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새얀 13년차에 3000만 원, 그 숫자가 더 크게 들렸던 이유

요즘 V리그 FA 소식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누가 어느 팀으로 갔느냐보다 숫자 하나가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전새얀의 13년차 3000만 원 연봉도 딱 그런 케이스였어요. 이름값만 놓고 보면 낯설고, 최근 기록까지 같이 놓고 보면 또 냉정하게 읽히는 숫자입니다.
13년차에게 붙은 3000만 원이라는 숫자
전새얀은 2025-2026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고, 한국도로공사와 연봉 3000만 원에 계약한 뒤 자유신분선수 절차를 거쳐 SOOP으로 향하는 흐름을 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도로공사와는 최저 연봉 수준의 FA 계약을 먼저 맺고, 이후 트레이드나 방출 후 타 구단 계약을 논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팬들에게 크게 다가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새얀은 갓 올라온 신인이 아니라 13년차 선수입니다.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6시즌 연속 100득점 이상을 올렸던 공격수였고, 도로공사에서 꽤 오랫동안 로테이션 안에 있던 이름이었죠. 그런데 3000만 원이라는 숫자는 커리어의 무게와는 꽤 멀리 떨어져 보입니다.
기록은 왜 이렇게 차갑게 바뀌었나
사실 전새얀의 커리어를 연봉 하나로만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합니다. 2020년 FA 때는 총액 8500만 원, 2023년 FA 때는 총액 2억1000만 원 계약까지 갔습니다. 2021년에는 연봉 1억3000만 원으로 올라섰다는 인터뷰도 있었고, 2021-2022시즌에는 225득점, 공격 성공률 35.10%라는 꽤 괜찮은 지표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2025-2026시즌 기록은 확 꺾였습니다. 18경기 출전, 23득점. 공격수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부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출전 시간이 줄었고, 전위에서 공을 받을 기회도 줄었고, 팀이 중요한 순간에 전새얀을 주 공격 옵션으로 쓰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 2021-2022시즌: 225득점, 공격 성공률 35.10%
-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6시즌 연속 100득점 이상
- 2025-2026시즌: 18경기 23득점
- 2026년 FA 흐름: 한국도로공사와 3000만 원 계약 후 SOOP 이적 수순
도로공사 밖으로 나가야 보이는 자리
전새얀이 도로공사에 계속 남았다면 상황은 더 빡빡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도로공사는 아웃사이드 히터 쪽 경쟁이 만만치 않은 팀입니다. 강소휘가 팀 공격의 중심축으로 들어왔고, 기존 자원들과 외국인·아시아쿼터 조합까지 맞물리면 베테랑 공격수가 다시 많은 볼 점유율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3000만 원 계약을 단순한 굴욕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겁니다. 냉정하게 보면 구단 입장에서는 샐러리캡과 선수단 구성을 맞추는 선택이었고, 선수 입장에서는 다른 팀에서 출전 가능성을 다시 찾기 위한 통로였습니다. 프로 세계에서 연봉은 과거 공로상이 아니라 다음 시즌 예상 역할에 붙는 가격표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씁쓸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인 지점입니다.
SOOP에서 필요한 건 많은 득점보다 선명한 역할
전새얀이 SOOP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예전처럼 한 시즌 200득점 이상을 바로 기대하는 방식은 조금 급합니다. 오히려 필요한 건 역할의 선명함입니다. 교체 투입 때 리듬을 바꾸는 공격, 원 포인트 서버 이상의 실질적 기여, 리시브 라인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이 세 가지가 먼저 보여야 합니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감독은 결국 더 안정적인 카드를 찾게 됩니다. 전새얀이 한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도 단순히 강타만 때려서가 아니라, 흐름이 막혔을 때 코트에 들어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장면들
개인적으로는 전새얀의 다음 시즌을 득점 순위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10점짜리 경기보다 4점짜리 경기에서 더 중요한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20-20 이후 한 번의 서브, 흔들린 리시브 뒤 어렵게 넘긴 연결, 상대 블로커를 늦게 만드는 연타 하나. 베테랑의 가치는 그런 작은 장면에서 더 자주 드러납니다.
물론 냉정한 기록표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13년차라는 말은 경험의 증거이지만 동시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전새얀에게 3000만 원은 낮아진 평가의 숫자이면서, 다시 코트 위에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는 출발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 이적은 화려한 뉴스는 아니어도, 시즌이 시작되면 은근히 자꾸 확인하게 될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