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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에이스라는 말이 왜 무거운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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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에이스라는 말이 왜 무거운지 보였다

요즘 삼성 경기를 보다 보면 원태인 등판일은 묘하게 계산기를 켜게 된다. 승패만 보면 아쉬운 날도 있고, 평균자책점만 보면 예전보다 흔들린 것처럼 보이는 날도 있는데, 이 투수는 늘 숫자 하나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좋은 공을 던지고도 흐름을 놓친 경기, 실점은 했지만 긴 이닝을 버틴 경기, 반대로 결과는 이겼는데 내용은 찝찝했던 경기가 섞여 있다.

원태인은 2000년생, 삼성의 2019년 1차 지명 투수다. 데뷔 초부터 선발 로테이션 안에서 시간을 먹었고, 20대 초반에 이미 ‘기대주’보다 ‘책임지는 선발’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사실 KBO에서 이 나이에 100이닝, 150이닝을 반복해서 던지는 국내 선발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원태인의 기록은 단순히 몇 승을 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선발로 버텼느냐에서 먼저 봐야 한다.

2021년, 원태인이 에이스 후보에서 에이스로 넘어간 해

원태인의 첫 번째 큰 점프는 2021년이었다. 그해 27경기에서 14승,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이닝도 160이닝을 넘겼고, 승수 순위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들어갔다. 어린 투수가 한 시즌 반짝 좋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삼성 선발진의 기준점을 확 올려놓은 시즌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 이후다. 보통 어린 선발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찍고 나면 다음 해에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원태인도 2022년 평균자책점이 3.92로 올라갔지만, 165⅓이닝을 던지며 10승을 채웠다. 내용이 완벽하지 않아도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는 힘, 이게 선발투수에게는 꽤 큰 가치다.

  • 2021년: 14승, 평균자책점 3.06, 164⅔이닝
  • 2022년: 10승, 평균자책점 3.92, 165⅓이닝
  • 2023년: 7승, 평균자책점 3.24, 150이닝

특히 2023년은 승수만 보면 손해를 본 시즌에 가깝다. 7승 7패라는 표면 성적은 평범해 보이지만, 평균자책점 3.24에 150이닝이면 국내 선발로는 충분히 상위권이다. 이때부터 원태인은 ‘승운’과 ‘실제 투구 내용’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 투수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2024년 15승, 다승왕의 숫자 뒤에 있던 이야기

2024년 원태인은 28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 159⅔이닝을 남겼다. KBO 기록실 기준으로 승리 부문 1위에 올랐고, 개인 한 시즌 최다승도 새로 썼다. 숫자만 놓고 보면 가장 화려한 시즌이었다. 삼성 팬들이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도 이 시기엔 꽤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2024년을 뜯어보면 마냥 매끈한 시즌은 아니었다. 리그 전체가 타고 흐름을 보였고, 원태인도 9월에는 페이스가 흔들렸다. 평균자책점 3.66은 2021년의 3.06보다 높지만, 15승이라는 결과가 붙으면서 시즌의 인상은 훨씬 강렬해졌다. 야구 기록이 재밌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같은 투수라도 어느 숫자를 먼저 보느냐에 따라 기억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2024년 원태인을 볼 때 가장 인상적인 건 ‘압도’보다 ‘복구 능력’이었다. 경기 초반에 주자가 쌓여도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빈도를 줄였고, 타선이 점수를 뽑아주는 날에는 선발승 요건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선발투수의 가치는 삼진 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5회와 6회, 그리고 불펜으로 넘기는 타이밍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가 팀 전체 흐름을 바꾼다.

2025년에는 더 조용하게 강했다

2025년 기록도 꽤 의미가 있다. 원태인은 27경기에서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 166⅔이닝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승수는 줄었지만 평균자책점은 내려갔고, 이닝은 더 늘었다. 특히 볼넷 억제 쪽이 좋아진 시즌으로 볼 수 있다. FanGraphs 기준 2025년 원태인의 9이닝당 볼넷은 1.46개 수준이었다. 선발투수가 볼넷을 줄이면 수비와 벤치 운영이 편해진다.

