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스레드를 읽고 다시 기록을 봤다

얼마 전 정철원 스레드가 화제가 됐을 때, 야구 팬인 나는 먼저 지난 시즌 등판 기록을 다시 펼쳐 봤다. 사생활을 둘러싼 글은 빠르게 퍼지지만, 마운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숫자를 따라가야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을 이야기할 때 정철원을 빼놓기 어려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스레드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확인된 사실
2026년 1월, 정철원의 배우자가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에 부부 사이의 갈등을 언급한 글을 올리면서 관심이 커졌다. 생활비와 양육 문제를 둘러싼 주장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다만 공개된 글과 이를 옮긴 게시물만으로 사적인 다툼의 전모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당사자의 주장, 온라인에서 덧붙은 해석, 확인된 사실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당시 보도에서 롯데 구단은 선수 개인사로 보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팬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은 이해한다. 그래도 경기력의 원인을 가정사에서 곧장 찾는 순간, 기록을 읽는 눈도 흐려진다. 누군가의 사생활에 관한 주장으로 한 시즌의 성적을 설명하려면 그 사이를 잇는 근거가 필요한데, 공개된 기록만으로는 그런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2025년의 75경기가 말해주는 것
KBO 기록을 보면 정철원은 2025년 롯데에서 75경기에 나와 70이닝을 던졌다. 8승 3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24다. 홀드 21개는 리그 8위였다. 홀드는 팀이 앞선 상황을 지키며 다음 투수에게 넘겼을 때 쌓이는 기록이다. 그래서 이 숫자는 정철원이 승부처에 여러 차례 투입됐다는 흔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21홀드만 보고 압도적인 시즌이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70이닝 동안 피안타 72개, 볼넷 28개, 탈삼진 55개를 기록했다. 출루를 허용한 뒤에도 리드를 지킨 경기가 있었고, 위기를 키운 날도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75경기 등판은 한 해 내내 자주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불펜 투수의 부담을 보여준다. 한 경기 평균 투구 이닝은 1이닝에 조금 못 미친다. 짧은 등판이 반복되는 자리에서는 연투 여부와 등판 직전의 주자 상황도 함께 봐야 투구 내용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두산 시절인 2022년에는 58경기에서 72⅔이닝을 던져 23홀드와 평균자책점 3.10을 남겼다. 신인상을 받은 그 시즌과 비교하면, 2025년은 더 많은 경기에 나서며 롯데 불펜의 한 자리를 맡은 해였다. 같은 홀드 20개 이상이어도 투구 내용과 기용 방식은 달랐다.
홈과 원정의 차이를 읽는 방식
2025년에는 홈과 원정 성적의 차이도 크게 주목받았다. 7월 말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철원은 사직구장에서 29경기 24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8.63을 기록한 반면, 원정 24경기 26이닝에서는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었다. 홈과 원정에서 비슷한 이닝을 던졌는데 실점은 한쪽에 몰려 있었으니, 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올 만한 수치였다.
그런데 이 수치는 7월 말까지의 기록이다. 시즌 전체 성적과 섞어 말하면 시점이 어긋난다. 또 장소별 평균자책점 차이는 관찰된 결과이지 원인 자체는 아니다. 상대 타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 수비와 타구의 흐름, 투구 내용 등을 더 봐야 설명에 가까워진다. 당시 중계에서 홈 성적을 가족의 돌봄과 연결한 해설이 비판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에 담기지 않은 사정을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2026년 기록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KBO 기록에 올라온 정철원의 2026년 성적은 34경기, 28이닝,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6.75다. 2025년의 21홀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피안타는 33개, 볼넷은 14개, 탈삼진은 21개였다. 28이닝에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가 47명이라는 점을 보면, 앞선 해보다 주자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읽을 수 있다.
다만 이 변화의 이유를 1월의 스레드 글에서 찾는 건 성급하다. 불펜 투수의 홀드는 개인 투구뿐 아니라 팀이 앞선 상황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감독이 어느 이닝에 기용했는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평균자책점 역시 실점을 보여주지만 구속이나 구종, 부상 상태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생활 논란과 성적 하락의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둘을 연결할 수 없는 이유다.
나는 정철원 스레드를 읽고 나서 오히려 경기 기록을 조금 더 천천히 보게 됐다. 75경기와 21홀드가 보여주는 신뢰도, 34경기와 3홀드가 남기는 물음도 각각 있다. 다음에 그가 마운드에 오른다면 숫자 하나보다 어떤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고, 주자를 어떻게 묶어두는지부터 눈여겨볼 생각이다. 불펜 투수의 이야기는 대개 그 짧은 이닝 안에서 가장 또렷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