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2군행까지 번진 주루 사인 논란, 그 장면을 다시 봤더니

얼마 전 한화 경기를 보다가 9회말 한 장면에서 리모컨을 내려놓게 됐다. 8-8 동점, 1사 2,3루, 홈 한 번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야구가 참 잔인한 게, 5시간 넘게 쌓아 올린 경기 흐름이 주루 판단 하나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뀌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는 하주석이었다. 2026년 5월 8일 대전 LG전에서 대주자로 들어간 그는 9회말 3루에 있었다. 이원석의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짧게 떴고, LG 우익수 홍창기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여기서 하주석은 태그업을 준비하며 베이스에 붙어 있지 않았다. 안타 가능성을 보고 리드를 크게 가져간 쪽에 가까웠고, 타구가 잡히자 다시 3루로 돌아왔다. 끝내기 득점 기회는 사라졌고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하주석 2군행이 더 크게 보인 이유
다음 날 한화는 하주석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박정현을 등록했다. 구단 쪽 설명으로는 부상 때문은 아니었다. 이 대목 때문에 팬들의 해석은 자연스럽게 전날 주루 플레이로 향했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그 장면을 길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아쉬움을 말했다. 야구에서 감독의 말은 때로 숫자보다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많은 여지를 남긴다.
기록만 놓고 보면 하주석의 시즌 초반 성적은 완전히 무너진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27경기에서 타율 0.256, 78타수 20안타, 6타점. 냉정하게 말하면 폭발적이지도 않았지만, 바로 엔트리 말소를 떠올릴 만큼 바닥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2군행은 단순 타격 부진보다는 경기 운영, 집중력, 역할 수행이라는 쪽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주루 사인보다 상황 판단이었다
팬들이 가장 많이 갈린 지점은 ‘사인이 있었느냐’였다. 3루 코치가 어떤 지시를 냈는지, 하주석이 타구 판단을 어떻게 했는지, 중계 화면만으로 모든 걸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명확한 건 있다. 9회말 1사 2,3루에서 외야 플라이가 나왔을 때 3루 주자의 첫 임무는 홈 승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물론 타구가 얕았다. 홍창기의 수비도 좋았다. 무작정 홈으로 뛰었다면 아웃 가능성이 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논란은 ‘뛰지 않았다’보다 ‘준비 자세가 애매했다’는 데서 커졌다. 베이스에 붙어 태그업을 준비했다가 포구 순간 승부를 볼 것인지, 안타를 확신하고 리드를 크게 가져갈 것인지 선택이 선명해야 했다. 그 사이에 머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팬들의 답답함이 폭발했다.
그 장면의 기대값은 생각보다 컸다
1사 2,3루는 야구에서 득점 기대값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특히 홈 팀 9회말 동점이면 단 1점으로 경기가 끝난다. 안타가 아니어도 희생플라이, 폭투, 내야 땅볼, 실책까지 모든 변수가 끝내기와 연결된다. 그래서 3루 주자의 판단은 타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제로 한화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연장 11회초 결승점을 내주며 8-9로 졌다.
이 패배가 더 아팠던 건 경기 시간이 5시간 6분에 달했다는 점이다. 선수단 체력도 소모됐고, 불펜도 길게 움직였다. 이런 경기에서 9회말 끝낼 수 있는 찬스가 사라지면 단순한 1패 이상의 피로가 남는다. 그래서 하주석 2군행은 한 선수에 대한 조치인 동시에, 팀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읽혔다.
하주석의 커리어 흐름을 같이 봐야 한다
하주석은 이미 굴곡이 많은 선수다. 유격수로 기대를 받았고, 장타력과 운동능력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부상, 징계, 부진, 포지션 경쟁이 겹치며 커리어의 방향이 여러 번 흔들렸다. 2023년에도 타율 0.114 부진과 수비 실책 이후 2군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문제는 실수 하나가 아니라, 그 실수를 버텨낼 만한 경기력이 충분히 쌓여 있느냐였다.
반대로 2025년에는 다른 그림도 있었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1군 복귀 뒤에는 유격수뿐 아니라 2루수로도 활용 폭을 넓혔다. 12년 만의 2루수 출전이라는 장면까지 만들었다. 그러니까 하주석을 단지 ‘실수한 선수’로만 보면 이야기가 너무 얇아진다. 이 선수는 계속 밀려났다가도 다시 올라온 이력이 있고, 그래서 이번 2군행도 끝이 아니라 또 한 번의 분기점에 가깝다.
- 2026년 5월 8일 LG전: 9회말 1사 2,3루 주루 판단 논란
- 2026년 5월 9일: 1군 엔트리 제외, 박정현 등록
- 당시 시즌 성적: 27경기 타율 0.256, 20안타, 6타점
- 경기 결과: 한화 8-9 패, 연장 11회 승부
벤치가 원한 건 화려함보다 확실함이었을 가능성
베테랑에게 기대하는 건 꼭 홈런이나 멋진 수비만이 아니다. 특히 대주자로 들어간 선수에게는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고, 벤치의 의도를 그라운드에서 실행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하주석은 이름값으로 보면 공격과 수비 모두 가능한 선수지만, 그날 맡은 역할은 훨씬 좁았다. 3루에서 홈을 노리는 것. 그 하나였다.
근데 야구에서 좁은 역할일수록 실패가 더 크게 보인다. 대타는 한 타석, 대주자는 한 베이스, 대수비는 한 타구로 평가받는다. 주전으로 4타석을 받는 선수보다 변명의 폭이 작다. 하주석의 2군행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벤치는 선수를 버린 게 아니라, 지금 1군에서 요구하는 정확도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다. 끝내기 찬스였고, 상대는 순위 싸움에서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는 LG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장면이 하주석 커리어 전체를 닫아버릴 정도의 사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중요한 건 다음이다. 2군에서 타격감만 끌어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다시 선명하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야구는 숫자로 남지만, 숫자 사이에는 늘 표정이 있다. 하주석의 이번 2군행도 타율 0.256이라는 기록표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9회말 3루에서의 망설임, 벤치의 침묵, 팬들의 답답함, 그리고 다시 기회를 받아야 하는 선수의 숙제가 한꺼번에 겹친 장면이었다. 하주석이 다시 올라온다면 팬들이 보고 싶은 건 거창한 반전보다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 단단함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