체, 불펜 불안, 젊은 선수 기용, 베테랑 의존도까지 한꺼번에 얽혔다. 그래서 시즌 전 6위 예상은 두산을 무시했다기보다, 회복 속도에 의문을 둔 쪽에 가까웠다.
6위 예상의 출발점은 이름값이 아니라 바닥값이었다
순위 예측을 볼 때 팬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게 있다. 예측은 최고점이 아니라 평균값을 보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두산의 최고점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양의지 같은 중심축이 있고, 곽빈이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돌면 토종 에이스 카드도 있다. 정수빈의 수비와 주루, 양석환의 장타력, 김민석과 안재석 같은 젊은 자원까지 조합하면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순철 해설위원이 6위권으로 본 맥락은 아마도 저점 관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2025년 두산은 한 번 밀리면 연패가 길어지는 구간이 있었다. 9월에도 7연패 뒤 끝내기 승리로 숨을 돌린 장면이 나왔다. 강팀은 못 치는 날에도 3대2, 4대3으로 버티는데, 하위권 팀은 그 경기를 놓치며 일주일 흐름을 잃는다. 두산의 문제는 한 경기 전력보다 시즌 흐름을 복원하는 능력이었다.
- 2025시즌 최종 성적: 61승 6무 77패, 승률 0.442
- 2025시즌 최종 순위: 9위
- 2026시즌 초중반 흐름: 5할 이상 승률 회복, 4~5위권 경쟁
- 관전 포인트: 선발 안정감, 불펜 누수, 젊은 야수 성장 속도
실제로 2026년 두산은 예측보다 조금 더 버텼다
근데 야구가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다. 시즌이 열리고 나니 두산은 완전히 무너지는 팀은 아니었다. 7월 초 기준으로 43승 2무 41패를 기록하며 5위권에 있었고, 이후 포털 기록 집계에서는 49승 3무 44패, 승률 0.527 수준으로 4위권까지 올라선 흐름도 확인됐다. 2025년 9위 팀이 다음 해 5할을 넘겼다면, 그 자체로는 꽤 분명한 반등이다.
특히 평균자책이 3점대 후반으로 관리됐다는 점은 중요하다. 타율 0.270 안팎의 팀이 리그를 압도하는 공격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운드가 3.8점대에서 버티면 매 경기 계산이 선다. 야구에서 순위표를 끌어올리는 건 화려한 10득점 경기보다, 4실점 이내로 버티는 날의 반복이다. 두산이 2026년에 중위권 이상에서 움직인 이유도 결국 이 부분이었다.
곽빈, 박준순, 안재석이 만든 다른 표정
선수별로 보면 이야기가 더 선명해진다. 곽빈은 2025년 막판 SSG전에서 5이닝 무실점, 11탈삼진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만들었다. 이런 장면은 다음 시즌 전망을 바꾸는 단서가 된다. 단순히 한 경기 잘 던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이 통한다는 확신, 로테이션의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같이 따라온다.
야수 쪽에서는 박준순과 안재석의 이름이 자주 보였다. 안재석은 2026시즌 60경기 기준 타율 0.262, 6홈런, 34타점 기록이 잡혔다. 완성형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내야에서 이 정도 타격 생산을 올리면 라인업 운용이 훨씬 편해진다. 박준순도 부상자 명단을 오가면서도 1군 경험을 계속 쌓았다. 사실 두산이 다시 강해지려면 베테랑이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젊은 선수들이 6번, 7번, 8번 타순에서 점수를 이어줘야 한다.
그래도 6위 전망이 틀렸다고만 말하긴 어렵다
솔직히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이순철 해설의 6위 예상은 다소 보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은 적어도 2025년처럼 하위권에 고정된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예측이 빗나갔다고 단순하게 웃어넘기기도 어렵다. 4위와 6위의 차이는 생각보다 얇다. 특히 KBO 중위권은 일주일이면 표정이 바뀐다. 선발 한 명이 빠지고, 필승조가 3경기 연속 흔들리고, 중심타선이 득점권에서 식으면 순위는 금방 내려앉는다.
그래서 나는 이 예상의 가치를 순위 숫자보다 질문에서 찾고 싶다. 두산은 2026년에 정말 5강 전력으로 돌아왔는가. 아니면 2025년의 바닥에서 반등한 중위권 팀인가. 이 둘은 비슷해 보여도 다르다. 전자는 가을야구에서 시리즈를 흔들 수 있는 팀이고, 후자는 긴 시즌을 잘 버틴 팀이다. 두산이 팬들을 더 설레게 하려면 남은 구간에서 후자에서 전자로 넘어가는 증거가 필요하다.
두산의 2026년은 아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순철 해설 두산 26시즌 6위 예상은 꽤 좋은 논쟁거리였다고 본다. 팬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기록을 보는 입장에서는 팀의 약점을 정확히 꺼내게 만드는 숫자였다. 2025년 9위, 2026년 5할 이상 회복, 젊은 야수들의 등장, 마운드의 3점대 후반 관리. 이 흐름을 같이 놓고 보면 두산은 이미 어느 정도 반박을 해냈다.
다만 진짜 평가는 시즌 막판에 더 냉정해진다. 중위권에서 버티는 팀은 많지만, 9월 이후에도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하위타선이 동시에 버티는 팀은 많지 않다. 두산이 6위 예상표를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로 만들려면, 이제 필요한 건 한 번의 연승보다 흔들린 다음 날 바로 이기는 힘이다. 강팀의 냄새는 화려한 경기보다 그런 날에 더 짙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