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코뼈 골절 뒤 복귀전이 더 놀라웠다

9월 9일 KIA와 NC의 경기를 보다가 김도영이 타석에서 얼굴을 감싸는 장면에 화면을 다시 봤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게 아니었다. 기습번트를 댄 타구가 배트를 맞고 튀어 올라 자기 얼굴을 때렸다. 코뼈 골절이라는 진단이 나온 뒤에는 시즌 막판 기록과 아시안게임 출전이 한꺼번에 걱정됐다. 그런데 나흘 뒤 복귀전에서 나온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다.
번트 하나가 멈춰 세운 40홈런 타자의 시간
상황은 9월 9일 NC전 4회말, KIA가 0대3으로 뒤진 무사 1루였다. 김도영은 송명기의 시속 148㎞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공이 배트를 맞고 얼굴로 튀었고, 김도영은 출혈 뒤 박민과 교체됐다.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CT 검사를 받은 결과는 비골, 즉 코뼈 골절이었다. 그날 밤 부러진 뼈를 제자리로 맞추는 수술도 받았다.
부상 시점이 더 아쉬웠다. 김도영은 9월 8일 삼성전에서 시즌 40호 홈런을 친 직후였다. KBO 발표를 보면 8월에는 타율 0.321, 6홈런, 16득점, 장타율 0.714로 월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여름부터 쌓아 온 흐름이 기록으로 이어지던 때에 뜻밖의 타구가 날아든 셈이다. 골절 직후에는 며칠을 쉬어야 하는지보다 타석에 다시 서는 순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다.
수술 나흘 뒤 3번 지명타자로 돌아오다
KIA는 처음에 회복 상태를 보고 복귀 시점을 판단하겠다고 했다. 9월 11일 퇴원한 김도영은 13일 한화전 선발 명단에 3번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부터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만 지명타자 출전만으로 얼굴 상태나 수비 준비까지 모두 확인됐다고 볼 수는 없다.
복귀전 내용은 선명했다. 김도영은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5회말 1사 3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시즌 100타점을 채웠고, 7회와 8회에도 적시타를 보탰다. KIA는 한화에 9대2로 이겼다. 안타 세 개도 인상적이지만, 득점권에서 필요한 점수를 연달아 가져온 대목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이날 김도영은 이미 채운 40홈런과 100득점에 100타점을 더해, 역대 최연소 단일 시즌 40홈런·100타점·100득점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보도 기준 당시 나이는 22세 11개월 11일이다. 이승엽이 1999년에 세운 기록보다 9일 빨랐다. 코뼈 수술 뒤 첫 경기에서 나온 기록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빠른 복귀를 읽을 때 구분해야 할 것
복귀전의 3안타는 김도영이 그날 타석에서 제 몫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하지만 한 경기의 타격 결과를 부상이 완전히 나았다는 뜻으로 넓혀 읽을 수는 없다. 앞서 KBO는 수술한 병원의 진단서와 담당 의사의 훈련 및 경기 출전 가능 소견을 확인한 뒤, 9월 14일 대표팀 소집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출전 결정에는 의료진 판단이 있었고, 13일 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 뛰었다는 두 사실을 함께 봐야 한다.
대표팀에도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김도영은 3루를 맡을 수 있는 중심 타자다. 당시 문보경의 허리 통증까지 겹쳐 내야 배치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김도영의 상태는 타순뿐 아니라 수비 운영과도 연결됐다. 그래서 복귀전의 안타 수와 대표팀 합류 소식만큼, 이후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꾸준히 뛰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시즌 숫자로 다시 본 부상의 무게
시즌이 끝난 뒤 KBO 기록실에 남은 김도영의 2026년 성적은 135경기, 타율 0.308, 45홈런, 118타점, 120득점이다. 출루율 0.413에 장타율 0.647을 더한 OPS는 1.060. 홈런은 리그 1위였고, 2024년에 친 38개보다 7개 많았다. 9월 초의 코뼈 골절이 시즌 전체를 끊어 놓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최종 기록에서 보인다.
그렇다고 45홈런만 보고 부상 장면을 가볍게 넘기고 싶지는 않다. 9일의 갑작스러운 교체, 수술, 13일의 지명타자 복귀와 3타점, 그리고 시즌 끝의 홈런 1위가 한 선수의 가을에 이어져 있다. 숫자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건 홈런 하나보다도, 얼굴에 타구를 맞은 뒤 다시 타석에 서서 득점권의 공을 안타로 만든 그 첫 경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