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비·배유나 연봉 삭감, 숫자를 따라가 보니 보인 현대건설의 계산

얼마 전 2026-2027시즌 여자부 선수 등록 금액을 보다가 현대건설 명단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이한비 1억 원, 배유나 2억 5천만 원. 이름값만 놓고 보면 낯선 숫자였죠. 특히 두 선수 모두 직전 팀에서 확실한 역할을 맡았던 선수들이라 단순히 몸값이 내려갔다고만 말하기엔 이야기가 꽤 복잡합니다.
한국배구연맹 공시와 FA 계약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이한비는 페퍼저축은행과 연봉 1억 원에 계약한 뒤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현대건설에 합류했습니다.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와 연봉 2억 원, 옵션 5천만 원, 총액 2억 5천만 원에 계약한 뒤 세터 이수연과 맞물린 트레이드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둘 다 FA 시장의 정면 계약이 아니라, 원소속팀과 먼저 계약하고 곧바로 팀을 옮긴 구조입니다.
이한비 1억 원, 숫자만 보면 꽤 큰 하락
이한비의 흐름은 페퍼저축은행이라는 팀 상황을 빼고 보면 설명이 반쪽이 됩니다. 그는 페퍼 창단 멤버였고, 2023년 FA 계약 당시 3년 총액 10억 6천만 원 규모로 평가받았습니다. 2025-2026시즌 등록 보수도 연봉 3억 4천만 원, 옵션 2천만 원, 총액 3억 6천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새 계약은 연봉 1억 원입니다. 총액 기준으로 직전 시즌 3억 6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된 셈이니 2억 6천만 원 감소, 비율로는 약 72.2% 하락입니다. 스포츠에서 이 정도 낙폭은 그냥 연봉 조정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역할 축소, 시장 수요 변화, 팀 재정, 부상 리스크, 계약 구조가 한꺼번에 섞였을 때 나오는 숫자입니다.
사실 이한비는 공격 한 방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타입이라기보다 리시브와 수비 부담을 같이 가져가며 코트 균형을 맞추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가깝습니다. 이런 선수는 팀 전력이 안정적일 때 가치가 더 잘 보입니다. 반대로 팀 전체가 흔들리면 공격 효율, 리시브 지표, 출전 흐름이 모두 같이 흔들려 보일 수 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이 매각 변수와 운영 불확실성에 휘말렸던 점도 이 계약의 배경에서 빼기 어렵습니다.
배유나 2억 5천만 원, 베테랑 가치와 시장 계산의 충돌
배유나의 삭감 폭도 큽니다. 2023년 도로공사와 맺은 FA 계약은 연간 총액 5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세부 금액은 연봉 4억 4천만 원, 옵션 1억 1천만 원이었죠. 2026-2027시즌 계약은 총액 2억 5천만 원입니다. 총액으로 보면 3억 원 감소, 약 54.5% 하락입니다.
그런데 배유나의 경우 이 숫자를 곧바로 기량 하락의 판정표로 읽으면 너무 급합니다. 2025-2026시즌에도 28경기, 103세트, 254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베테랑이 이 정도 출전량과 득점 생산을 유지했다는 건 여전히 경기 운영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중앙 속공, 블로킹 위치 선정, 어린 선수들과의 호흡까지 포함하면 기록지에 다 찍히지 않는 몫도 있습니다.
다만 나이와 포지션 특성은 냉정하게 반영됩니다. 배유나는 2007-2008시즌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선수입니다. 커리어가 긴 만큼 몸 관리 비용도 크고, 구단 입장에서는 향후 1년의 확실성과 장기 리스크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여기에 여자부 보수 상한, FA 보상 규정, 현대건설의 샐러리캡 배분까지 걸리니 예전 같은 최고 대우를 그대로 이어가긴 어려웠습니다.
현대건설은 왜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택했나
현대건설의 움직임은 꽤 분명합니다. 양효진 은퇴 이후 중앙 높이를 다시 세워야 했고, 정호영 영입전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다음 카드가 배유나였습니다. 문제는 배유나를 일반 FA 방식으로 직접 데려오면 보상 부담이 너무 컸다는 점입니다.
A그룹 FA를 영입하면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내줘야 합니다. 배유나의 전 시즌 연봉 4억 4천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200%만 해도 8억 8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보호선수 밖 선수까지 내줘야 한다면,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중앙 한 자리를 보강하려다 선수층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단순한 우회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다시 짠 선택에 가깝습니다. 도로공사는 이수연이라는 젊은 세터 자원을 받았고, 현대건설은 검증된 미들블로커를 데려왔습니다. 이한비 건도 비슷합니다. 페퍼저축은행은 매각 국면에서 FA 미계약 리스크를 줄였고, 현대건설은 아웃사이드 히터 뎁스를 비교적 낮은 보수로 확보했습니다.
삭감은 냉정하지만, 현대건설 입장에선 꽤 현실적인 보강
현대건설의 2026-2027시즌 국내 선수 등록 총액은 26억 원대입니다. 여자부 보수 구조가 샐러리캡 21억 원, 옵션캡 6억 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정지윤 5억 5천만 원, 김다인 5억 4천만 원, 김연견 3억 2천만 원 같은 핵심 자원들이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여기에 배유나와 이한비를 예전 몸값 그대로 얹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이한비: 직전 총액 3억 6천만 원에서 새 계약 1억 원
- 배유나: 과거 FA 연간 총액 5억 5천만 원에서 새 계약 2억 5천만 원
- 현대건설: 주전급 코어를 유지하면서 중앙과 날개 백업을 동시에 보강
- 시장 흐름: 선수 평가뿐 아니라 구단 재정, 보상 규정, 샐러리캡이 함께 작동
팬 입장에서는 삭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세게 들어옵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한 시즌 전까지 팀의 중심축이던 선수가 절반 이하, 혹은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간 숫자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죠. 그런데 프로 스포츠의 연봉은 선수의 자존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팀이 얼마를 쓸 수 있는지, 같은 포지션에 누가 있는지, 보상 비용이 얼마인지, 다음 시즌에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가 전부 얽힙니다.
숫자 뒤에 남는 관전 포인트
이제 관심은 계약서가 아니라 코트입니다. 이한비가 현대건설에서 리시브 안정과 교체 출전 흐름을 얼마나 만들어주느냐, 배유나가 양효진 이후 중앙의 공백을 얼마나 부드럽게 줄이느냐가 진짜 평가 지점입니다. 둘 다 예전 팀에서는 더 큰 책임을 졌지만, 현대건설에서는 역할이 조금 다르게 설계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배유나는 선발 중앙 자원으로 바로 계산될 수 있고, 이한비는 정지윤을 중심으로 한 날개진의 부담을 나눠주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보수는 내려갔지만, 팀 안에서의 쓰임새가 명확하다면 체감 가치는 다시 올라갑니다. 숫자는 냉정하게 찍혔지만, 배구는 결국 랠리 하나에서 선수의 존재감이 바뀌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이 계약들은 삭감 소식으로만 소비하기보다 현대건설이 새 시즌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치했는지 보는 쪽이 더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