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5위가 챔스에 가는 장면을 두 시즌째 지켜봤더니

EPL 5위 챔스 진출, 이제 우연한 이벤트가 아니다
요즘 프리미어리그 순위표를 볼 때 예전처럼 4위까지만 빨간 줄을 긋고 끝내면 살짝 놓치는 게 생겼다. 2024/25시즌 뉴캐슬이 5위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가져갔고, 2025/26시즌에는 리버풀이 5위로 2026/27시즌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에 들어갔다. 예전 감각으로 보면 “5위면 유로파리그 아닌가?” 싶은데, 지금 UEFA 시스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핵심 구조는 유럽 성적 보너스 자리, 즉 European Performance Spot이다. UEFA는 한 시즌 동안 각 리그 소속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퍼런스리그에서 벌어온 계수를 합산한 뒤 참가 클럽 수로 나눠 평균을 낸다. 이 평균 상위 2개 리그에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급 자리 하나를 추가로 준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가 상위 2위 안에 들면 기존 1~4위에 더해 5위도 챔스에 직행하는 그림이 나온다.
숫자로 보면 왜 EPL이 유리했는지 보인다
2024/25시즌 UEFA 집계에서 잉글랜드는 206.250점을 7개 클럽으로 나눠 평균 29.464를 기록했다. 스페인은 23.892, 이탈리아는 21.875였다. 단순히 빅클럽 한두 팀이 잘해서 만든 숫자가 아니라, 여러 팀이 유럽 대항전에서 꾸준히 라운드를 통과하며 쌓은 합산 성적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결과 2025/26시즌 챔피언스리그 추가 자리는 EPL 5위 뉴캐슬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 흐름은 2025/26시즌에도 이어졌다. UEFA 발표 기준 잉글랜드는 258.125점을 9개 클럽으로 나눠 평균 28.680을 찍었고, 스페인은 176.750점에 평균 22.093이었다. 그 결과 2026/27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5위 리버풀이 추가 챔스 티켓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EPL이 강하다는 인상만으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실제 계산식에서도 압도적인 폭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5위 경쟁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EPL 막판 순위 싸움은 보통 4위 전쟁이었다. 3위와 4위는 챔스, 5위는 아쉬운 유로파리그. 그런데 지금은 5위가 챔스 티켓이 될 수 있으니 시즌 막판의 전술적 선택도 달라진다. 무리해서 4위만 노리는 구조가 아니라, 5위권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구단 재정과 선수 영입 계획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단순한 명예 문제가 아니다. 중계권, 경기 수익, 스폰서 가치, 선수 설득력까지 한꺼번에 움직인다. 특히 뉴캐슬처럼 프로젝트를 키우는 팀이나, 리버풀처럼 재편 국면에서도 최고 무대 진입이 필요한 팀에게 5위 챔스는 엄청난 안전장치다. 리그에서 우승 경쟁은 놓쳤더라도, 유럽 무대의 문은 닫히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매 시즌 자동으로 5위가 가는 건 아니다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EPL 5위 챔스 진출은 고정 규칙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가 해당 시즌 UEFA 계수 상위 2개 리그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EPL은 이제 무조건 5장”이라기보다 “유럽 대항전 성적이 좋으면 5장”이 더 정확하다.
이 차이는 꽤 크다. 예를 들어 EPL 클럽들이 챔스에서는 선전했지만 유로파리그와 콘퍼런스리그에서 일찍 탈락하면 평균 계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중상위권 팀들이 유럽 대항전에서 길게 살아남으면 리그 전체가 이득을 본다. 그래서 토트넘, 아스톤 빌라, 웨스트햄, 브라이턴 같은 팀들이 유럽 무대에서 거두는 승점도 리그 5위권 경쟁팀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남의 유럽 경기 결과가 내 팀의 챔스 가능성을 바꾸는 구조다.
팬 입장에서는 순위표를 보는 방식이 바뀐다
개인적으로 이 변화가 재밌는 이유는 시즌 중반부터 봐야 할 숫자가 하나 더 늘었다는 데 있다. 리그 승점표만 보는 게 아니라 UEFA 리그 계수표도 같이 봐야 한다. 5위 팀 팬은 자국 라이벌의 유럽 경기 승리를 마냥 싫어하기도 애매해졌다. 맨유가 유럽에서 이기면 싫은데, 그 승점이 결국 EPL 추가 챔스권을 굳히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스포츠 팬 입장에서는 감정과 계산이 자꾸 충돌하는 묘한 장면이다.
2024/25 뉴캐슬, 2025/26 리버풀 사례를 보면 EPL 5위 챔스 진출은 새 포맷이 만들어낸 가장 현실적인 변화 중 하나다. 5위라는 숫자가 더 이상 아쉬움의 상징만은 아니다. 이제는 리그 전체의 유럽 경쟁력이 쌓아 올린 보상이고, 시즌 막판 순위표를 더 오래 붙잡게 만드는 장치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4위 싸움만 볼 게 아니라, 5위 주변에서 어떤 팀이 버티고 있는지까지 봐야 진짜 흐름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