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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준영이 둘이라 더 재밌어진 마운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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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준영이 둘이라 더 재밌어진 마운드 이야기

요즘 한화 경기를 챙겨보다 보면 박준영이라는 이름이 한 번만 들리지 않는 게 꽤 흥미롭다. 처음엔 같은 선수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기록지를 열어보면 전혀 다른 궤적을 가진 두 투수가 같은 이름으로 한화 마운드에 서 있다.

한 명은 2022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들어온 2003년생 우완 정통파 박준영이고, 다른 한 명은 2026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진짜 드라마를 쓴 2002년생 사이드암 박준영이다. 팬들이 등번호나 투구폼으로 구분해서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이름은 같지만, 숫자가 말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같은 이름, 다른 출발선

먼저 2003년생 박준영은 세광고 출신으로 한화가 2022년 2차 1라운드 1순위에 지명한 투수다. 키 190cm, 체중 103kg의 체격부터 선발형 우완 투수의 기대감을 주는 유형이다. 고졸 상위 지명 투수에게 따라붙는 말은 늘 비슷하다. 빠른 성장, 구위, 미래의 로테이션. 그런데 실제 프로 기록은 그렇게 직선으로만 가지 않는다.

2026시즌 기준으로 이 박준영은 20경기, 23과 3분의 2이닝, 평균자책점 4.94, 22탈삼진, 21볼넷, WHIP 1.77을 기록했다. 탈삼진 능력은 분명 보인다. 9이닝당 탈삼진이 8개대라면 타자를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볼넷이다. 21볼넷은 23과 3분의 2이닝이라는 표본 안에서 꽤 큰 숫자다.

근데 이런 투수는 단순히 평균자책점만 보고 판단하면 아쉽다. 공의 힘이 있으니 삼진은 잡는데, 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고 주자를 쌓으면서 이닝 효율이 떨어지는 유형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완성품이라기보다 아직 조립 중인 큰 재료에 가깝다.

육성선수 박준영이 만든 5이닝의 사건

반면 2002년생 박준영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훨씬 극적이다. 충암고와 청운대를 거쳤고,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육성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26년 5월 10일 대전 LG전에서 선발로 나와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한화가 9-3으로 이겼고, 그는 KBO리그에서 육성선수 출신 최초로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이 기록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가 LG였고, 데뷔전이라는 긴장감이 있었고,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점이 같이 붙는다. 79구를 던지며 버텼다는 건 첫 등판치고 경기 운영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 데뷔전 선발은 구위보다 호흡이 먼저 흔들리기 쉽다. 볼 하나 빠지고, 수비 하나 늦어지고, 관중 소리 커지면 투구 템포가 순식간에 흐트러진다. 그런데 박준영은 그 흐름을 버텼다.

퓨처스리그 기록도 그냥 배경음이 아니었다. 1군 콜업 전 7경기 28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라는 성적을 찍고 올라왔다. 이 정도면 깜짝 카드라기보다 준비된 대체 카드였다고 보는 쪽이 맞다.

숫자로 보면 장점과 숙제가 선명하다

두 박준영을 같이 놓고 보면 한화 마운드가 왜 흥미로운지 보인다. 2003년생 우완 박준영은 신체 조건과 지명 순번이 말해주는 기대치가 있다. 탈삼진도 잡는다. 하지만 볼넷 비율을 줄이지 못하면 필승조든 선발 후보든 역할 확장이 쉽지 않다.

2002년생 사이드암 박준영은 반대로 출발선이 낮았다. 대신 1군 첫 경기에서 결과를 먼저 만들었다. 사이드암의 긴 스트라이드, 투심과 슬라이더 계열의 궤적, 그리고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는 각이 살아나면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까다롭다. 최고 구속보다 공이 보이는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가 더 큰 무기가 되는 타입이다.

  • 2003년생 박준영: 2022년 상위 지명, 우완 정통파, 큰 체격과 탈삼진 잠재력
  • 2026시즌 기록: 20경기 23과 3분의 2이닝, 평균자책점 4.94, 22탈삼진, 21볼넷
  • 2002년생 박준영: 육성선수 입단, 우완 사이드암, 2026년 5월 10일 LG전 데뷔 선발승
  • 데뷔전 내용: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솔직히 숫자만 보면 둘 다 아직 완성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한화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150이닝을 먹는 투수 하나만이 아니다. 긴 시즌에서 5선발, 롱릴리프, 추격조, 대체 선발을 오가는 투수층이 두꺼워져야 팀이 버틴다. 그런 의미에서 박준영이라는 이름이 두 번 등장하는 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마운드 뎁스의 가능성으로 읽힌다.

한화 팬이 더 유심히 볼 포인트

앞으로 봐야 할 건 승수보다 등판 내용이다. 특히 우완 정통파 박준영은 볼넷이 줄어드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9이닝당 볼넷이 높으면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벤치가 편하게 맡기기 어렵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투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 주자 있을 때 투구 밸런스가 다음 단계의 지표가 된다.

사이드암 박준영은 상대 타선이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도 통하는지가 관건이다. 데뷔전은 낯섦이 무기일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에서는 타자들이 궤적을 머리에 넣고 들어온다. 그때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같은 속도 차 구종이 살아야 선발 후보로 남을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이 당장 선발 고정이 아니라 롱릴리프 활용을 언급한 흐름도 그래서 이해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명을 경쟁 구도로만 보는 건 조금 아깝다. 한 명은 높은 기대를 안고 천천히 제구를 다듬는 투수이고, 다른 한 명은 낮은 문을 통과해 첫 경기에서 기록을 만든 투수다. 한화 마운드에는 이런 서로 다른 서사가 같이 필요하다. 시즌은 결국 이름값보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사람이 살아남는 곳이고, 박준영이라는 이름이 그 경쟁 안에서 두 갈래로 자라고 있다는 점이 지금 한화 야구의 꽤 재밌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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