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이 제구 잡으러 일본으로 간다길래 기록부터 다시 봤다

얼마 전 한화 경기를 보다가 김서현 이름이 다시 화두에 오르는 걸 보고, 솔직히 마음이 좀 복잡했다. 강속구 투수에게 제구 문제는 늘 따라붙는 말이지만, 김서현의 경우는 단순히 ‘볼이 많다’ 정도로 넘기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한화 김서현 제구 위해 일본 유학, 정확히는 일본 단기연수 소식이 나온 배경도 여기서 출발한다. 팀 동료 권민규와 함께 일본 지바현 이치카와시에 있는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스 랩에서 2~3주 정도 훈련하는 일정으로 알려졌다. 김서현의 목표는 제구 안정, 권민규는 구속 향상 쪽이다. 말만 들으면 흔한 비시즌 캠프 같지만, 지금 김서현에게는 꽤 큰 리셋 버튼에 가깝다.
재능은 이미 증명됐고, 문제는 반복성이다
김서현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서울고 시절에는 U-18 대표팀에서 시속 162km 강속구를 던졌다는 상징적인 숫자까지 남겼다. 이런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도 흔하지 않다. 팔 스피드, 공의 위력, 타자를 압박하는 첫인상만 놓고 보면 ‘왜 1순위였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강속구 투수의 커리어는 구속만으로 길게 가지 않는다. 특히 불펜, 더 좁게는 마무리 역할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신뢰가 전제다. 1점 차든 7점 차든, 벤치가 마운드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김서현은 그 신뢰를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흔들렸다.
5월 KIA전은 숫자가 너무 선명했다
2026년 5월 7일 KIA전은 김서현의 현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준 경기였다. 한화가 11-4로 앞선 9회말, 비교적 편한 점수 차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그런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피안타, 사사구 3개, 4실점으로 내려왔다. 투구 수 21개 중 스트라이크가 10개였다는 대목이 특히 아팠다.
사실 7점 차 리드에서 등판했다는 건 벤치가 부담을 낮춰주려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몸에 맞는 공이 연달아 나오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공은 맞아 나갔다. 이건 단순히 ‘제구가 안 좋았다’가 아니라, 투수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드는 장면이었다.
- 2026년 5월 7일 KIA전: 0이닝, 2피안타, 사사구 3개, 4실점
- 해당 경기 투구 수: 21구, 스트라이크 10개
- 2026시즌 초반 11경기 기준: 8이닝 동안 볼넷 14개, 몸에 맞는 공 2개
- 4월 14일 삼성전: 1이닝 동안 사사구 7개
이런 숫자는 구속보다 먼저 보인다. 시속 150km대 공을 던져도 카운트를 잡지 못하면 타자는 쫓기지 않는다. 오히려 기다릴 수 있다. 빠른 공이 무기가 되려면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오가는 확률이 있어야 하고, 그 확률이 낮아지면 구속은 위협보다 위험으로 바뀐다.
일본 단기연수가 흥미로운 이유
이번 일본행이 눈에 들어오는 건 장소 때문이다.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스 랩은 고속 카메라와 3D 모션 분석 등을 활용해 투구 동작을 세밀하게 보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감으로 “팔이 늦다”, “축이 무너진다”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움직임을 쪼개서 확인하는 쪽에 가깝다.
김서현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일 수 있다. 제구 난조가 멘털만의 문제라면 휴식이나 보직 조정으로 풀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릴리스 포인트, 하체 이동, 상체 회전 타이밍, 팔이 나오는 각도가 매번 조금씩 다르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때는 “편하게 던져라”보다 “어디서 흔들리는지 수치로 보자”가 더 현실적이다.
최근 KBO 투수들이 일본의 스포츠과학 기반 훈련 시설을 찾는 흐름도 있다. KIA 이의리도 일본 단기연수를 다녀온 뒤 곧바로 1군에 붙기보다 잔류군과 퓨처스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 대목은 김서현에게도 중요하다. 일본에 다녀왔다고 바로 1군 마운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라는 식이면, 연수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한화 입장에서는 기다림도 전략이다
한화가 김서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체 1순위 재능이고, 한 번 궤도에 오르면 불펜의 상단을 바꿀 수 있는 투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기록하며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는 기억도 있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팬들이 화를 내는 것도 기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언제 돌아오느냐”보다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느냐”에 가깝다. 2~3주 연수로 투구폼이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건 쉽지 않다. 대신 반복 가능한 기준 하나를 찾는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불펜 피칭에서 특정 릴리스 높이를 유지한다든지, 직구가 빠질 때의 패턴을 본인이 인지한다든지, 카운트 싸움에서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스트라이크 루트를 회복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서현의 일본 유학을 ‘극약 처방’이라기보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고 싶다. 강속구 투수는 흔들릴 때 크게 흔들린다. 대신 방향을 잡았을 때 반등 폭도 크다. 한화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조급하게 1군 카드로 다시 꺼내는 게 아니라, 김서현이 자기 공을 다시 믿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쪽이다.
돌아온 뒤 봐야 할 숫자들
김서현이 일본 단기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평균자책점보다 먼저 볼 지표가 있다. 첫째는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다. 둘째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다. 셋째는 직구가 빠질 때 좌우로 빠지는지, 위아래로 빠지는지의 패턴이다. 제구가 좋아졌다는 말은 결국 이 숫자들에서 먼저 드러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벤치가 어느 상황에서 김서현을 올리는지도 봐야 한다. 큰 점수 차에서 시작해 1이닝을 끝내는지, 연투를 시키는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맡기는지. 투수의 회복은 선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이 어떤 단계를 밟게 하느냐와도 연결된다.
자료를 보면 김서현 관련 흐름은 뉴시스의 5월 복귀전 보도, 스포츠경향의 KIA전 분석, 그리고 일본 단기연수 소식이 전해진 스탯티즈 콘텐츠에서 큰 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숫자만 보면 꽤 차갑지만, 야구는 이 차가운 숫자를 다시 따뜻한 서사로 바꾸는 선수가 늘 나온다. 김서현에게 이번 일본행이 그런 방향 전환의 시작점이 될지, 후반기 한화 마운드를 볼 때 꽤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