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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이태양·김범수에 24억을 써봤더니 불펜의 시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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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이태양·김범수에 24억을 써봤더니 불펜의 시간이 달라졌다

요즘 KIA 경기를 보다 보면 예전보다 6회 이후를 보는 느낌이 꽤 달라졌다. 점수 차가 한두 점일 때도 벤치가 던질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났고, 그 카드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한화에서 오래 던졌던 이태양과 김범수, 이 두 명에게 들어간 비용을 합치면 24억 원이다. 이태양은 2차 드래프트 양도금 4억 원, 김범수는 FA 3년 총액 20억 원. 숫자만 보면 불펜에 꽤 과감하게 돈을 쓴 셈인데, 사실 이 투자는 단순히 ‘투수 두 명 추가’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24억은 이름값보다 역할값에 가까웠다

KIA가 김범수와 계약한 조건은 3년 최대 20억 원이었다. 계약금 5억 원, 연봉 총액 12억 원, 인센티브 3억 원 구조다. 이태양은 FA 계약이 아니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왔고, KIA가 한화에 지급한 양도금이 4억 원이었다. 둘을 합친 24억 원은 선발 에이스 한 명을 사 온 금액이라기보다, 시즌 전체의 위험 구간을 줄이기 위한 보험료에 가깝다.

근데 불펜 보강에서 중요한 건 단순 평균자책점만이 아니다. 언제 나올 수 있느냐, 연투 부담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느냐, 좌우 매치업에서 벤치가 선택권을 갖느냐가 더 크게 작용한다. KIA는 이미 조상우, 정해영, 전상현, 최지민 같은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2025년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불펜 피로가 눈에 보였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이 5점대였다는 보도도 있었고, 9회 역전패가 반복되면서 ‘선발이 잘 던져도 끝까지 모른다’는 공기가 생겼다.

이태양의 가치는 숫자보다 사용 폭에서 먼저 보인다

이태양은 화려한 구속으로 압도하는 타입은 아니다. 대신 커리어가 길고,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했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다. KIA 입장에서 이런 투수는 굉장히 현실적인 자원이다. 5회에 선발이 흔들릴 때 한 박자 빨리 붙일 수도 있고, 7회 이후 오른손 타자 라인에서 승부를 걸 수도 있다. 필요하면 멀티 이닝도 계산할 수 있다.

초반 성적도 투자 판단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했다. 2026시즌 초반 이태양은 1군 등록 뒤 5경기 8이닝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표본은 작다. 8이닝만으로 시즌 전체를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중요한 건 KIA가 원했던 ‘빈칸 메우기’에 정확히 들어갔다는 점이다. 불펜에서 한 명이 1이닝을 막아주는 것과, 상황에 따라 1이닝 이상을 버텨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KIA처럼 선발진에 양현종, 네일 같은 계산 가능한 축이 있어도 시즌 중반 이후 부상과 로테이션 조정이 생길 수 있는 팀은 허리 자원이 중요하다. 선발이 5이닝에서 끊겼을 때 바로 필승조를 꺼내면 여름에 무너진다. 이태양 같은 투수가 6회를 흡수하면 7·8·9회의 순서가 훨씬 깨끗해진다.

김범수는 좌완이라는 희소성에 돈이 붙었다

김범수의 20억 원 계약을 두고는 처음부터 의견이 갈렸다. 통산 평균자책점만 보면 아주 안정적인 투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범수는 한화에서 481경기, 27승, 5세이브, 72홀드, 484탈삼진, 평균자책점 5.18을 남기고 KIA로 옮겼다. 그런데 2025년에는 73경기 48이닝, 평균자책점 2.25, 41탈삼진으로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KIA는 그 한 시즌의 반등을 ‘우연’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변화’로 본 것이다.

좌완 불펜은 시장에서 늘 비싸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 타순을 끊어야 하는 순간, 좌타자 중심 라인업을 상대해야 하는 순간, 감독은 좌완 카드를 갖고 싶어 한다. 김범수가 완벽한 투수라서 20억 원을 받은 게 아니라, KIA 불펜 구성에서 부족했던 각도를 채워줄 수 있어서 가격이 붙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김범수에게 붙는 진짜 질문

다만 김범수의 관건은 2025년 성적을 얼마나 재현하느냐다. 73경기 등판은 분명 강한 내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펜 투수에게 전년도 많은 등판은 다음 시즌 리스크이기도 하다. 구위가 조금만 떨어져도 볼넷이 늘고,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한 이닝을 맡는 투수로 쓰일 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KIA가 김범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계약 평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불펜 투자는 순위표보다 경기 감각을 먼저 바꾼다

야구에서 불펜 보강은 타자 영입보다 체감이 늦게 올 때가 많다. 홈런 한 방처럼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즌을 길게 보면 차이가 꽤 크다. 1점 차 리드를 지키는 경기, 동점에서 버티는 경기, 선발이 일찍 내려간 경기에서 불펜 한 장이 더 있다는 건 승패뿐 아니라 다음 경기 운영까지 바꾼다.

  • 이태양은 오른손 베테랑으로 중간 이닝과 추격조, 접전 상황을 오갈 수 있다.
  • 김범수는 좌완 카드로 타순의 방향을 바꾸고, 특정 매치업에서 벤치 선택지를 넓힌다.
  • 두 명이 버텨주면 기존 필승조의 연투 부담이 줄어든다.
  • 불펜 뎁스가 생기면 감독이 선발을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이게 24억 원 투자의 가장 큰 변화다. 선수 두 명의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KIA 마운드 전체의 사용법이 달라진다. 작년처럼 ‘오늘은 누가 막지’에 가까웠던 장면이 줄고, ‘이 상황이면 이 카드’라는 그림이 생긴다. 야구에서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도 이 투자는 아직 진행형이다

솔직히 24억 원이 싸다고만 말하긴 어렵다. 불펜 투수는 변동성이 큰 포지션이고, 한 시즌 반짝 성적에 가격이 붙으면 늘 부담이 따라온다. 김범수는 3년 계약이라 첫해만 잘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이태양도 베테랑인 만큼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4월의 좋은 흐름이 8월에도 이어지는지, 포스트시즌 경쟁이 걸린 9월에도 공 끝이 살아 있는지가 진짜 평가 지점이다.

그래도 KIA가 왜 이 돈을 썼는지는 분명하다. 2025년에 흔들렸던 구간이 너무 명확했고, 2026년에는 그 약점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다. 이태양과 김범수는 이름만 보면 한화 출신 이적생 듀오지만, 기록으로 보면 KIA가 경기 후반의 확률을 다시 설계하기 위해 집어 든 카드다. 24억 원의 가치는 결국 세이브 숫자 하나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선발이 내려간 뒤 관중이 느끼는 불안감, 감독이 꺼낼 수 있는 선택지, 그리고 접전에서 버티는 경기 수가 이 투자의 진짜 영수증이 될 것 같다.

KIA가 이태양·김범수에 24억을 써봤더니 불펜의 시간이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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