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기록을 다시 봤더니, 슈터라는 말이 너무 좁았다

얼마 전 B리그 기록표를 다시 보다가 이현중 이름 앞에서 꽤 오래 멈췄다. 평균 17.4점, 5.6리바운드, 2.7어시스트. 여기까지도 충분히 좋은데, 진짜 눈길이 간 건 3점슛 187개와 성공률 47.9%가 같은 줄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슈터에게 많이 던지고 정확히 넣는 일은 생각보다 같이 가기 어렵다. 그런데 이현중은 그 둘을 한 시즌 안에 묶어냈다.
이현중을 볼 때마다 흥미로운 건 이미지와 실제 역할 사이의 간격이다. 많은 팬이 그를 ‘장신 슈터’로 기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현중은 코너에 서서 패스만 기다리는 선수가 아니다. 201cm에 가까운 사이즈로 수비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트랜지션에서 먼저 뛰며, 상대 수비가 한 발만 늦어도 바로 슛 밸런스를 만든다. 숫자가 그 변화를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나가사키에서 폭발한 한 시즌
B.LEAGUE 공식 기록 기준, 이현중의 2025-26 정규리그는 57경기 평균 29분대 출전, 17.4점, 5.6리바운드, 2.7어시스트였다. 야투 성공률은 56.5%, 자유투는 82.0%. 그리고 3점은 경기당 6.8개를 던져 3.3개를 넣었다. 성공률 47.9%다. 단순히 감이 좋은 시즌이라고 넘기기엔 표본이 너무 크다.
- 정규리그 57경기 992점
- 3점슛 187개 성공
- 3점슛 성공률 47.9%
- 플레이오프 7경기 평균 19.4점, 6.7리바운드
나가사키 벨카가 47승 13패로 정규리그를 마친 것도 이현중의 기록과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 팀은 경기당 91.2점을 올렸고, 빠른 템포 속에서 외곽 생산력을 크게 가져갔다. 이현중은 그 공격의 끝점이면서 동시에 간격을 넓히는 선수였다. 공을 잡지 않은 시간에도 수비를 옆으로 끌고, 그 결과 팀 동료에게 돌파 길이 생겼다.
47.9%라는 숫자가 더 무거운 이유
3점 성공률 47.9%만 보면 ‘손끝이 뜨거웠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시도 수다. 경기당 1~2개 던져서 만든 고효율과, 경기당 6개 이상 던지며 유지한 고효율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수비는 그를 스카우팅 리포트 맨 앞줄에 올려놓고 나왔을 텐데도 이현중은 매 경기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리듬으로, 비슷하게 득점을 쌓았다.
이건 단순한 캐치앤슛 능력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 스크린을 돌아 나오는 타이밍, 수비가 언더로 빠지는 순간의 판단, 트레일러로 따라오다 던지는 전환 3점까지 섞여야 가능한 수치다. 특히 187개 성공은 슛 감각보다 반복성에 가깝다. 한두 경기의 폭발이 아니라 시즌 전체에서 상대가 알고도 막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대표팀에서는 또 다른 무게가 붙었다
대표팀 기록을 보면 이현중의 역할은 더 넓어진다. 2025 FIBA 아시아컵에서 그는 5경기 평균 19.8점, 7.6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가장 앞에 섰고, 공격 효율 지표에서도 팀의 중심이었다. 레바논전 28점, 중국전 22점 같은 경기는 단순 득점 이상으로 의미가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농구는 늘 사이즈와 피지컬의 압박을 받는다. 이현중이 중요한 이유는 그 틈을 다른 방식으로 벌린다는 데 있다. 빅맨처럼 골밑을 찍어 누르진 않지만, 큰 포워드 수비수를 외곽으로 끌고 나와 공간을 만든다. 또 리바운드에 들어가면서도 바로 다음 공격에서 스페이싱을 회복한다. 대표팀 입장에선 득점원 하나가 아니라 공격 구조를 바꾸는 카드다.
NBA 문턱에서 남은 숙제
이현중의 커리어 흐름을 길게 보면 더 재미있다. 데이비슨대 시절 그는 통산 84경기 평균 12.7점, 3점 성공률 39.7%를 남겼다. 2021-22시즌에는 15.8점, 6.0리바운드까지 올리며 미국 대학 무대에서 이미 슈팅 재능을 증명했다. 하지만 G리그 산타크루즈 시절에는 12경기 평균 5.5점, 3점 성공률 29.2%에 그쳤다. 그때는 몸 상태, 적응, 출전 시간 모두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26년 서머리그 흐름이 더 눈에 들어온다. 샌안토니오 소속으로 뛴 5경기에서 평균 17분가량을 뛰며 9.2점, 3.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유타전 22점은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경기였다. 물론 NBA 로스터 경쟁은 냉정하다. 3점 33.3%는 더 끌어올려야 하고, 수비에서 스위치 상황을 버티는 장면도 계속 증명해야 한다. 다만 예전보다 분명해진 건 있다. 이제 그는 ‘가능성 있는 슈터’가 아니라, 여러 리그에서 실제 생산량을 만든 포워드다.
숫자 뒤에 남는 인상
이현중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선수가 자기 장점을 잃지 않은 채 역할을 넓혀온 과정이 보인다. 슛은 여전히 출발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슛 때문에 리바운드가 살아나고, 그 리바운드 때문에 출전 시간이 늘고, 늘어난 출전 시간 속에서 공격의 책임까지 커졌다. 좋은 슈터가 좋은 선수로 변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조용하지만, 기록표에는 꽤 크게 찍힌다.
솔직히 이현중을 보는 재미는 다음 단계가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B리그에서 우승과 개인 기록을 동시에 잡았고, 대표팀에서는 에이스의 무게를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그 숫자가 더 높은 무대에서도 반복될 수 있느냐다. 팬 입장에서는 기대를 너무 앞세우기보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수비를 흔들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지 보는 쪽이 훨씬 재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