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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9회 논란을 다시 보니, 한화 벤치의 믿음은 어디서 선을 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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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9회 논란을 다시 보니, 한화 벤치의 믿음은 어디서 선을 넘었나

얼마 전 한화 경기를 보다가 9회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도 드물었다. 야구에서 한 이닝은 숫자로 보면 짧다. 그런데 볼넷이 쌓이고, 포수가 일어나고, 더그아웃 카메라가 잡히기 시작하면 그 9회는 거의 한 경기처럼 느껴진다.

김서현 9회 논란이 커진 이유도 단순히 실점해서가 아니다. 마무리 투수가 맞을 수는 있다. 강속구 투수도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흔들림의 종류였다. 타자가 잘 쳐서 만든 흐름이 아니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흐름이 길어졌고 한화 벤치는 그 흐름을 너무 오래 바라봤다.

5-4 리드에서 시작된 9회, 숫자는 꽤 잔인했다

2026년 4월 14일 삼성전 9회, 한화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김서현을 올렸다. 여기까지는 이상하지 않다. 김서현은 2025시즌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한화의 뒷문을 맡았던 투수다. 160km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9회에 쓰는 선택 자체는 충분히 설명된다.

그런데 결과가 문제였다. 김서현은 9회에 볼넷 6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고, 한화는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하며 5-6으로 뒤집혔다. 1이닝 7사사구라는 장면은 야구를 오래 본 팬에게도 꽤 낯선 숫자다. 구위가 무너진 날이라기보다, 승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날에 가까웠다.

파이낸셜뉴스 보도 기준으로 당시 김서현의 시즌 기록은 6이닝 12볼넷, WHIP 2.83, 평균자책점 9.00이었다. 이 숫자를 보면 논란의 초점은 더 분명해진다. 한 경기의 우연한 난조인지,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제구 불안의 연장선인지 벤치가 판단해야 했다는 뜻이다.

한화 벤치가 욕을 먹은 지점은 ‘기용’보다 ‘타이밍’이었다

사실 김서현을 9회에 올린 것만 놓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마무리 투수는 결국 리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불려 나오는 자리다. 시즌 초반이라면 벤치가 자기 마무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근데 야구에는 믿음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신호가 있다. 첫 타자 상대부터 공이 존 근처에 들어가지 않고, 연속 사사구가 나오고, 타자가 배트를 내지 않아도 출루가 이어지면 그때는 투수의 자존심보다 경기의 확률을 먼저 봐야 한다. 특히 1점 차 9회라면 더 그렇다.

  • 단순 피안타: 타자의 대응과 코스가 섞인 결과라 기다릴 여지가 있다.
  • 연속 볼넷: 투수 본인의 릴리스포인트와 멘탈이 동시에 흔들렸다는 신호다.
  • 밀어내기 상황: 더는 한 타자 승부가 아니라 경기 전체의 붕괴 위험이다.

한화 벤치가 비판받은 건 김서현을 믿었다는 사실보다, 이미 위험등이 켜진 뒤에도 교체 판단이 늦었다는 데 있다. 믿음의 야구가 성립하려면 최소한의 탈출구가 같이 있어야 한다. 그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면 믿음은 선수에게도 부담이 된다.

김서현의 9회는 작년 가을 기억과도 이어져 있다

김서현이라는 이름이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지난 시즌의 서사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5년에 한화의 가을야구 흐름을 만든 핵심 불펜이었다. 젊은 투수가 갑자기 마무리 중책을 맡고 33세이브를 올렸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9회라는 자리는 성공만 축적되는 공간이 아니다. 실패도 강하게 남는다. 2025년 10월 1일 SSG전 9회 역전패, 포스트시즌에서 이어진 부담, 한국시리즈 무대의 압박감은 김서현에게 단순한 경기 기록 이상의 기억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경향과 엑스포츠뉴스 등에서도 김서현의 심리적 부담과 제구 문제를 함께 짚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선수를 몰아붙이는 식으로만 가면 안 된다. 김서현은 여전히 한화가 키워야 할 고급 자원이다. 160km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흔하지 않다. 다만 160km가 항상 9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빠른 공이 아무리 좋아도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으면 타자는 기다리면 된다. 그 순간부터 마운드의 주도권은 투수가 아니라 상대 더그아웃으로 넘어간다.

좋은 벤치는 투수를 믿되, 장면을 읽는다

야구에서 벤치의 판단은 늘 결과론의 공격을 받는다. 바꾸면 왜 빨리 바꿨냐고 하고, 안 바꾸면 왜 늦게 바꿨냐고 한다. 그래서 감독과 코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결과론만으로 보기 어렵다. 사사구가 누적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교체 근거였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 운용에서 중요한 건 이름값보다 당일의 공이다. 팔 스윙이 늦는지, 포수가 요구한 코스와 얼마나 벌어지는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지, 타자들이 배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지. 이런 신호가 동시에 나쁘면 벤치는 움직여야 한다.

한화에는 김서현 말고도 불펜 카드를 조합할 여지가 있다. 황준서, 정우주, 엄상백 같은 이름들이 상황에 따라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꼭 누가 고정 마무리여야 한다는 프레임보다, 8회와 9회의 상대 타순, 좌우 매치업, 최근 투구 수, 제구 컨디션을 묶어 보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김서현에게 필요한 건 벌이 아니라 재설계다

솔직히 김서현을 9회에서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식의 말은 너무 단순하다. 이 투수의 장점은 여전히 크다. 공이 존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타자가 쉽게 맞히기 어렵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힘도 있다. 한화가 긴 시즌을 버티려면 결국 김서현의 반등이 필요하다.

다만 반등의 장소가 꼭 1점 차 9회일 필요는 없다. 6회나 7회 하위 타순, 점수 차가 있는 경기, 혹은 짧은 1이닝 테스트처럼 부담을 낮춘 구간에서 리듬을 되찾게 하는 방식이 더 낫다.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에게 가장 잔인한 환경은 모두가 숨죽이는 세이브 상황이다.

김서현 9회 논란은 한화 벤치가 앞으로 어떤 팀 운영을 할지 보여주는 시험지에 가깝다. 선수의 미래를 믿는 것과 당장의 경기를 읽는 것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팀은 둘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 김서현의 공이 다시 존을 찌르고, 한화 벤치가 그 공을 가장 알맞은 순간에 꺼내는 장면을 보고 싶다. 그게 팬 입장에서도 가장 납득되는 다음 장면이다.

김서현 9회 논란을 다시 보니, 한화 벤치의 믿음은 어디서 선을 넘었나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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