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여배구 FA 공시를 따라가 봤더니, 현대건설은 진짜 큰손이었나

Last Updated :
여배구 FA 공시를 따라가 봤더니, 현대건설은 진짜 큰손이었나

FA 공시표에서 먼저 보인 건 이름보다 구조였다

얼마 전 여배구 FA 공시 명단을 다시 훑어보다가, 현대건설 이름 옆에서 눈이 오래 멈췄다. 김다인, 김연견, 한미르. 내부 FA만 봐도 세터와 리베로 축이 걸려 있었다. 여기에 시장 전체로 보면 정호영, 염혜선, 배유나, 박정아, 이한비 같은 이름까지 나왔다. 그냥 ‘누가 어디 갔나’로 끝낼 판이 아니었다.

2026년 여자부 FA 취득자는 20명이었다. A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세터와 미들블로커, 리베로처럼 팀의 경기 운영을 바꾸는 포지션이 꽤 많았다. 특히 김다인은 2025-2026시즌 세트 성공 부문에서 세트당 10개 후반대 기록으로 리그 최상위권에 있었고, 현대건설이 정규시즌 상위권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단순했다. 김다인을 놓치면 팀의 공격 템포가 흔들린다. 그런데 잡으려면 개인 보수 상한선에 가까운 대우가 필요했다. 실제로 김다인은 총액 5억4000만 원, 연봉 4억2000만 원과 옵션 1억2000만 원 조건으로 잔류했다. 이 금액은 당시 여자부 개인 보수 상한선과 맞닿아 있는 수준이다.

김다인 잔류는 지출이 아니라 운영권 방어였다

솔직히 김다인 계약만 놓고 현대건설을 큰손이라고 부르는 건 반만 맞다. 큰돈을 쓴 건 맞지만, 이건 공격적인 외부 영입보다 기존 시스템을 지키는 비용에 가깝다. 세터는 단순히 공을 올리는 포지션이 아니다. 외국인 공격수, 아시아쿼터,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블로커의 타이밍을 한 경기 안에서 계속 조정하는 운영자다.

현대건설은 김다인에게 5억4000만 원을 쓰면서 팀의 기본 문법을 유지했다. 김연견도 총액 3억2000만 원에 잔류했고, 한미르는 9000만 원에 남았다. 세터와 리베로 라인을 동시에 지킨 셈이다. 이 세 명만 합쳐도 FA 잔류 비용이 9억5000만 원이다. 숫자만 보면 꽤 묵직하다.

  • 김다인: 총액 5억4000만 원, 현대건설 잔류
  • 김연견: 총액 3억2000만 원, 현대건설 잔류
  • 한미르: 총액 9000만 원, 현대건설 잔류

그런데 이 지점에서 봐야 할 건 ‘누구를 데려왔나’보다 ‘누구를 잃지 않았나’다. 현대건설은 양효진 은퇴라는 커다란 변수를 안고 있었다. 중앙 높이와 속공 루트, 블로킹 존재감이 한꺼번에 빠지는 상황에서 세터까지 흔들리면 팀은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했다. 김다인 잔류는 그래서 가장 비싼 보험이자,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었다.

정호영을 놓친 뒤 배유나로 방향을 튼 장면

FA 시장 초반에는 현대건설이 정호영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양효진이 빠진 중앙을 메우려면 젊고 높이 있는 미들블로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호영은 결국 흥국생명으로 향했고, 총액 5억4000만 원급 계약으로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 장면만 보면 현대건설이 큰손 경쟁에서 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근데 이후 움직임이 흥미로웠다. 현대건설은 배유나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데려왔다.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와 총액 2억5000만 원에 계약한 뒤 현대건설로 이동했고, 현대건설은 세터 이수연을 내주는 구조를 택했다. 외부 FA를 정면으로 데려올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상금과 보상선수 부담을 줄인 셈이다.

