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하라가 옌시 킨델란을 골랐을 때 보인 흥국생명의 진짜 계산

얼마 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를 다시 보다가 흥국생명 지명 순서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이 전체 3순위로 옌시 킨델란을 선택한 장면은 단순히 새 외국인 선수를 뽑은 일이 아니라, 흥국생명이 다음 시즌 공격 구조를 어떻게 바꾸려는지 보여준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킨델란은 쿠바 출신, 신장 188cm의 공격 자원으로 소개됐습니다.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가 기본이고, 미들블로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결국 득점인데, 요시하라 감독은 단순한 높이보다 활용 폭과 성장 가능성을 같이 본 셈입니다.
3순위 지명, 안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2026-2027 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은 전체 3순위로 킨델란을 지명했습니다. 1순위급으로 거론되던 검증형 카드가 있었고, V-리그 경험이 있거나 유럽 무대에서 더 많이 알려진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쿠바 출신의 젊은 공격수를 골랐습니다.
사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3순위는 애매하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자리입니다. 완전히 원하는 선수를 먼저 고를 수 있는 순번은 아니지만, 팀 컬러에 맞는 선수를 선별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남은 선수 중 가장 무난한 카드를 집은 느낌보다는, 요시하라 감독이 새 시즌에 원하는 배구를 기준으로 맞춘 지명에 가깝게 보입니다.
- 흥국생명 지명 순번: 전체 3순위
- 선수: 옌시 킨델란
- 국적: 쿠바
- 신장: 국내 보도 기준 188cm
- 주 포지션: 아포짓 스파이커
- 추가 활용: 미들블로커 겸임 가능
숫자로 보면 보이는 장점
킨델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공격 효율입니다. 팬 커뮤니티와 트라이아웃 관련 기록으로 공유된 루마니아 리그 자료를 보면, 킨델란은 24경기 81세트에서 345득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트당 득점은 4.26점입니다. 외국인 아포짓 후보군에서 이 정도면 적어도 공격 비중을 감당해본 선수라는 뜻입니다.
공격 시도 690회 중 성공 299회, 범실 57회, 피블로킹 65회라는 수치도 눈에 들어옵니다. 공격 성공률은 43.3%, 공격 효율은 25%대 중반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리그 수준, 상대 블로킹, 팀 내 세터 퀄리티까지 다르기 때문에 이 숫자를 V-리그로 그대로 옮겨오면 곤란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읽힙니다. 킨델란은 단순히 높이만 있는 선수가 아니라, 일정한 볼륨의 공격을 실제 경기에서 처리해본 선수입니다.
득점보다 더 봐야 할 건 범실과 피블로킹
V-리그에서 외국인 아포짓은 많이 때립니다. 많이 때리면 당연히 득점도 늘지만 범실과 피블로킹도 같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킨델란의 적응을 볼 때는 20득점 경기보다 공격 효율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5득점을 해도 범실과 차단이 많으면 팀 흐름은 끊깁니다. 반대로 18득점이라도 어려운 볼을 버텨주고, 하이볼 상황에서 실점을 줄이면 세터와 국내 공격수들이 훨씬 편해집니다.
요시하라 감독이 기대한다고 밝힌 부분도 강한 공격력과 성장 가능성이었습니다. 이 말은 당장 완성형 해결사라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힘은 있는데 다듬을 여지가 있고, 팀 전술 안에서 장점을 키울 수 있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아포짓과 미들블로커 겸임이 주는 전술적 의미
킨델란의 흥미로운 점은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모두 언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팀이나 이전 리그에서의 역할을 보면 중앙 자원으로도 활용된 이력이 있습니다.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미들블로커로 고정 기용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이런 경력은 블로킹 감각과 네트 앞 움직임을 평가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흥국생명은 공격 한 방만큼이나 랠리 중 전환 속도가 중요한 팀입니다. 킨델란이 라이트에서 블로킹 위치를 잘 잡고, 반격 상황에서 빠르게 공격 준비를 해준다면 단순한 득점원 이상이 됩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중앙과 오른쪽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고, 국내 레프트 공격수에게 걸리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 좋은 시나리오: 라이트 공격에서 높은 타점을 만들고 블로킹 가담까지 안정
- 불안한 시나리오: 빠른 토스 적응 실패, 하이볼 처리에서 범실 증가
- 관전 포인트: 세터와의 첫 템포, 오픈 공격 성공률, 세트 후반 결정력
요시하라의 선택은 팀 운영 방식의 신호다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승부 감각과 전술 이해도가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독으로서도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모든 공을 몰아주는 방식보다는, 팀 전체 밸런스 안에서 공격 루트를 만드는 쪽에 더 끌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킨델란 선택은 흥국생명이 거대한 득점 기계 하나를 찾았다기보다, 공격 선택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근데 이 선택이 바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쿠바 출신 선수 특유의 탄력과 파워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V-리그는 수비 조직과 분석 대응이 빠릅니다. 초반 몇 경기에서 강하게 때리는 장면이 나와도, 상대가 코스를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킨델란이 얼마나 빨리 한국 배구의 블로킹 타이밍과 수비 위치를 읽느냐가 중요합니다.
팬이 봐야 할 첫 번째 기준
킨델란을 볼 때 처음부터 득점 순위만 보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저는 첫 라운드에서는 세 가지를 보고 싶습니다. 첫째, 리시브가 흔들린 뒤 올라오는 높은 볼을 얼마나 살리는지. 둘째, 세트 후반 20점 이후에도 스윙이 줄어들지 않는지. 셋째, 블로킹에서 손 모양과 위치 선정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는지입니다.
외국인 선수는 팀 성적의 큰 축이지만, 동시에 팀이 어떤 배구를 하려는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요시하라가 킨델란을 선택한 건 젊은 힘, 포지션 유연성, 성장 여지를 한꺼번에 본 카드였습니다. 솔직히 리스크가 없는 선택은 아닙니다. 그래도 흥국생명이 지난 시즌의 흐름 위에 새 공격 구조를 얹으려 한다면, 킨델란은 꽤 흥미로운 실험이 될 수 있습니다. 숫자는 출발점이고, 진짜 이야기는 세터와 첫 호흡이 맞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