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잠실 더 라스트 이닝 명단을 보니 44년이 보였다

Last Updated :
잠실 더 라스트 이닝 명단을 보니 44년이 보였다

잠실야구장 경기를 볼 때면 가끔 타구보다 관중석을 먼저 보게 된다. 같은 자리에서 누군가는 첫 직관을 하고, 누군가는 오래전 좋아하던 선수를 떠올린다. 11월 14일 열리는 잠실 더 라스트 이닝은 그런 기억이 한꺼번에 그라운드로 내려오는 경기다. 일구회가 공개한 출전 명단을 읽는데, 선수 이름마다 서로 다른 시절의 잠실이 따라붙었다.

58명이 7이닝에 담는 시간

잠실 더 라스트 이닝은 2026년 11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구회가 10월 22일 발표한 출전 명단은 58명이다. 동군과 서군에 29명씩 나뉘어 7이닝을 치른다. 동군은 3루, 서군은 1루 더그아웃을 쓴다. 비가 와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우면 다음 날인 15일로 순연될 예정이다.

한 팀에 29명이라는 숫자부터 평소 리그 경기와 관전 방식이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모두가 긴 이닝을 소화하기보다는 교체를 통해 여러 세대의 선수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경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최종 점수만이 아니다. 어떤 선수가 누구와 같은 수비 위치에 서는지, 어느 투수와 타자가 잠깐이라도 마주하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아직 경기 전이니 특정 맞대결을 확정된 장면처럼 기대할 수는 없다. 그 가능성을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명단 읽는 재미가 있다.

기록을 따라가면 서로 다른 시대가 만난다

동군에는 박철순, 이만수, 이승엽, 이대호, 김동주, 오승환, 더스틴 니퍼트 등이 있다. 서군에는 송진우, 이종범, 이병규, 박용택, 김태균, 박병호, 구대성 등이 이름을 올렸다. 원년 세대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뛰었던 선수들이 한 경기에 모인다. 응원 팀으로 나눠 보기에는 한쪽 명단 안에서도 세대 차이가 꽤 크다.

숫자를 붙이면 그 간격이 더 선명해진다. 박철순의 22연승은 프로야구 초창기의 압도적인 선발 투수를 떠올리게 한다. 송진우의 통산 210승은 긴 시간 마운드를 지킨 결과다. 같은 투수 기록이어도 오승환의 통산 427세이브는 경기 끝을 책임지는 역할에서 나왔다. 이승엽의 한 시즌 56홈런과 이종범의 한 시즌 84도루는 공격을 바꾼 방식도 달랐다는 걸 보여준다. 행사 공식 소개에 적힌 이 기록들을 한 명씩 읽다 보면, ‘레전드’라는 말보다 각자가 경기를 움직였던 장면이 먼저 그려진다.

잠실과의 연결도 흥미롭다. 두산에서 오래 뛴 김동주와 니퍼트가 동군에 있고, LG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박용택과 이병규는 서군에 있다. 같은 구장을 홈으로 썼지만 서로 다른 더그아웃에서 쌓은 시간이 이번에는 다시 맞은편으로 이어진다. 선수들이 지금 어떤 기량을 보여줄지 예단하기보다, 익숙한 이름이 잠실의 타석과 마운드에 다시 등장한다는 사실에 시선이 간다.

왜 이 경기가 잠실의 마지막 이닝인가

잠실야구장은 1982년 7월 15일 문을 열었다. 2026년까지 44년이다. KBO는 올해를 잠실야구장에서 정규시즌이 열리는 마지막 시즌으로 알렸고, 서울시는 기존 구장 철거와 새 돔야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LG와 두산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한다. 새 돔구장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구장이 바뀐다는 건 주소만 달라지는 일이 아니다. 외야로 날아간 공을 쫓는 시선, 늦은 이닝에 관중석이 들썩이는 소리, 경기 뒤 빠져나오며 다시 보는 조명까지 한 공간의 기억으로 묶여 있다. 서울시가 밝힌 2024~2025년 잠실야구장 평균 관중은 약 1만 9800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른 경기의 한 장면을 들고 이곳을 오갔다. 11월의 이벤트 경기는 그 기억을 선수와 팬이 함께 확인하는 자리처럼 느껴진다.

관람할 때는 점수판 밖도 보게 될 것 같다

관람권은 11월 2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외야 일부에는 잠실야구장 개장 당시 입장권 가격을 재현한 3000원짜리 ‘르노존’이 마련됐다. 경기 전 그라운드 투어와 선수 사인회도 예고됐으며, 참여자는 사전 모집으로 선정된다. 현장에 가지 못하는 팬을 위해 KBS와 네이버 치지직이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좌석 현황과 행사 세부 진행은 관람 전에 티켓링크와 주최 측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나는 7이닝 동안 승부가 어떻게 흐를지도 궁금하다. 그래도 가장 보고 싶은 것은 교체 때 잠깐 멈추는 그라운드의 풍경이다. 한 시대를 기록으로 남긴 선수가 다음 시대의 선수에게 자리를 넘기는 순간, 잠실의 44년이 점수판보다 또렷하게 보일 것 같다.

잠실 더 라스트 이닝 명단을 보니 44년이 보였다 - 요약
잠실 더 라스트 이닝 명단을 보니 44년이 보였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7151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