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재 아기 소식에 기록표를 다시 봤다

며칠 전 전민재 아기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오가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올 시즌 기록표를 다시 열었다. 가족 소식에는 축하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그런데 경기와 기록을 챙겨 보는 팬이라면 한 가지를 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전민재는 2026년 그라운드에서 어떤 시즌을 보냈을까.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기록표로 돌아온 이유
온라인에서는 전민재의 아기 사진을 두고 반가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가족의 이름이나 생활, 결혼 일정처럼 경기 밖의 세부 사항은 공개된 범위를 넘어 짐작하고 싶지 않다. 선수 본인이 보여준 장면을 축하하는 것과 사적인 빈칸을 팬이 채우는 것은 다른 일이다.
‘아빠가 됐으니 야구를 더 잘했다’는 식의 이야기도 조심스럽다. 가정의 변화가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타율이나 타점이 오른 이유를 가족에게서 곧바로 찾을 근거는 없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경기 수와 타석, 안타를 놓고 보면 전민재가 팀에서 맡은 역할은 꽤 선명하게 보인다.
140경기와 520타석이 말하는 것
KBO 기록 기준으로 전민재는 2026년 롯데에서 140경기에 나섰다. 520타석, 472타수 131안타를 기록했고 타율은 0.278이다. 시즌을 앞두고 말했던 ‘세 자릿수 안타’ 목표를 실제 기록으로 넘긴 셈이다. 100안타 달성도 반갑지만, 내 눈에는 140경기 출장이 더 크게 들어온다. 한두 달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 기록이 아니라 긴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서며 쌓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전민재는 두산에서 뛰다가 2024년 11월 트레이드로 롯데에 왔다. 이적 뒤에는 출전 기회가 커졌고, 2026년에는 유격수로 긴 시즌을 치렀다. 7월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출전한 86경기 중 두 경기를 빼고 선발로 나섰으면서도 자신을 주전 유격수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팬이 보는 입지는 이미 커졌는데, 선수는 여전히 경쟁 중이라는 감각을 놓지 않은 것이다.
유격수에게 140경기는 타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매 경기 타구 판단과 송구를 반복하고, 내야 수비 위치를 맞추며 동료와 호흡을 이어가야 한다. 물론 출전 경기 수 하나만으로 수비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시즌 대부분을 맡길 수 있었다는 사실은 팀이 그 자리를 운영한 방식을 보여준다.
타율 0.278 뒤에 있는 공격의 모양
131안타 가운데 2루타는 21개, 홈런은 9개였다. 70타점과 50득점, 도루 13개도 남겼다. 출루율 0.328과 장타율 0.379를 더한 OPS는 0.707이다. 홈런 하나로 경기를 뒤집는 장면만 떠올리면 이 시즌의 성격을 놓치기 쉽다. 전민재는 안타를 꾸준히 쌓고 주자가 있을 때 공격을 이어가는 쪽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득점권 타율은 0.286으로 시즌 타율 0.278보다 조금 높았다. 차이는 8리뿐이다. 이 숫자만으로 ‘결정적 순간에 특별히 강했다’고 단정할 만큼 큰 간격은 아니다. 다만 70타점이라는 결과와 함께 보면, 득점 기회에서 맡은 타석이 시즌 기록에 어떻게 쌓였는지 떠올리게 한다. 기록은 선수를 설명하는 출발점이지, 한 줄짜리 성격표는 아니다.
볼넷 34개와 삼진 105개도 같이 볼 만하다. 안타와 타점이 늘어난 시즌에도 타석마다 원하는 결과를 얻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경기를 뛰면 상대 투수의 대응을 계속 겪고, 타격감이 떨어지는 구간도 지나야 한다. 그래서 140경기에서 만든 131안타는 짧은 상승세와는 다른 무게를 가진다.
유격수 전민재를 다음 시즌에도 볼 때
전민재의 2026년 기록에는 실책 16개도 적혀 있다. 이 숫자를 빼고 칭찬만 할 필요는 없고, 실책 수만 보고 수비 전체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처리한 타구의 난도와 범위, 송구 상황은 한 칸의 숫자에 다 담기지 않는다. 수비를 더 깊게 보려면 실제 경기 장면과 다른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민재는 시즌 중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야가 넓어졌고, 동료와 외야수의 위치도 살피게 됐다고 말했다. 수비가 좋아졌다는 판정을 그 말만으로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유격수가 타구 하나를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야의 흐름을 읽으려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다음 시즌에는 실책 숫자와 함께 어려운 타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속 출전 속에서도 움직임이 유지되는지를 눈여겨보고 싶다.
전민재 아기 소식은 축하할 일이고, 140경기 131안타는 그와 별개로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만든 결과다. 두 이야기를 억지로 원인과 결과로 묶을 필요는 없다. 내년에도 전민재가 유격수 자리에 선다면, 나는 가족 이야기를 캐기보다 첫 타구를 향해 움직이는 발과 긴 시즌을 버텨 내는 기록을 계속 챙겨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