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카스트로 경기 중 자진 교체 그 뒤가 더 놀라웠다

9월 11일 KIA와 SSG 경기를 보다가 카스트로가 2루 베이스에 주저앉는 장면에서 한동안 화면을 놓지 못했다. 바로 앞에서 적시 2루타를 쳤는데, 기뻐할 틈도 없이 대주자를 불렀다. 타구 하나가 동점의 발판이 된 순간, 그 타구를 친 선수의 몸 상태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
1회 사구가 3회 적시타 뒤까지 남았다
광주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해럴드 카스트로는 4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첫 타석, SSG 선발 이준기의 공이 오른쪽 무릎 아래 정강이 부위를 때렸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지만 카스트로는 1루로 나갔고, 수비에도 계속 들어갔다.
문제는 다시 달릴 때 드러났다. KIA가 0대 2로 뒤진 3회말 1사 1·2루, 카스트로는 우익수 쪽으로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박정우가 홈을 밟아 점수는 1대 2. 그런데 2루에 도착한 카스트로는 통증을 호소하며 앉았고, 이호연이 대주자로 들어왔다. 스포츠경향의 현장 보도를 보면 첫 타석의 사구를 견디며 뛰다가 2루타를 치고 달리는 과정에서 통증이 다시 커진 흐름이다. '자진 교체'라는 말만 보면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 듯하지만, 시작점은 1회에 맞은 공이었다.
교체된 선수가 만든 한 점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기록을 따라가면 이 장면이 더 묘하다. SSG가 3회초 KIA 수비 실책을 틈타 두 점을 먼저 가져갔는데, KIA는 바로 다음 공격에서 카스트로의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이어 나성범의 희생플라이로 2대 2 동점. 카스트로는 경기를 끝까지 뛰지 못했지만, 그의 유일한 안타가 반격의 첫 점을 만든 셈이다.
이후 5회말 박재현의 솔로 홈런으로 KIA가 3대 2로 앞섰고, 7회와 8회에 한 점씩 보태 5대 2로 이겼다. 3연패도 여기서 끊었다. 양현종은 3회에 내준 두 점이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된 가운데 승리투수가 됐다. 스코어만 보면 넉넉한 세 점 차 승리지만, 3회말에는 추격의 출발점과 주전 타자의 교체가 한 타석에 겹쳐 있었다.
사실 이런 경기는 최종 점수보다 교체 시점이 오래 남는다. 카스트로의 2루타가 없었다면 그 이닝에 같은 방식으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반대로 통증을 참고 계속 뛰게 했다면 이후 타석이나 수비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도 알 수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적시타로 팀에 기여한 직후, 더 뛰기 어렵다는 신호가 나왔고 벤치가 곧바로 선수를 바꿨다는 사실이다.
검진 결과와 다음 날 선발 출전은 따로 봐야 한다
교체 직후에는 걱정할 만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4월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빠진 적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다친 부위와 경위가 달랐다. 9월 11일 구단 지정병원 검진 결과는 오른쪽 다리의 단순 타박상이었다. 장기 이탈을 떠올리게 한 장면에 비해 진단은 가벼웠지만, 그날 남아 있던 통증까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날인 12일 수원 KT전에서는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카스트로가 괜찮다고 했고, 지명타자보다 수비에 나가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전에는 달리다가 멈춰 섰던 선수가 다음 경기에는 수비 자리까지 맡은 것이다. 출전 여부가 확인된 만큼 11일의 교체를 장기 부상으로 이어진 사건처럼 읽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선발 복귀만으로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카스트로의 빈자리를 걱정한 이유
그날 KIA 타선은 이미 김도영의 코뼈 부상으로 구성이 달라진 상태였다. 이범호 감독은 박정우, 김민규, 박재현을 1~3번에 배치하고 카스트로를 4번에 뒀다. 초반에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득점 기회를 만들겠다는 선택이었다. 그 뒤에서 주자를 불러들일 카스트로가 빠지면, 단순히 타자 한 명을 교체하는 것보다 타순 전체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 장면은 부상 소식 하나로만 기억하기 아깝다. 1회 사구, 3회 추격의 2루타, 곧바로 이어진 교체, 그리고 다음 날 선발 복귀까지 흐름이 짧고 선명하다. 내게 가장 오래 남는 기록은 카스트로의 1타점이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그 한 점을 만들었고, KIA는 그 점을 동점과 역전으로 이어갔다. 야구 기록 한 줄 뒤에 그 선수가 언제 멈췄는지까지 봐야 경기의 온도가 제대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