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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올스타전 점수판을 다시 봤더니 축제가 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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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올스타전 점수판을 다시 봤더니 축제가 더 재밌었다

배구 올스타전 결과를 다시 보다가 40대 33이라는 점수에서 잠깐 멈췄다. 축제 경기라 승패보다 세리머니가 먼저 떠오르지만, 세트별 점수를 보니 흐름이 꽤 선명했다. 2026년 1월 2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은 남자부가 뛴 첫 세트와 여자부가 뛴 두 번째 세트의 분위기가 달랐다. 숫자를 따라가면 그날의 장면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19대 21에서 40대 33까지

첫 세트는 V스타가 21대 19로 가져갔다. 두 점 차였다. 그런데 두 번째 세트에서는 K스타가 21대 12로 앞서며 총점 40대 33으로 경기를 끝냈다. K스타 기준으로 첫 세트의 두 점 열세가 두 번째 세트의 아홉 점 우세로 바뀐 셈이다. 최종 점수만 보면 무난한 승리처럼 보이지만, 실제 점수판에는 한 차례 방향 전환이 들어 있다.

여기서 평소 정규리그를 볼 때의 습관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첫 세트는 남자부, 두 번째 세트는 여자부 경기였다. 같은 선수들이 전술을 바꿔 역전한 경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수들이 각 세트를 맡은 올스타전이다. 그래서 21대 12를 첫 세트 패배의 전술적 해답처럼 읽으면 과하다. 대신 남녀부의 활약을 합산하는 방식이 점수판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고 승패가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부가 접전을 만들고 여자부에서 점수 차가 벌어졌다는 흐름은 경기를 다시 떠올릴 좋은 실마리다. 7점 차라는 최종 결과보다 2점 차 접전과 9점 차 세트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6점과 5점으로 남은 두 MVP

남자부 최우수선수는 김우진, 여자부 최우수선수는 양효진이었다. 김우진은 6점, 양효진은 5점을 올렸다. 정규리그 경기의 득점표에 익숙하다면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올스타전은 여러 선수가 짧은 시간 코트를 나눠 쓰고, 득점 장면과 팬을 위한 퍼포먼스가 함께 이어진다. 이 숫자를 정규리그의 한 경기 득점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두 수상자의 이야기도 달랐다. 김우진은 동료와 함께 춤을 추며 경기의 흥을 살렸고, 양효진은 득점뿐 아니라 심판석에 앉는 장면으로도 웃음을 만들었다. 양효진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미 MVP를 받은 선수다. 이번 수상으로 올스타전 MVP까지 더했다. 오래 쌓아 온 기량과 이날의 편안한 표정이 한 장면에 겹쳐 보였다.

세리머니상은 신영석과 이다현이 받았다. 신영석이 후배를 목마 태워 블로킹 높이를 키운 장면은 정규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올스타전다운 발상이었다. 이다현도 득점 뒤 춤으로 관중의 반응을 끌어냈다. 득점왕을 가리는 경기였다면 지나갔을 행동들이, 이날은 선수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시속 123㎞에는 비교할 기록이 있다

기록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서브 콘테스트에서 눈이 번쩍 뜨였을 것이다. 한국전력 베논이 시속 123㎞로 서브킹에 올랐다. 2016~2017시즌 올스타전에서 문성민이 세운 남자부 콘테스트 최고 기록과 같은 수치다. 새로운 단독 최고 기록은 아니지만, 약 9년 전의 기준점에 다시 닿았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하다. 여자부 서브퀸은 시속 93㎞를 기록한 실바였다.

다만 서브 속도는 서브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 조각이다. 정규리그에서는 강한 공을 넣고도 범실로 끝날 수 있고, 속도가 조금 낮아도 코스와 타이밍으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 수 있다. 콘테스트의 123㎞는 한 번의 최고 속도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 숫자를 곧바로 경기 중 서브 효율로 바꿔 읽기보다, 선수가 낼 수 있는 힘을 확인한 장면으로 보는 게 맞겠다.

리베로에게도 별도의 무대가 있었다. 베스트 리베로 콘테스트에서는 임명옥이 우승했다. 화려한 강타가 주목받기 쉬운 날에도 수비수를 위한 경쟁이 마련됐다는 점이 반갑다. 실제 경기에서 한 번의 디그는 바로 득점으로 적히지 않아도 다음 공격의 출발점이 된다. 그런 장면을 기다리는 팬에게는 서브 속도만큼 흥미로운 순서였을 것이다.

춘천의 만원 관중이 남긴 장면

이번 배구 올스타전은 춘천에서 2,871석이 모두 차며 열렸다. 프로배구단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치른 첫 올스타전이라는 점도 눈에 남는다. 2024~2025시즌 행사는 여객기 참사에 따른 애도 속에 취소됐기에, 팬과 선수들이 올스타전 코트에서 다시 만난 것도 2년 만이었다. 객석 숫자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은퇴한 김연경이 현장에 참석해 감사패를 받은 장면도 있었다. 현역 선수들의 경기와 지난 시즌까지 코트를 누볐던 선수의 인사가 한날 이어졌다. 올스타전은 한 시즌의 성적표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지만, 누가 지금 리그를 뛰고 있고 누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나는 다음 배구 올스타전 결과를 볼 때도 최종 점수만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세트별 점수, 짧은 출전 속에 남긴 득점, 한 번의 서브 속도를 차례로 보면 웃고 지나간 장면에 다시 맥락이 붙는다. 축제를 즐기면서 숫자도 챙길 수 있다는 게 이 경기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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