다만 탈삼진형 에이스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다른 결이다. 2025년 9이닝당 탈삼진은 5.83개로, 리그를 힘으로 찍어누르는 유형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오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장타를 맞더라도 볼넷으로 스스로 판을 키우는 상황을 줄이는 쪽에 가깝다. 솔직히 보는 맛은 강속구 투수보다 덜 화려할 수 있다. 그런데 시즌이 지나고 기록표를 보면 이런 투수가 팀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 뒤늦게 보인다.

  • 2024년: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 159⅔이닝
  • 2025년: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 166⅔이닝
  • 2025년 리그 순위 기록: 승리 6위, 이닝 9위, 평균자책점 8위

이 흐름을 보면 원태인은 한 해 반짝 뜬 투수가 아니라, 매년 다른 방식으로 생존법을 찾는 선발이다. 2021년에는 성장의 폭이 컸고, 2024년에는 타이틀을 가져갔고, 2025년에는 내용의 안정감이 더 좋았다. 같은 에이스라는 말 안에도 해마다 다른 얼굴이 있었다.

2026년 숫자는 경고등과 가능성이 같이 켜져 있다

2026년 8월 중순 KBO 기록실 기준 원태인의 시즌 성적은 18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 101⅓이닝이다. WHIP는 1.40, 피안타율은 0.294, 퀄리티스타트는 7번이다. 직전 몇 시즌의 안정감과 비교하면 분명 올라온 수치가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 합계 평균자책점 5.14, 피안타 76개는 그냥 운이 나빴다고 넘기기 어렵다.

근데 또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기도 애매하다. 볼넷은 시즌 23개로 아주 많은 편이 아니고, 피홈런도 4개다. 크게 얻어맞는 장타보다 안타가 이어지며 실점으로 연결되는 그림이 더 눈에 띈다. 그러면 해석은 조금 달라진다. 구위 저하 하나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 카운트 싸움 이후 결정구의 위치, 수비 시프트, 주자 있을 때의 피칭 패턴까지 같이 봐야 한다.

최근 10경기 안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6월 16일 키움전 6이닝 무실점, 7월 25일 두산전 6이닝 1실점 같은 경기는 여전히 원태인의 기본 체급을 보여준다. 반대로 7월 19일 롯데전 5이닝 6실점, 8월 13일 KIA전 5⅔이닝 6실점은 위기 관리가 흔들린 경기였다. 같은 투수의 한 달 안에 이렇게 다른 얼굴이 나온다는 건, 지금 원태인의 포인트가 ‘능력의 유무’보다 ‘재현성’에 있다는 뜻이다.

원태인을 보는 재미는 숫자 사이에 있다

원태인은 KBO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국내 선발이다. 어린 나이에 로테이션에 들어왔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꾸준히 150이닝 안팎을 책임졌으며, 2024년에는 15승으로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그래서 2026년의 흔들림도 더 크게 보인다. 기대치가 이미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원태인을 볼 때 승패보다 세 가지를 먼저 본다. 첫째, 6회까지 갈 수 있는 투구 수 관리. 둘째, 볼넷 없이 맞더라도 약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는지. 셋째, 실점한 다음 이닝에 다시 존을 공격하는지. 이 세 가지가 살아 있으면 평균자책점이 잠깐 흔들려도 회복할 여지가 있다.

원태인의 커리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미 보여준 시즌이 많아서 평가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다시 올라왔을 때의 설득력도 크다. 화려한 삼진보다 긴 이닝, 완벽한 무실점보다 팀이 계산할 수 있는 6이닝. 원태인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 현실적인 에이스의 무게감에 있다.

원태인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에이스라는 말이 왜 무거운지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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