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잭쿠싱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6주짜리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은 꽤 선명했다

Last Updated :
잭쿠싱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6주짜리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은 꽤 선명했다

얼마 전 한화 불펜 기록을 다시 보다가 잭쿠싱 이름에서 잠깐 멈췄다. 길게 뛴 선수도 아니고, 시즌 전체를 책임진 외국인 에이스도 아니었는데 숫자를 뜯어보니 의외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특히 6주 단기 대체 외국인이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잭쿠싱은 단순한 임시 카드라기보다 당시 한화 마운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꽤 좋은 단서였다.

갑자기 들어온 투수, 그런데 역할은 가볍지 않았다

잭쿠싱은 2026년 한화가 오웬 화이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우완 투수였다. 계약 형태부터 특이했다. 6주 단기 대체 외국인, 보장액 6만 달러에 인센티브 3만 달러가 붙은 구조였다. 말 그대로 시간을 사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야구에서 이런 선수의 부담은 숫자보다 크다. 팀은 당장 이닝이 필요하고, 선수는 적응할 시간이 거의 없다. 구장, 공인구, 타자 성향, 스트라이크존, 응원 문화까지 전부 낯선 상태에서 바로 결과를 내야 한다. 잭쿠싱의 한화 시절 기록을 볼 때 이 맥락을 빼면 평가가 꽤 얇아진다.

프로필만 보면 전형적인 우완 피처다. 190cm, 92kg 체격에 우투우타. 201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22라운드로 지명됐고, 조지타운대를 거쳐 마이너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아주 화려한 유망주 코스는 아니었지만, 여러 보직을 버티며 살아남은 타입에 가깝다.

한화 기록은 평균자책점보다 세부 지표가 더 재밌다

KBO에서 잭쿠싱은 16경기에 나와 1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했다. 등판 형태는 선발 1경기, 나머지는 불펜이었다. 이닝은 20과 3분의 2이닝. 겉으로만 보면 평범하다. 그런데 탈삼진과 볼넷을 같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 20과 3분의 2이닝 동안 탈삼진 26개
  • 볼넷은 6개
  • WHIP 1.26
  • 피안타율 0.247
  • 9이닝당 탈삼진 11.3개
  • 탈삼진/볼넷 비율 4.33

이 정도면 공 자체로 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구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평균자책점 4.79만 보면 애매해 보이지만, 9이닝당 탈삼진 11개 이상에 볼넷 억제가 같이 붙어 있으면 내용은 꽤 공격적이다. 특히 단기 대체 선수에게 가장 불안한 부분이 제구인데, 잭쿠싱은 볼넷으로 자멸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문제는 장타였다. 한화에서 허용한 홈런이 3개였다. 20이닝 남짓한 샘플에서 홈런 3개면 실점이 한 번에 튀는 구조가 된다. 탈삼진 능력은 보였지만, 공이 몰렸을 때 손상이 컸다. 그래서 잭쿠싱의 기록은 안정형이라기보다 위험을 안고도 아웃카운트를 직접 잡으러 들어가는 투수 쪽에 가깝다.

오른손 타자에게 강했고, 왼손 타자에게는 숙제가 남았다

상대 유형별 기록도 인상적이다. KBO 기록 기준으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56이었다. 반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61까지 올라갔다. 이 차이는 꽤 크다. 단순한 운으로 넘기기엔 방향성이 선명하다.

우타자 상대로는 각도와 구위가 통했다. 탈삼진도 우타자 상대에서 더 많이 나왔다. 반대로 좌타자에게는 맞는 타구가 늘었고, 한화가 잭쿠싱을 길게 끌고 가기보다 짧은 구간에서 활용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서 읽힌다. 불펜 투수는 결국 매치업 싸움이다. 오른손 타자가 줄줄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좌타 라인이 기다리는 이닝에서는 벤치가 계산을 더 해야 한다.

그래도 4세이브를 챙겼다는 점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임시 계약 선수에게 세이브 상황을 맡긴다는 건 벤치가 최소한 그 순간의 구위와 멘탈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세이브 숫자가 선수의 전부는 아니지만, 낯선 리그에 와서 접전 후반을 맡았다는 사실은 잭쿠싱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미국 기록과 비교하면 장점과 약점이 더 뚜렷하다

잭쿠싱은 2025년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에서 38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6.67을 기록했다. 이 숫자는 꽤 이상하다. 11승은 좋고, 평균자책점은 높다. 79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83개, 볼넷 28개를 잡았지만 홈런을 19개나 맞았다. 즉 미국에서도 비슷한 프로필이었다. 삼진은 잡는다. 볼넷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장타 억제가 늘 발목을 잡았다.

라스베이거스가 타자 친화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홈런 허용 흐름은 KBO에서도 이어졌다. 반대로 말하면 한화가 기대한 부분도 명확했다. 완성형 선발이 아니라 당장 여러 보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 짧은 이닝에서 삼진으로 위기를 끊을 수 있는 카드였다.

사실 이런 선수는 기록 읽기가 재밌다. 평균자책점 하나로는 애매한데, 탈삼진과 볼넷을 보면 쓸 만하고, 홈런과 좌타자 상대 기록을 보면 위험하다. 그래서 잭쿠싱은 좋다 나쁘다로 쉽게 자르기보다 어떤 상황에 넣어야 가치가 커지는지 보는 쪽이 더 맞다.

잭쿠싱이 남긴 건 짧은 기록 이상의 장면이었다

잭쿠싱의 한화 생활은 길지 않았다. 오웬 화이트가 돌아올 수 있는 시점이 오면서 단기 계약의 목적도 자연스럽게 끝났다. 이후 그는 멕시칸리그로 이동하며 2026년 안에서 또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꽤 바쁜 시즌이었다.

그래도 한화에서 남긴 16경기는 팀 상황과 제도 변화, 외국인 선수 시장의 현실을 같이 보여준다. 예전 같으면 외국인 투수 부상은 시즌 운영 전체를 흔드는 변수였지만, 단기 대체 외국인 제도가 생기면서 구단은 조금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잭쿠싱은 그 제도가 실제 경기력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개인적으로 잭쿠싱 같은 선수에게 눈이 간다. 스타 플레이어처럼 긴 서사를 남기진 않아도, 팀이 흔들리는 지점에 들어와 짧게 버티고 자기 역할을 남긴다. 평균자책점 4.79라는 숫자만 보면 금방 잊힐 수 있지만, 20과 3분의 2이닝 26탈삼진, 4세이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156을 같이 놓고 보면 그 6주는 꽤 밀도 있었다. 기록은 길이보다 농도로 기억될 때가 있다.

잭쿠싱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6주짜리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은 꽤 선명했다 - 요약
잭쿠싱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6주짜리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은 꽤 선명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5845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