배유나는 나이만 보면 미래 자원이라기보다 즉시 전력이다. 하지만 통산 경험, 중앙에서의 읽기, 큰 경기 감각을 생각하면 양효진 공백을 당장 메우는 카드로는 설득력이 있다. 2025-2026시즌 부상 여파가 있었지만,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블로킹 라인과 속공 선택지를 동시에 보강할 수 있다.

이한비까지 더한 현대건설, 큰손보다 계산형 보강에 가깝다

현대건설은 이한비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품었다. 이한비의 계약 총액은 1억 원으로 공시됐다. 정지윤의 몸 상태와 윙 공격진의 변동성을 떠올리면, 이 영입은 화려한 이름값보다 로테이션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 레이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가 흔들릴 때 버틸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린 것이다.

한국배구연맹 선수 등록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2026-2027시즌 1차 등록 국내 선수 보수 총액은 26억1500만 원 수준이었다. 여자부 구단 보수 총액 한도가 27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천장 가까이 붙었다. 이 숫자만 보면 현대건설은 분명 돈을 쓴 팀이다.

다만 큰손이라는 말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시장 최고가를 계속 찍으며 판을 흔드는 큰손이고, 다른 하나는 샐러리캡 안에서 필요한 포지션을 끝까지 메우는 큰손이다. 현대건설은 후자에 가깝다. 김다인에게 최고 대우를 했고, 김연견을 지켰고, 배유나와 이한비를 데려오며 약점을 줄였다. 하지만 정호영까지 품고 시장을 독식한 팀은 아니었다.

흥국생명과 비교하면 색깔이 더 분명해진다

흥국생명은 정호영을 데려오며 FA 시장의 가장 큰 장면을 만들었다. 내부 FA 김수지, 도수빈, 박민지도 잡았고, 이후 표승주 복귀 흐름까지 더해지며 스토리가 커졌다. 이름값과 화제성만 보면 흥국생명이 더 강한 파장을 냈다.

현대건설은 조금 달랐다. 김다인을 지키는 데 가장 큰 돈을 썼고, 배유나는 보상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영입했다. 이한비도 비슷하다. 돈은 많이 썼지만 방식은 꽤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현대건설 큰손 여부’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보고 싶다. 현대건설은 FA 시장을 휩쓴 큰손이라기보다, 팀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한도 근처까지 밀어붙인 실무형 큰손이었다.

이 팀의 진짜 평가는 시즌 중반에 나온다

FA 시장은 늘 계약 당일보다 시즌 중반이 더 냉정하다. 김다인이 새 외국인 선수와 얼마나 빨리 호흡을 맞추는지, 배유나가 양효진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까지 메우는지, 이한비가 윙 로테이션에서 실제 시간을 얼마나 가져가는지가 현대건설의 성적표를 바꿀 것이다.

숫자로 보면 현대건설은 확실히 과감했다. 총액 27억 원 한도에 거의 붙을 만큼 지출했고, 내부 핵심과 외부 보강을 동시에 챙겼다. 그런데 감정적으로 보면 더 흥미로운 건 돈의 방향이다. 무조건 스타를 모은 게 아니라, 세터-리베로-중앙-윙 백업까지 팀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데 썼다. 이런 투자는 개막 직후보다 4라운드 이후에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현대건설 팬이라면 화려한 영입전 승리감보다 조금 다른 기대를 품게 될 것 같다. 이 팀은 FA 공시표 위에서 가장 시끄러운 팀은 아니었지만, 숫자를 끝까지 밀어 넣으며 필요한 자리를 꽤 촘촘하게 채웠다. 그래서 다음 시즌 현대건설을 볼 때는 단순히 누가 몇 점을 냈는지보다, 김다인의 배분과 배유나의 중앙 존재감이 경기 흐름을 얼마나 덜 흔들리게 만드는지를 같이 보게 된다.

여배구 FA 공시를 따라가 봤더니, 현대건설은 진짜 큰손이었나 - 요약
여배구 FA 공시를 따라가 봤더니, 현대건설은 진짜 큰손이었나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5871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