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 이글 LA 챔피언십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한나 그린의 LA는 우연이 아니었다

얼마 전 LPGA 기록표를 넘기다가 JM 이글 LA 챔피언십 프레젠티드 바이 플라스트프로 쪽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그냥 우승자 이름만 보면 한나 그린이 또 이겼구나 싶은데, 숫자를 조금만 더 붙여 보면 이 대회가 꽤 흥미로운 흐름을 갖고 있더라고요. 특히 2026년 대회는 단순한 우승보다 ‘LA에서 강한 선수는 왜 계속 강한가’라는 질문을 남긴 경기였습니다.
2026년 우승, 점수보다 무서웠던 버티는 힘
2026년 JM 이글 LA 챔피언십은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타자나의 엘 카바예로 컨트리클럽에서 열렸습니다. 파72 코스였고, 최종 우승 스코어는 17언더파. 한나 그린, 김세영, 임진희가 나란히 271타로 정규 라운드를 끝낸 뒤 연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한나 그린의 라운드 흐름입니다. 67-69-67-68. 폭발적인 하루 하나로 치고 나간 게 아니라, 네 번 모두 60대 타수를 찍으며 계속 압박을 유지했습니다. 골프에서 이런 스코어카드는 상대 입장에서 상당히 피곤합니다. 한 번쯤 흔들릴 것 같아도 안 흔들리고, 버디 기회는 꾸준히 만들고, 보기로 흐름을 크게 내주지 않는 타입이니까요.
김세영은 65-65로 출발하며 초반 리더보드를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임진희도 67-68-69-67로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었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같은 17언더파로 묶였다는 건, 이 대회가 초반 질주만으로 끝나는 코스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나흘 내내 리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마지막 장면을 가져갔습니다.
한나 그린과 LA, 숫자가 말하는 궁합
한나 그린은 이 대회에서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우승했습니다. 2023년은 9언더파, 2024년은 12언더파, 2026년은 17언더파였습니다. 같은 선수의 우승인데 점수가 점점 낮아졌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았다기보다, LA 대회에서 요구하는 샷 선택과 그린 주변 감각을 꽤 정확히 읽고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 2023년 한나 그린: 9언더파, 연장 우승
- 2024년 한나 그린: 12언더파, 3타 차 우승
- 2026년 한나 그린: 17언더파, 연장 우승
사실 세 번의 우승 방식도 다릅니다. 2023년과 2026년은 연장 승부였고, 2024년은 3타 차 우승이었습니다. 접전도 이기고, 앞서 나가는 경기 운영도 해냈다는 뜻입니다. 특정 코스에서 우승을 반복하는 선수는 많지 않은데, 그린은 이 대회에서 ‘좋아하는 코스’ 수준을 넘어 ‘이길 줄 아는 무대’로 만들어 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2025년 잉그리드 린드블라드의 21언더파가 만든 기준
중간에 2025년 대회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잉그리드 린드블라드는 68-63-68-68, 합계 267타 21언더파로 우승했습니다. 2라운드 63타가 사실상 판을 갈랐습니다. 파72 코스에서 63타면 9언더파입니다. 하루에 대회를 완전히 흔들 수 있는 숫자죠.
2025년 리더보드를 보면 2위 아키에 이와이가 20언더파, 공동 3위권도 19언더파였습니다. 그러니까 린드블라드가 혼자 낮은 점수를 만든 대회라기보다, 전체적으로 버디 생산성이 높았던 해였습니다. 이 흐름 때문에 2026년의 17언더파 우승이 상대적으로 덜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연장에 세 명이 몰린 구도를 생각하면 압박 강도는 오히려 더 진했습니다.
상금 흐름도 대회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2025년 총상금은 375만 달러였고 우승 상금은 56만2500달러였습니다. 2026년에는 총상금이 475만 달러로 올라갔고, 한나 그린의 공식 우승 상금은 71만2500달러였습니다.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LPGA 투어 안에서 꽤 묵직한 무게를 가진 이벤트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한국 선수들의 존재감도 꽤 컸다
2026년 최종 순위를 보면 한국 팬 입장에서도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김세영과 임진희가 공동 2위, 윤이나가 16언더파 단독 4위, 유해란이 14언더파 공동 5위였습니다. 우승컵은 한나 그린에게 갔지만, 상위권 밀도만 놓고 보면 한국 선수들의 존재감은 상당했습니다.
특히 김세영의 초반 65-65는 강렬했습니다. 첫 이틀 동안 14언더파를 만들었다는 건 샷과 퍼트가 동시에 뜨거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3라운드 71타, 최종 라운드 70타로 속도가 조금 줄었습니다. 반대로 임진희는 네 라운드 모두 60대에 가깝게 안정적으로 버텼고, 마지막 날 67타로 연장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둘의 방식은 달랐지만 같은 지점에 도착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윤이나의 4위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습니다. 68-64-71-69, 합계 16언더파였습니다. 2라운드 64타로 확 치고 올라간 뒤 우승 경쟁권을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이런 대회에서 톱5에 드는 건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코스, LPGA 필드, 나흘 경기의 압박을 동시에 견뎠다는 기록이니까요.
이 대회가 더 재밌어지는 이유
JM 이글 LA 챔피언십 프레젠티드 바이 플라스트프로는 이름만 보면 조금 길고 낯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따라가면 꽤 선명한 캐릭터가 보입니다. 2023년과 2026년처럼 연장전이 나오고, 2025년처럼 21언더파 우승이 나오며, 상금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코스와 필드가 선수들에게 계속 다른 숙제를 내는 대회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대회가 오래 볼수록 더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우승자만 기억하면 한 줄로 끝나지만, 라운드별 타수와 상위권 흐름을 붙이면 선수의 성향이 보입니다. 한나 그린은 LA에서 흔들림을 관리하는 법을 알고 있고, 김세영은 초반 폭발력으로 판을 흔들었고, 임진희와 윤이나는 꾸준함과 한 방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다음에 이 대회를 볼 때는 우승 스코어보다 2라운드 이후 누가 리듬을 유지하는지 먼저 보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