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두산 LG를 다시 본 이유

경기 기록지를 다시 넘겨보다가 7회 초에서 한참 멈췄다. 2026년 10월 1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LG의 4대1 승리로 끝났다. 점수만 보면 비교적 차분한 경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두산이 한 점 차까지 따라붙던 순간의 타구 하나를 떠올리면, 이 경기는 훨씬 팽팽하게 읽힌다.
같은 잠실, 다른 출발선
정규시즌 4위 LG와 5위 두산의 맞대결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규정상 LG는 두 경기 중 한 번만 비겨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고, 두산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했다. 두산에는 첫 경기부터 물러설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두 팀이 함께 써온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가을 경기라 한 장면의 무게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선발 기록만 놓고 보면 두산의 기대가 컸을 법하다. 곽빈은 정규시즌 16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24, 탈삼진 197개를 기록했다. LG 선발 카라스코의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4.05였다. 하지만 단판에 가까운 경기에서는 시즌 전체의 숫자보다 첫 득점과 위기에서 잡는 아웃카운트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
곽빈의 삼진 10개보다 먼저 찍힌 2점
두산은 1회 초 박찬호의 안타와 도루로 2사 3루를 만들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곧바로 LG가 점수를 냈다. 1회 말 홍창기가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갔고, 박해민의 땅볼 뒤 1사 1루에서 오스틴이 곽빈의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두산이 먼저 만든 득점 기회는 비어 있었고, LG의 첫 기회는 2점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곽빈이 무너진 경기는 아니었다. 2회 말에는 안타와 볼넷, 수비 실책이 겹쳐 무사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홍창기, 박해민, 오스틴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홈런을 맞은 오스틴에게 곧바로 삼진을 잡아낸 장면까지 포함하면 곽빈의 구위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종 기록도 6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이었다. 다만 2회에 지워낸 실점 위기와 달리, 1회에 내준 두 점은 끝까지 점수판에 남았다.
카라스코의 방식은 달랐다. 삼진은 3개였지만 6이닝 동안 안타를 4개만 허용했다. 두산은 2회 선두타자 김민석이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정수빈의 직선타가 병살로 이어졌고, 6회에는 조수행이 볼넷과 도루로 2루에 갔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카라스코가 강하게 밀어붙인 경기라기보다, 두산이 연결할 틈을 좀처럼 찾지 못한 경기였다.
7회 초, 4대1을 다르게 보이게 한 수비
가장 길게 남는 장면은 7회 초다. 세베리노의 안타에 이어 양의지가 2루타를 쳐 무사 2·3루. 두산은 한 번의 장타로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LG가 투수를 케네디로 바꾼 뒤 김민석이 삼진을 당했지만, 강승호의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만루가 됐다. 두산 벤치는 정수빈 타석에 양석환을 내며 승부를 걸었다.
양석환의 타구는 우중간 깊숙이 향했다. 박해민이 이를 잡아내면서 기록은 희생플라이, 두산의 득점은 한 점에 그쳤다. 두산은 이어 2사 2·3루까지 만들었으나 박지훈이 땅볼로 물러났다. 안타 수나 투수 기록만 보면 놓치기 쉬운 수비다. 그 타구가 빠졌다면 같은 7회라도 두 팀의 계산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LG가 2대1의 리드를 지키며 이닝을 끝낸 배경에는 박해민의 수비 범위가 있었다.
8회에 벌어진 점수 차의 의미
두산은 8회 초에도 조수행의 볼넷과 박찬호의 희생번트, 안재석의 볼넷으로 1사 1·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베리노와 류승민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의 이날 안타는 4개, 득점도 7회 희생플라이로 낸 한 점뿐이었다. LG보다 적은 안타 자체보다, 주자가 쌓였을 때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더 아팠다.
LG는 8회 말 다른 방식으로 달아났다. 송찬의의 안타와 구본혁의 희생번트, 박동원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신민재가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한 점을 보탰다. 이어 폭투로 한 점이 더 들어왔다. 오스틴의 홈런으로 시작한 득점이 마지막에는 번트와 상대 투수의 흔들림으로 이어진 셈이다. LG는 8안타에 실책 없이 경기를 마쳤고, 두산은 실책 2개를 기록했다.
KBO 경기 기록의 최종 점수는 LG 4, 두산 1이다. 하지만 그 숫자 사이에는 곽빈의 만루 탈출, 두산의 7회 만루 기회, 박해민의 포구가 차례로 놓여 있다. 내게는 홈런 한 방으로 끝난 경기보다, 그 뒤 여섯 이닝을 버티고 결정적인 타구를 잡아낸 쪽이 이 승리의 표정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