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중도 사임 후폭풍을 따라가봤더니, 기록보다 무거웠던 타이밍

처음엔 예능 합류 소식처럼 보였는데
얼마 전 야구 커뮤니티에서 이종범 이름이 다시 크게 오르내리는 걸 봤는데, 분위기가 단순한 방송 출연 이야기가 아니었다. 키워드는 분명했다. 이종범 중도 사임 비판 쇄도. 야구 팬들이 예민하게 반응한 지점은 ‘예능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시즌 중 현장을 떠난 타이밍이었다.
이종범은 선수 시절만 놓고 보면 설명이 길게 필요 없는 이름이다. KBO 통산 1706경기, 1797안타, 1100득점, 194홈런, 730타점, 510도루, 타율 0.297. 숫자만 봐도 공수주를 모두 흔든 선수였고, 1994년 MVP와 한국시리즈 MVP 경력까지 붙는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레전드가 움직이면 개인 선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 선택이 현장과 팬심, 후배 지도자들의 기준까지 건드린다.
비판이 터진 진짜 지점은 ‘자리’보다 ‘시점’이었다
서울신문과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이종범은 2025년 6월 말 kt 위즈 코치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kt는 정규시즌을 치르는 중이었고, 순위 경쟁도 계속되고 있었다. 보도상으로는 6월 26일 LG 트윈스와의 주중 시리즈 이후 팀을 떠난 흐름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본인 요청으로 kt에 합류한 뒤 약 8개월 만의 이탈이었다는 점도 팬들의 반응을 키웠다.
사실 코치 한 명이 떠난다고 팀 전체가 바로 무너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야구는 감독, 코치진, 전력분석팀, 선수단이 같이 굴러가는 구조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서 시즌 중 코칭스태프 변화는 숫자로만 환산하기 어려운 신호를 만든다. 특히 순위 싸움 중인 팀이라면 더 그렇다. 선수들은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고, 팬들은 팀이 끝까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근데 여기서 행선지가 예능 프로그램 감독직이었다는 점이 불을 붙였다. 만약 건강 문제나 가족 사정이었다면 비판의 결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방송 합류는 ‘현장보다 노출을 택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을 만들기 쉬웠다. 이게 공정한 해석인지와 별개로, 팬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만한 장면이 만들어진 건 맞다.
이종범의 해명도 완전히 가볍지는 않았다
이종범은 이후 자신도 욕을 먹을 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kt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뜻도 전했고, 후배 코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했다. 또 최강야구가 아마야구와 유소년 야구 지원을 약속했고, 은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 자체는 야구계 전체로 보면 의미가 있다. 실제로 은퇴 선수들의 무대는 제한적이다. 지도자 자리는 적고, 해설 자리도 한정돼 있으며, 독립야구나 아마야구 지원은 늘 돈과 관심이 부족하다. 인기 예능이 야구 저변을 넓히고, 고교야구나 유소년 야구에 시선을 보내게 만드는 효과도 분명 있다.
- 긍정적으로 볼 지점: 야구 콘텐츠 확대, 은퇴 선수 재조명, 아마야구 관심 증가
- 비판받는 지점: 시즌 중 프로팀 이탈, 팬 신뢰 훼손, 지도자 커리어의 책임감 문제
- 핵심 쟁점: 예능 출연 자체보다 현장을 떠난 방식과 시기
솔직히 이 사안은 선악으로 자르기 어렵다. 야구 산업이 넓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팀 코치라는 자리는 계약서만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팬이 표를 사고, 선수들이 시즌을 버티고, 구단이 한 해 계획을 굴리는 가운데 놓인 자리다. 그래서 ‘좋은 취지’가 ‘아쉬운 절차’를 전부 덮지는 못한다.
2026년에 다시 불붙은 이유
논란이 한 번 지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2026년 4월 다시 말이 많아졌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종범은 2026년 4월 6일 방송에서 당시 일을 두고 생각이 짧았고 후회를 많이 했다는 취지로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제안이 온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kt 팬들의 감정이 다시 흔들렸다. 2026년 4월 7일 kt 팬들은 이종범 규탄 및 kt 복귀 반대 성명문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팬들 입장에서는 사과보다 ‘복귀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먼저 꽂혔을 수 있다. 떠날 때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데,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록 팬 입장에서 흥미로운 건, 이 논란이 성적표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누적값 문제라는 점이다. 선수 시절 510도루를 기록한 스타성, 1797안타로 쌓은 업적, ‘바람의 아들’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지도자 평가는 선수 기록과 별도 계정으로 쌓인다. 지도자는 언제 떠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책임을 나눴는지, 떠난 뒤 어떤 언어로 팬을 설득했는지까지 평가받는다.
레전드에게 더 높은 기준이 붙는 이유
이종범 중도 사임 비판 쇄도 흐름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팬들이 레전드에게 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오래 믿었기 때문에 더 세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보통 선수였으면 이 정도로 길게 논란이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종범이라는 이름에는 해태, KIA, 국가대표, 이정후의 아버지, 그리고 한국 야구의 상징 같은 층이 겹쳐 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늘 개인 선택보다 크게 읽힌다. 야구 예능으로 야구판을 키우겠다는 명분은 이해된다. 은퇴 선수와 아마야구를 돕겠다는 말도 완전히 빈말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팬들이 납득하려면 명분만큼 과정도 단단해야 했다. 시즌 중 이탈은 그 과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였다.
나는 이종범이 다시 현장에 설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야구계에 경험 많은 지도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복귀가 가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팬들이 무엇에 화가 났는지를 정확히 짚는 태도가 먼저여야 한다. 위대한 선수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도자로 다시 신뢰를 얻는 일은 새 시즌 첫 타석처럼, 0에서 다시 쳐야 하는 승부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