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부상 이후 KIA 분위기 붕괴를 숫자로 따라가 봤더니

얼마 전 KIA 경기를 다시 돌려보다가, 이상하게 스코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김도영이 베이스를 돌거나 타구를 처리할 때의 속도,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덕아웃의 표정이었다. 야구는 1명이 빠져도 9명이 뛰는 경기지만, 어떤 선수의 이탈은 타순표보다 팀의 공기부터 바꾼다. 김도영 부상과 KIA 분위기 붕괴라는 말이 과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2025년 KIA를 보면 그 표현이 그냥 감정만은 아니었다.
2024년의 김도영은 기준 자체를 올려놨다
사실 KIA 팬들이 김도영에게 기대한 건 단순한 유망주 성장 서사가 아니었다. 2024년 그는 타율 0.347, 38홈런, 143득점, 109타점, 40도루를 찍었다. 이 정도면 ‘잘했다’가 아니라 리그의 계산법을 바꾼 시즌이다. 3루수 한 명이 장타, 주루, 득점 생산을 동시에 끌어올리면 감독은 라인업을 훨씬 공격적으로 짤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시즌 흐름이 완전히 꼬였다. 2025년 김도영은 30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은 타율 0.309, 7홈런, 27타점, OPS 0.943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뛸 때의 생산성은 여전히 높았다. 문제는 ‘뛸 때’라는 조건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스타 플레이어의 공백은 단순히 WAR 몇 점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 배터리의 접근법, 뒤 타자의 타점 기회, 벤치의 교체 카드까지 줄줄이 흔든다.
세 번의 햄스트링, 같은 부상이 만든 다른 충격
2025년 김도영의 시즌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3월 22일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1단계 손상 소견을 받았다. 약 한 달 뒤인 4월 25일 돌아왔지만, 5월 27일 키움전 도루 과정에서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이때는 2단계 손상이었다. 첫 번째는 불운처럼 보였고, 두 번째는 리스크로 보였고, 세 번째는 팀 운영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8월 2일 1군에 복귀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KIA는 중위권 싸움 속에서 김도영이라는 가장 강한 반등 카드를 손에 쥔 듯했다. 그런데 8월 7일 롯데전 수비 도중 다시 왼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고, 8월 8일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이 나왔다. 복귀 후 3경기 만의 이탈이었다. 솔직히 이건 경기력 손실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컸다. 기다렸던 선수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빠지면, 선수단은 ‘이제 올라간다’는 감각을 붙잡기 어렵다.
KIA 분위기 붕괴는 왜 더 크게 느껴졌나
김도영 이탈 직후 KIA가 받은 충격은 경기 결과에서도 바로 드러났다. 보도 기준으로, 김도영의 시즌 아웃 판정 뒤 KIA는 NC전에서 2경기를 내리 졌다. 특히 5-0으로 앞서던 경기를 12-16으로 뒤집힌 경기는 그냥 1패가 아니었다. 리드를 지키는 능력, 불펜 운용, 수비 집중력, 더그아웃의 긴장감이 한꺼번에 흔들린 경기였다.
야구에서 분위기라는 말은 가끔 너무 느슨하게 쓰인다. 그런데 이 경우는 숫자로도 설명이 된다. 김도영은 2025년에 30경기만 뛰고도 7홈런 27타점을 만들었다. 경기당 타점으로 단순 환산하면 0.9개다. 물론 이런 환산은 부상과 컨디션 변수를 무시한 거라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KIA 타선은 김도영이 들어오면 중심에서 상대 투수를 압박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빠지면 그 압박의 밀도가 줄었다.
라인업에서 사라진 건 이름 하나가 아니었다
- 중심 타선의 장타 기대값이 떨어졌다.
- 상대 투수가 승부를 피해야 할 타자가 줄었다.
- 3루 수비와 내야 운용의 선택지가 좁아졌다.
- 복귀를 전제로 짜던 후반기 플랜이 다시 흔들렸다.
특히 김도영 같은 선수는 타석에 서기 전부터 영향을 준다. 1번과 2번 타자는 출루의 가치가 커지고, 뒤 타자는 득점권 상황을 더 자주 받는다. 반대로 빠지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같은 타순에 들어간다고 같은 중압감까지 흡수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KIA의 붕괴감은 ‘대체 선수가 못했다’보다 ‘팀이 믿고 있던 중심축이 반복해서 사라졌다’에 가까웠다.
2026년의 조심스러운 기용이 말해주는 것
2026년 들어서도 KIA는 김도영의 몸 상태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뤘다. 6월에는 다리 쪽 상태를 이유로 3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적이 있었다. 당시 KIA는 33승 1무 29패, 리그 5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보통 수비까지 맡겨 전력을 최대치로 쓰고 싶어진다. 그런데도 무리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는 건, 2025년의 기억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다.
근데 이건 답답하지만 맞는 방향에 가깝다. 햄스트링은 재발이 무섭다. 김도영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타트, 강한 회전, 과감한 주루에 있는데, 그 장점들이 모두 햄스트링에 부담을 준다. 장점을 죽이지 않으면서 부상 위험을 낮추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KIA 입장에서는 김도영을 ‘매일 100으로 쓰는 선수’가 아니라, 시즌 전체를 놓고 관리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자산으로 봐야 한다.
KIA가 다시 살아나려면 필요한 변화
KIA의 문제를 김도영 하나로만 설명하면 그건 또 단순하다. 2025년 KIA는 2024년 통합우승 뒤 8위까지 떨어졌다. 선수 이탈, 부상, 투수진 기복, 중심 타선의 연쇄 공백이 겹쳤다. 다만 김도영 부상은 그 모든 문제를 한눈에 보이게 만든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팀이 강할 때는 부상이 와도 버틴다. 하지만 구조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핵심 선수 한 명의 이탈이 전체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KIA가 다시 올라가려면 김도영의 건강만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김도영이 빠져도 3루와 중심 타선에서 버틸 수 있는 플랜 B가 필요하고,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불펜이 버텨주는 안정감도 따라와야 한다. 무엇보다 김도영이 돌아왔을 때 모든 부담이 그 한 명에게 쏠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김도영도 무리한 주루, 무리한 수비, 무리한 복귀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나는 김도영 부상 이후의 KIA를 보면서, 야구에서 스타 한 명의 존재감이 얼마나 현실적인 숫자로 번지는지 다시 느꼈다. 38홈런과 40도루를 동시에 기대하게 만든 선수라면 당연히 팬들의 눈높이도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KIA에 더 중요한 건 김도영이 다시 화려한 장면을 만드는 것보다, 그 장면을 1년 내내 반복할 수 있는 몸과 팀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김도영이 뛰는 KIA는 분명 다르다. 이제는 그 다름이 잠깐의 불꽃이 아니라 시즌의 흐름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