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선수 장가연을 기록으로 따라가 보니, 신예라는 말보다 더 흥미로운 장면들

얼마 전 LPBA 대진표를 넘겨보다가 장가연 이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아직 커리어 전체를 우승 횟수로 설명할 선수는 아닌데, 경기 흐름을 뜯어보면 그냥 ‘어린 유망주’라고만 부르기엔 꽤 많은 신호가 보이거든요. 당구선수 장가연은 2004년 3월 18일생, 캐롬 3쿠션을 주 종목으로 하는 선수입니다. 2023-24시즌부터 LPBA 무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왔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전국대회 경험을 쌓아온 쪽에 가깝습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보였던 승부 감각
장가연의 이야기를 볼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빨리 시작한 선수’라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때 큐를 잡았고, 중학교 진학 이후 선수 생활에 가까운 루틴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3쿠션은 어린 나이에 잘한다고 바로 결과가 따라오는 종목이 아닙니다. 공 배치, 두께, 회전, 힘 조절, 수비 판단까지 한 번에 엮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2022년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 여자 3쿠션 우승은 꽤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결승에서 한지은을 상대로 9점 차 열세를 뒤집고 25-24로 이긴 장면은 기록만 봐도 드라마가 있습니다. 25점제에서 9점 차는 짧은 랠리 몇 번으로 쉽게 좁혀지는 차이가 아닙니다. 상대가 먼저 리듬을 잡은 경기에서 후반에 공타를 줄이고, 자기 차례의 득점 기대값을 끌어올려야 가능한 역전입니다.
프로 첫 흐름, 숫자는 꽤 솔직하다
LPBA에 올라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잘 맞던 패턴도 프로 무대에서는 상대의 수비, 테이블 적응, 방송 경기 압박 때문에 흔들립니다. 장가연도 초반부터 완성형이라기보다는 기복을 안고 성장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PBA 공식 경기 기록 기준으로 보면, 장가연은 2023-24시즌 무대에서 최고 에버리지 0.814, 하이런 10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PBA에서 0.8대 에버리지는 어린 선수에게 분명 나쁘지 않은 출발선입니다. 다만 상위권에서 꾸준히 버티려면 단발 경기의 폭발력보다 여러 라운드를 지나도 평균을 유지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재밌는 건 최근 경기 기록에서 그 가능성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점입니다. 한 대회에서는 128강 김지연3전 20-15, 64강 황민지전 24-11, 32강 강지은전 세트스코어 3-0, 16강 최혜미전 3-1 승리를 거쳐 8강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대회 종합 에버리지는 0.893, 하이런은 6점이었습니다. 점수제와 세트게임을 합쳐 5경기를 치르며 169이닝을 소화했다는 건, 단순히 운이 좋았던 하루보다는 여러 경기에서 자기 리듬을 유지했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장가연 경기의 키워드는 난구와 버티기
장가연이 인터뷰에서 스스로 언급한 장점 중 하나가 난구 처리입니다. 이 말은 팬 입장에서 꽤 흥미롭게 들립니다. 난구를 잘 친다는 건 단순히 어려운 공을 맞힌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보통은 공격 루트를 여러 개 상상하고, 실패했을 때 남는 배치까지 계산한다는 의미가 같이 붙습니다.
LPBA 기록을 보면 장가연의 뱅크샷 비율이 경기마다 꽤 눈에 띄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대회에서는 종합 뱅크샷 비율 25.0%가 나왔고, 점수제 구간만 보면 40.9%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수치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뱅크샷 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선택지가 막혀서 뒤돌리기나 길게 빼는 샷에 의존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반대로 배치를 읽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장가연에게 더 중요한 건 공타율입니다. 같은 기록에서 종합 공타율은 54.9%였습니다. 아직 상위권 강자들과 비교하면 줄일 여지가 큽니다. 그런데 16강, 32강 같은 세트게임에서 이기는 경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세트제는 한 번 흐름이 넘어가면 짧은 시간에 세트가 날아갑니다. 그래서 어린 선수에게 세트제 승리는 멘탈 테스트에 가깝습니다.
팀리그 경험이 만든 다른 얼굴
장가연을 개인투어 기록으로만 보면 빠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팀리그 경험입니다. 프로 무대에서 팀리그는 기술보다 표정 관리와 분위기 적응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옆에 동료가 있고, 벤치가 있고, 한 세트의 승패가 팀 전체 흐름으로 번집니다.
처음 휴온스 소속으로 팀리그에 들어갔을 때 장가연은 신예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에스와이 빌더스 소속으로 언급되는 시점까지 오면서,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팀 전력 안에서 쓰임새를 만들어가는 선수로 보는 시선이 생겼습니다. 이 과정은 개인 랭킹 숫자만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LPBA에서 오래 가는 선수들은 대부분 자기 샷 하나만이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를 견디는 법을 빨리 배웁니다.
- 강점: 어린 나이에 쌓은 전국대회 경험과 난구 대응력
- 관전 포인트: 초반 공타율을 얼마나 빨리 낮추는지
- 성장 지표: 0.8대 에버리지를 여러 대회에서 반복할 수 있는지
- 변수: 세트제에서 리듬을 잃었을 때 회복 속도
당구선수 장가연을 보는 재미
솔직히 장가연의 현재 위치를 너무 급하게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LPBA에는 김가영, 스롱 피아비, 김세연, 이미래처럼 큰 경기 경험과 우승 루틴을 가진 선수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과 비교하면 장가연은 아직 증명할 구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바로 그 지점이 재미입니다.
완성된 챔피언을 보는 맛이 있다면, 기록이 조금씩 올라오는 선수를 따라가는 맛도 있습니다. 25-24 역전승을 만들었던 아마추어 시절의 기억, 프로에서 8강까지 밀고 올라간 흐름, 종합 에버리지 0.893 같은 숫자는 장가연이 단순한 화제성에 머물 선수는 아니라는 힌트처럼 보입니다.
당구선수 장가연의 다음 단계는 분명합니다. 한 경기의 임팩트보다 한 시즌의 밀도입니다. 하이런 한 번보다 공타 한 번을 줄이는 쪽, 예쁜 공격보다 다음 배치까지 생각하는 쪽으로 숫자가 움직이면 랭킹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아직은 흔들림이 보이지만, 그 흔들림 안에서 자기 방식으로 답을 찾는 선수를 보는 건 스포츠 팬에게 꽤 괜찮은 즐거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