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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 13억 잔류를 숫자로 뜯어봤더니, 현대캐피탈의 선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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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 13억 잔류를 숫자로 뜯어봤더니, 현대캐피탈의 선택이 보였다

얼마 전 FA 공시를 보다가 ‘현대캐피탈 허수봉 최고액 잔류’라는 한 줄에서 꽤 오래 멈췄습니다. 남자배구에서 13억원이라는 숫자는 그냥 높은 연봉이 아니라, 리그가 국내 공격수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는지 보여주는 신호처럼 보였거든요. 응원팀을 떠나 이 계약은 재미있습니다. 몸값, 보상 규정, 팀 구성, 그리고 허수봉이 실제로 남긴 기록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습니다.

13억원은 무엇을 넘어섰나

한국배구연맹이 공시한 2026년 남자부 FA 계약 결과에서 허수봉은 현대캐피탈과 보수 총액 13억원 조건으로 남았습니다. 구성은 연봉 8억원, 옵션 5억원입니다. 알려진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시장을 흔든 숫자는 2026-27시즌 보수 기준 13억원이었습니다. 종전 남자부 최고액이던 KB손해보험 황택의의 12억원을 1억원 넘어섰죠.

배구 FA에서 1억원 차이는 작은 장식이 아닙니다. 최고액 기록은 다음 시장의 기준점이 됩니다. 특히 세터가 세웠던 최고 몸값을 아웃사이드 히터가 넘어섰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V리그 남자부에서 국내 공격수의 희소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기록이 먼저 몸값을 끌어올렸다

허수봉의 2025-26시즌 숫자는 꽤 단단합니다. 정규리그 35경기에서 538점을 올렸고, 경기당 평균으로는 약 15.4점입니다. 전체 득점 순위로는 9위권, 국내 선수로는 최상단이었습니다. 외국인 공격수들이 득점표 앞줄을 차지하는 리그 구조를 생각하면, 국내 선수가 이 정도 화력을 꾸준히 냈다는 건 단순한 인기 이상의 가치입니다.

  • 정규리그 35경기 538득점
  • 국내 선수 득점 1위권, 전체 득점 9위권
  • 공격 성공률 약 53.4%
  • 오픈 공격 성공률 약 44%대
  • 후위 공격 성공률 약 58%대

득점만 많은 선수가 아니었다

사실 득점만 많으면 평가는 반쪽입니다.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다 보면 성공률이 떨어지고, 수비가 읽기 쉬워지는 순간도 생기니까요. 그런데 허수봉은 공격 성공률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을 찍었습니다. 많이 때리면서도 효율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몸값을 설득하는 가장 강한 숫자입니다.

게다가 그는 2024-25시즌 현대캐피탈의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어진 트레블 과정에서 정규리그 MVP까지 받았습니다. 2025-26시즌에는 팀이 정상까지 닿지는 못했지만,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흐름에서 국내 에이스의 존재감은 계속 유지됐습니다. 시장은 과거의 영광만 보지 않습니다. 최근 경기력까지 이어졌을 때 돈이 움직입니다.

잔류가 더 현실적이었던 이유

허수봉이 FA 시장에 나오자 여러 팀의 관심이 붙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가 500점대 득점과 50%대 공격 성공률을 동시에 보여주면, 전력판이 바로 바뀝니다. 그런데 실제 영입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허수봉은 A등급 FA였습니다. 다른 팀이 데려가려면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5명 밖의 보상선수 1명,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원소속팀에 줘야 하는 구조입니다. 전 시즌 연봉이 8억원이었으니, 계산은 금방 나옵니다. 16억원과 선수 1명, 아니면 24억원입니다.

그러면 상대 구단 입장에서는 계약 보수만 보는 게 아니라 보상 비용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허수봉이 매력 없는 카드였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확실한 카드라서 총비용이 커졌습니다. 현대캐피탈이 최고 대우를 제시하고, 선수도 잔류에 무게를 둔 흐름은 그래서 꽤 현실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현대캐피탈이 산 건 득점보다 예측 가능성

프로팀이 큰돈을 쓸 때 진짜 사고 싶은 건 다음 시즌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힘입니다. 허수봉은 그 지점에서 현대캐피탈에 맞는 선수입니다. 이미 팀 시스템을 알고, 큰 경기 압박을 견뎠고, 주장으로서 라커룸 안의 무게도 갖고 있습니다. 숫자와 관계성이 같이 쌓인 선수라는 뜻입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만 붙잡은 것도 아닙니다. 주전 세터 황승빈도 보수 총액 6억원 조건으로 잔류했습니다. 공격수와 세터가 함께 남는다는 건 단순한 전력 유지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시즌 초반 호흡을 다시 맞추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클러치 상황에서 익숙한 패턴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물론 13억원은 압박입니다. 최고액은 늘 박수와 동시에 기준표가 됩니다. 조금만 흔들려도 ‘그 돈을 받을 만한가’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특히 옵션 5억원이 붙은 구조라면, 기록과 성과를 향한 시선은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시즌 코트에서 보일 장면

제가 이 계약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허수봉 개인의 몸값 경쟁보다, 남자배구가 국내 에이스를 평가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구조 속에서도, 국내 공격수가 팀의 중심축으로 인정받으면 시장은 확실히 반응합니다.

허수봉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합니다. 13억원의 상징성을 단발성 뉴스가 아니라 시즌 내내 반복되는 장면으로 바꿔야 합니다. 20점짜리 폭발력도 필요하지만, 안 풀리는 날에도 15점 안팎을 버텨주는 안정감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도 이 잔류는 현재 전력 보존이면서 동시에 우승권 재도전을 향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스포츠에서 큰 계약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줍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선수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더 크게 보이니까요. 그래도 허수봉의 13억원은 뜬금없는 보상이 아니라, 최근 두 시즌의 기록과 팀 내 지위가 만든 자연스러운 가격에 가깝습니다. 이제 남은 건 코트입니다. 그 숫자가 부담으로 남을지, V리그 남자부 국내 에이스의 새 기준으로 굳어질지는 다음 시즌 랠리 속에서 훨씬 선명해질 겁니다.

허수봉 13억 잔류를 숫자로 뜯어봤더니, 현대캐피탈의 선택이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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