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택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왼쪽 측면의 시간이 보였다

얼마 전 울산 경기를 보다가 조현택의 움직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공을 오래 잡고 화려하게 흔드는 타입은 아닌데, 왼쪽 터치라인 근처에서 팀의 전진 방향을 은근히 바꿔놓는 장면이 꽤 많았다. 사실 풀백 기록은 득점왕 표처럼 한눈에 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숫자를 조금만 뜯어보면 이 선수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가 보인다.
부천에서 만든 공격형 풀백의 첫 인상
조현택은 2001년생, 182cm에 76kg의 왼쪽 수비수다. K리그 공식 기록 기준으로 통산 153경기 9골 11도움을 쌓았다. 풀백이라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꽤 말이 되는 생산성이다. 특히 출발점이 흥미롭다. 2021년 부천에서 K리그2 30경기 1골 3도움, 2022년에는 33경기 6골 4도움에 플레이오프 1경기까지 더했다.
2022년 숫자는 그냥 운 좋게 공격포인트가 붙은 시즌으로 보기 어렵다. 리그 33경기에서 6골 4도움이면, 측면 수비수가 아니라 사실상 세컨드 윙어에 가까운 영향력이다. 왼발 킥, 오버래핑 타이밍, 박스 근처에서의 과감함이 같이 맞물렸을 때 나오는 기록이다. 이 시기 조현택은 수비수 명단에 적혀 있지만, 경기 안에서는 공격 루트 하나를 맡은 선수에 가까웠다.
울산 2023년, 숫자는 조용했지만 무게는 달랐다
그런데 2023년 울산으로 올라온 뒤 기록지는 확 달라진다. K리그1 30경기 0골 0도움. 공격포인트만 보면 갑자기 존재감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조현택을 볼 때 꽤 중요한 장면이다. 부천에서는 적극적으로 올라가고 마무리까지 관여했다면, 울산에서는 더 강한 압박, 더 빠른 전환, 더 엄격한 위치 선정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강팀 풀백의 어려움은 공격포인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라인을 높게 올리면 뒷공간을 감당해야 하고, 빌드업 때는 안쪽으로 좁혀 들어가며 미드필더처럼 판단해야 한다. 울산에서 30경기를 뛰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화려한 수치가 잠깐 멈췄지만, 선수의 사용 설명서가 K리그1 기준으로 다시 쓰인 시즌이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김천에서 다시 살아난 리듬
김천 상무 시기는 조현택에게 꽤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2024년 K리그1 12경기 0골 0도움으로 출발했고, 2025년에는 김천에서 18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단순히 경기 수가 늘어난 것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공격포인트가 다시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비 안정감을 가져가면서도 왼쪽에서 마지막 패스나 세트피스성 장면에 관여하는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2025년 3월에는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이건 팬 입장에서 꽤 상징적인 사건이다. 대표팀 왼쪽 수비 자리는 늘 경쟁이 빡빡하다.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단순히 유망주 프리미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리그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뛰었고, 왼발 풀백이라는 희소성, 전진성, 킥 능력이 함께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다.
- 2021 부천: K리그2 30경기 1골 3도움
- 2022 부천: K리그2 33경기 6골 4도움, 플레이오프 1경기
- 2023 울산: K리그1 30경기
- 2024 김천: K리그1 12경기
- 2025 김천: K리그1 18경기 1골 2도움
- 2025 울산: K리그1 11경기 1골 1도움
- 2026 울산: 7월 29일 기준 K리그1 18경기 1도움
2026년 울산에서 보는 현재 위치
2026년 기록을 보면 조현택은 울산에서 18경기 0골 1도움을 남기고 있다. 공격포인트만 놓고 보면 폭발적인 시즌은 아니다. 근데 풀백을 볼 때는 득점과 도움만으로 판단하면 놓치는 게 많다. 울산처럼 공을 오래 소유하고 상대 진영에서 경기를 운영하는 팀에서는 풀백의 첫 터치 방향, 패스 선택, 반대 전환을 준비하는 위치가 공격의 속도를 좌우한다.
통산 기록을 쪼개보면 더 선명하다. K리그1에서는 89경기 2골 4도움, K리그2에서는 63경기 7골 7도움이다. 낮은 단계에서 공격 재능을 확실히 보여줬고, 1부에서는 역할을 넓히는 중이다. 이 차이는 약점이라기보다 성장 곡선에 가깝다. K리그2에서 직접 찢고 들어가던 풀백이 K리그1에서는 언제 올라가고 언제 멈출지 배우는 과정이다.
숫자 뒤에 남는 질문은 하나다
조현택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지점은 아직 완성형으로 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천 시절의 공격력, 울산에서 얻은 큰 경기 템포, 김천에서 회복한 실전 감각이 한 선수 안에 같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하다. 도움 숫자가 몇 개 더 붙느냐도 중요하지만, 왼쪽에서 울산의 공격 시작점이 될 수 있느냐가 더 크다.
솔직히 풀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골을 넣으면 잠깐 크게 보이고, 실수하면 훨씬 오래 남는다. 그래도 조현택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이 선수가 꽤 단단하게 자기 시간을 쌓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153경기라는 누적치, 9골 11도움이라는 흔적, 그리고 아직 2001년생이라는 나이까지 놓고 보면 왼쪽 측면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