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친선경기 태도 논란 장면을 다시 보니

우루과이전을 보고 나서도 전반 16분의 짧은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설영우가 공을 지키다 상대 선수와 접촉한 뒤 멈춰 서서 심판을 바라보던 순간이다. 결국 파울이 선언됐고 그 장면에서 실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 많은 팬이 경기의 네 실점만큼이나 그 몇 초를 이야기했을까.
1대4라는 점수보다 오래 남은 몇 초
대한축구협회 경기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2026년 9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1대4로 졌다. 나흘 전 에콰도르를 3대0으로 이긴 뒤라 경기 흐름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우루과이전 전반 스코어는 0대3이었다. 후반에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간격이 컸다.
논란이 된 건 전반 16분, 한국 진영에서 설영우가 상대 압박을 받던 상황이다.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접촉이 있었고 설영우는 플레이를 이어가기보다 손을 들며 심판을 바라봤다.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판정까지 포함하면 그 장면은 우루과이의 득점 기회로 기록되지 않는다. 다만 휘슬이 들리기 전에는 공도 경기도 살아 있다. 바로 그 짧은 틈이 팬들에게 불안하게 보인 것이다.
여기서 선수의 속마음을 단정할 수는 없다. 접촉을 느끼고 반칙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화면에 보인 행동과 그 행동을 한 이유는 다른 문제다. 경기 장면을 두고 판단한다면, 빠른 압박을 받는 수비수에게는 판정을 기다리는 몇 초조차 위험할 수 있었다는 정도가 정확한 지적이다.
측면 수비 한 명의 실수로만 읽기 어려운 경기
설영우는 이날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측면 수비수가 공을 잡는 순간 상대가 강하게 달려들면 선택지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안쪽 패스 길이 열려 있는지, 뒤에서 받아줄 동료가 있는지, 공을 길게 보내야 하는지를 거의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전반 16분 장면은 설영우 개인의 대처를 묻게 하지만, 그가 공을 받기 전 주변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경기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더 분명해진다. 한국은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다. 한 선수의 한 장면으로 세 골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한 뒤 공을 잃었을 때 누가 빈 공간을 메웠는지, 중앙에서 상대의 전진을 얼마나 늦췄는지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수비는 개인 대결이면서 동시에 간격을 맞추는 팀 작업이다.
그렇다고 전반 16분의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판정 여부와 별개로, 수비 지역에서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공을 쫓는 편이 안전하다. 팬들이 지적한 부분도 여기에 가깝다. 경기력에 관한 이런 평가는 장면과 상황을 근거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경기 비판이 가족을 향한 욕설로 번졌을 때
패배 뒤에는 경기장 밖에서도 일이 이어졌다. 설영우는 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가족을 겨냥한 욕설 메시지를 공개하며 선을 지켜 달라는 뜻을 밝혔다. 그 대응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공을 처리한 방식에 대한 비판과 가족을 향한 인신공격을 같은 말로 묶을 수는 없다.
사실 기록을 챙겨보는 팬일수록 비판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어느 위치에서 공을 받았는지, 상대 압박이 얼마나 빨랐는지, 멈춘 뒤에도 경기가 이어졌는지를 말하면 된다. 반대로 선수의 성격이나 가족으로 이야기가 옮겨가면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점점 줄어든다. 설영우가 받아야 할 경기력 평가까지 흐려지는 셈이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도 이후 기자회견에서 설영우를 향한 비판이 축구와 관련된 건설적인 내용이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 감독의 선수 보호 발언과 팬의 경기력 비판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1대4 패배에서 드러난 수비 문제를 묻는 일도 필요하고, 그 질문을 경기 안에 붙잡아 두는 일도 필요하다.
다음 경기에서 보고 싶은 변화
친선경기는 결과만큼 수정 과정이 중요한 경기다. 이번에는 전반 16분의 멈춤과 전반 세 실점이 분명한 점검 지점으로 남았다. 다음에 비슷한 압박을 받을 때 설영우가 휘슬 전까지 어떻게 대응하는지, 동료가 어떤 패스 길을 만들어 주는지를 보고 싶다. 한 번의 장면에 선수 전체를 가두기보다, 같은 상황이 다시 왔을 때 팀과 선수가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하는 편이 스포츠를 보는 재미에도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