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20분 완승, 뜻밖의 변수 발생까지 이어진 하루

얼마 전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경기 기록을 다시 보다가 20분이라는 숫자에서 눈이 멈췄다. 배드민턴 단식 한 경기를 끝내기에도 짧게 느껴지는 시간인데, 점수는 21-5, 21-5였다. 그런데 경기 뒤 안세영이 신경 쓴 건 압도적인 승리보다 그날 남아 있던 또 한 경기였다.
20분과 42점이 보여준 첫 경기
안세영은 2026년 9월 26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32강에서 카자흐스탄의 카밀라 스마굴로바를 2-0으로 꺾었다. 두 게임에서 따낸 점수는 42점, 내준 점수는 합쳐 10점이다. 한 게임당 상대에게 5점만 허용한 셈이다. 당시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 스마굴로바는 426위였다. 전력 차가 예상됐지만, 실제 점수 차는 그 예상보다도 선명했다.
경기를 빠르게 끝낸 데에도 의미가 있었다. 21점제에서 21-5라는 점수는 상대가 흐름을 바꿀 시간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안세영은 수비로 랠리를 버티고 공격 기회가 오면 점수를 쌓았다. 다만 20분 승리만으로 그날 컨디션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첫 경기가 아무리 짧아도, 몇 시간 뒤 다시 몸을 풀고 승부에 들어가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뜻밖의 변수는 코트 밖의 시간이었다
그날 안세영은 32강과 16강을 모두 치러야 했다. 개인전 일정을 닷새 안에 소화하는 대회 운영 방식 때문이었다. 연합뉴스가 전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하루 두 경기가 낯설고, 첫 경기 뒤 숙소에 다녀오기에도 시간이 애매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세계 1위에게도 익숙한 루틴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일정이었다.
배드민턴은 앞 경기가 끝나야 다음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선수는 정해진 시각만 보고 몸을 데울 수 없다. 식사와 휴식, 다시 준비 운동을 시작할 시점을 계속 가늠해야 한다. 20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는 건 체력 소모를 줄였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 경기까지의 대기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다. 숫자만 보면 ‘쉽게 이겼다’로 끝나지만, 선수에게는 그 뒤의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아 있었다.
더구나 안세영은 앞선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2-1로 이겼지만, 한국은 일본에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전 첫날의 부담을 단순히 한 경기의 체력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단체전의 아쉬움을 안고 개인전에서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같은 날 16강은 조금 다른 경기였다
약 7시간 뒤 치른 16강에서 안세영은 스리랑카의 라니트마 리야나게를 2-0, 21-9와 21-10으로 꺾었다. 경기 시간은 35분이었다. 32강보다 15분 길었고, 허용한 점수도 10점에서 19점으로 늘었다. 상대와 경기 양상이 달랐으니 두 숫자를 곧바로 컨디션 하락의 증거로 읽기는 어렵다. 그래도 두 번째 경기가 첫 경기와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눈길을 끄는 장면은 2게임 중반이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안세영은 10-10까지 맞선 뒤 11점을 연속으로 따내 경기를 끝냈다. 같은 날 다시 코트에 섰을 때 잠시 팽팽해진 흐름을 끊고, 이후 상대에게 한 점도 주지 않은 것이다. 내게는 32강의 큰 점수 차보다 이 구간이 더 인상적이다. 강자가 편하게 앞설 때보다 흐름이 흔들릴 수 있는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다음 라운드를 보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20분 승리를 돌아보게 만든 금메달
안세영은 이후 8강에서 랏차녹 인타논, 준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었다. 9월 29일 결승에서는 야마구치 아카네를 2-0, 21-17과 21-9로 이겨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항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사상 첫 2연패도 이뤘다. 첫날의 낯선 일정이 실제로 발목을 잡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서 32강의 20분을 다시 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단순한 완승 기록이면서, 하루 두 경기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체력과 시간을 벌어준 경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승을 20분짜리 첫 경기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16강의 10-10 이후 11연속 득점, 그리고 강한 상대들을 만난 뒤의 승리가 이어져야 그 첫날도 제자리를 찾는다. 스포츠 기록은 짧게 남지만, 그 숫자 사이를 지나간 선수의 하루는 꽤 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