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스므렉 기록을 따라가니 높이보다 변화가 보였다

얼마 전 캐나다 여자배구 경기를 보다가 안나 스므렉의 이름을 다시 메모했다. 키가 2m를 넘는 선수라 처음에는 높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대학 시절부터 국제대회까지 기록을 이어서 보니 더 흥미로운 건 역할의 변화였다. 위스콘신대에서는 미들블로커와 라이트 공격수를 오갔고, 캐나다 대표팀에서는 아포짓으로 출전한다. 같은 선수의 숫자라도 어디에서 어떤 공을 받았는지에 따라 읽는 법이 달라진다.
위스콘신에서 쌓은 기록은 높이만 설명하지 않는다
위스콘신대 공식 기록에서 스므렉의 2023년 공격 성공은 316개, 공격 범실은 67개, 시도는 597개다. 대학배구의 공격 효율은 성공에서 범실을 뺀 뒤 시도로 나누는데, 이 시즌 수치는 0.417이었다. 공을 많이 때리면서도 효율을 유지했다는 얘기다. 블로킹도 세트당 1.19개를 기록했다. 공격과 네트 수비 양쪽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시즌이었다.
2024년에는 공격 성공이 다시 316개였지만 시도는 712개로 늘고 범실도 93개가 됐다. 공격 효율은 0.313으로 내려갔다. 성공 개수만 보면 제자리걸음처럼 보이지만, 115번 더 공격한 사실을 함께 봐야 한다. 세트당 공격 성공은 2023년 2.72개에서 2024년 2.85개로 올랐고, 블로킹은 세트당 1.30개를 기록했다. 효율 하락의 원인을 이 숫자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격 기회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득점과 블로킹 생산을 이어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1년 준결승의 20득점이 남긴 장면
스므렉의 대학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1년 NCAA 챔피언십 준결승 루이빌전이 나온다. 위스콘신대 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 경기에서 공격 성공 20개, 범실 1개, 시도 27개를 기록했다. 공격 효율은 0.704. 당시 개인 최다 공격 성공 기록이기도 하다. 한 경기의 높은 효율을 선수의 평소 기량으로 곧장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큰 경기에서 공격 선택지를 넓혀 준 장면으로는 오래 남는다.
그해 위스콘신대는 우승했고 스므렉은 챔피언십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당시 그는 신입생이었다. 이후의 성적을 볼 때 이 이력은 화려한 소개 문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학 첫해에는 결정적인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2023년과 2024년에는 한 시즌 내내 공격과 블로킹 수치를 쌓았다. 순간의 활약이 꾸준한 출전 기록으로 이어진 흐름이다.
캐나다 대표팀에서는 득점의 구성을 보게 된다
국제무대로 오면 역할이 달라진다. 발리볼월드의 2026년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선수 명단은 스므렉을 캐나다의 아포짓으로 표기한다. 대회 개인 기록은 총 34점으로, 공격 28점과 블로킹 6점이다. 2024년 대학 기록의 세트당 득점과 이 합계를 직접 비교하면 출전 시간과 팀 내 역할 차이를 놓치기 쉽다. 대표팀 기록에서는 총점보다 언제 코트에 들어가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경기별로도 차이가 보인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7점 가운데 블로킹이 3점이었다. 반면 이탈리아전의 5점은 모두 공격에서 나왔다. 두 경기만으로 특정 전술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스므렉의 득점이 매번 같은 경로로 나오지는 않았다는 건 확인된다. 상대 블로커를 넘겨 때리는 장면만 기다릴 선수가 아니라, 네트 앞에서 상대 공격을 끊어 주는 순간도 함께 볼 만하다.
다음 경기에서 눈여겨볼 숫자
2025년 세계선수권에서 캐나다는 불가리아를 세트 점수 3대 1로 이겼고, 스므렉은 12점을 올렸다. 이어 미국과의 16강전에서는 캐나다가 0대 3으로 졌지만, 스므렉은 팀에서 가장 많은 12점을 기록했다. 발리볼월드 경기 보도에 따르면 미국전 12점에는 블로킹 3점과 서브 1점이 포함됐다. 같은 12점이어도 팀의 경기 결과와 득점 방식이 달랐다.
그래서 스므렉의 다음 경기를 볼 때는 총득점 옆에 공격 시도와 범실, 블로킹 득점을 함께 적어 두고 싶다. 득점이 늘어도 시도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 공격 득점이 적어도 블로킹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압도적인 높이는 분명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 높이를 팀이 어떻게 쓰고, 스므렉이 늘어난 기회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이 선수의 기록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