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IA서 새 선수 영입 고민 끝에 양수호를 택했다

지난겨울 보상선수 명단을 기다리면서 한화가 어느 자리를 채울지 궁금했다. 중견수도 필요했고 불펜에서도 선수가 빠져나갔다. 그런데 한화가 KIA에서 고른 선수는 당장 1군에 투입할 야수가 아니라, 아직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우완 투수 양수호였다. 2026시즌이 끝난 지금 그 선택을 다시 보면, 당시의 고민과 이후의 성적이 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범수가 떠나며 생긴 선택권
시작은 김범수의 FA 이적이었다. 2015년부터 한화에서 뛰었던 김범수는 2026시즌을 앞두고 KIA와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 한화에는 불펜의 한 자리가 비었고, 동시에 김범수가 B등급 FA였기에 KIA의 보호선수 25인 명단 밖에서 보상선수를 고를 기회가 생겼다.
김범수의 직전 시즌 기록을 보면 빈자리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2025년 73경기에서 4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25를 남겼다. 다만 불펜 투수의 한 시즌 평균자책점만으로 다음 해 성적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한화가 따져야 할 것은 김범수의 2025년을 그대로 재현할 선수가 누구냐보다, 제한된 명단에서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느냐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중견수 보강 가능성도 거론됐다. KIA 역시 중견수 자원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명단 밖에 실제로 누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특정 야수를 놓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팬 입장에서 보이는 선택지는 많아도, 구단이 받은 명단 안의 선택지는 달랐을 수 있다.
양수호에게서 본 것은 당장의 이닝보다 미래의 구위
한화는 1월 29일 양수호를 지명했다. 공주고를 졸업한 양수호는 KIA가 2025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5순위로 뽑은 투수다. 빠른 공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이적 당시 1군에서 검증된 전력은 아니었다. 한화의 선택은 그해 잃은 48이닝을 곧바로 메우는 방식보다는 젊은 투수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읽혔다.
이 지점에서 ‘유망주를 얻었으니 이득’이라는 평가는 조금 서두른 감이 있다. 빠른 공은 출발점일 뿐이다.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넣고, 타자가 그 공에 적응했을 때 다른 구종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1군 불펜에서 자리를 잡는다. 더구나 보상선수 지명은 김범수의 이적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점에 가치를 낼 두 선수가 각자의 팀으로 향한 셈이다.
2026년 숫자가 보여준 기대와 숙제
KBO 기록실 기준 양수호의 2026년 퓨처스리그 성적은 13경기, 13⅓이닝, 평균자책점 3.38이다. 삼진은 19개를 잡았고 피안타는 9개였다. 짧은 이닝에도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는 힘은 숫자로 드러난다. 반면 볼넷도 14개였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삼진은 약 12.8개, 볼넷은 약 9.5개다. 구위에 대한 기대와 제구라는 숙제가 같은 기록표에 놓여 있다.
표본도 조심해서 봐야 한다. 13⅓이닝은 몇 번의 등판만으로 평균자책점이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다. 퓨처스리그 성적을 1군 성적처럼 읽을 수도 없다. 그래도 삼진 19개와 볼넷 14개를 함께 놓으면 다음 시즌에 무엇을 지켜봐야 할지는 선명하다. 삼진을 잡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출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KIA로 간 김범수는 2026년 1군에서 60경기, 40이닝을 던졌다. 13홀드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5.63이었다. 2025년의 2.25와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이 한 해만으로 KIA의 계약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계약은 3년이고, 김범수는 실제로 KIA 불펜에서 60차례 등판했다. 출전 빈도와 투구 내용은 함께 봐야 한다.
팀 성적까지 한 선수의 선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화의 2026년 팀 평균자책점은 5.26이었다. 전년도 3.55에서 크게 올랐고, 정규시즌 성적도 83승에서 57승으로 내려갔다.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팀에 당장 활용할 선수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마운드 전체의 변화를 김범수 한 명의 이탈이나 양수호 지명 하나에 연결하는 건 무리다. 선발과 불펜의 여러 자리가 함께 바뀌었고, 한 시즌의 팀 성적에는 훨씬 많은 변수가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 선택을 승패가 확정된 거래보다 아직 진행 중인 육성의 사례로 본다. KIA는 경험 있는 좌완 불펜을 얻어 2026년에 활용했고, 한화는 빠른 공을 가진 젊은 투수에게 시간을 투자했다. 양수호가 다음에는 삼진만큼 볼넷도 줄여 간다면, 지난겨울 한화가 긴 고민 끝에 무엇을 보고 그를 골랐는지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