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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성권 은퇴 소식을 보며 다시 본, 프로의 꿈에 마침표 찍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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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성권 은퇴 소식을 보며 다시 본, 프로의 꿈에 마침표 찍는다는 것

구속 150km보다 오래 남은 건 도전의 궤적이었다

얼마 전 선성권의 은퇴 소식을 접했는데, 솔직히 경기 결과표 하나를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승패, 평균자책점, 드래프트 지명 여부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먼저 떠오른 건 ‘비선출 투수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선성권은 야구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대학 동아리와 사회인 야구에서 공을 던지며 이름을 알린 선수다. 197cm에 110kg대 체격, 최고 140km 후반대 패스트볼. 이 정도 문장만 놓고 보면 야구 팬이라면 한 번쯤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프로의 문은 구속 하나로 열리지 않았다. 불꽃야구와 최강야구를 통해 팬들에게 익숙해졌고, 독립야구 무대와 트라이아웃을 거치며 계속 기회를 두드렸지만, 결국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스튜디오시원 공개 영상에서 전해진 은퇴 선언은 그래서 더 복잡하게 다가왔다.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덮기에는 과정이 너무 길었고, 낭만이라는 말로만 포장하기에는 프로 무대가 너무 냉정했다.

선성권이 보여준 숫자, 그리고 숫자가 말하지 못한 부분

선성권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숫자는 역시 구속이다. 140km 중반, 상황에 따라 148km 안팎까지 언급된 패스트볼은 분명 매력적인 무기였다. 일반적인 아마추어 투수, 특히 비선출 경력의 선수에게 이 정도 스피드는 흔하지 않다. 신체 조건까지 더하면 스카우트 입장에서도 ‘혹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료였다.

하지만 투수의 가치는 최고 구속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프로 구단이 보는 건 반복성이다. 같은 릴리스 포인트로 몇 구를 던질 수 있는지, 볼넷이 늘어나는 흐름에서 스스로 카운트를 회복할 수 있는지, 주자가 나갔을 때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지까지 본다. 선성권에게 계속 따라붙은 약점도 결국 제구와 변화구 완성도, 경기 운영 경험이었다. 사실 이건 비선출 투수에게 가장 높은 벽이다. 빠른 공을 던지는 능력과 프로 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은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른 영역이니까.

  • 강점: 큰 체격, 빠른 패스트볼, 늦게 시작했음에도 눈에 띈 성장 속도
  • 과제: 제구 안정성, 변화구 완성도, 실전 경험의 축적
  • 프로 평가 포인트: 최고점보다 평균치, 가능성보다 재현성

프로의 꿈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KBO 신인 드래프트는 냉정한 자리다. 팬들은 한 선수의 사연과 성장 과정을 함께 보지만, 구단은 제한된 지명권 안에서 확률을 계산한다. 즉시 전력감인지, 육성에 몇 년을 투자할 만한 자원인지, 같은 포지션의 다른 후보보다 위험이 낮은지까지 따진다. 선성권처럼 스토리가 강한 선수일수록 팬들의 기대는 커지지만, 구단의 판단 기준은 생각보다 감정이 적다.

근데 바로 그 지점에서 선성권의 도전은 의미가 생긴다. 그는 야구를 오래 배운 선수가 아니었고, 이미 완성된 유망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송 무대에서 눈에 띄었고, 독립야구단에서 훈련을 이어갔고, 트라이아웃에서 자신의 공을 보여줬다. 선수 한 명의 도전기가 팬들에게 남긴 건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프로가 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것’에 대한 감각이었다. 빠른 공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드는 건 매 경기 반복되는 안정감이라는 사실 말이다.

은퇴 선언이 더 크게 들린 이유

선성권은 은퇴를 알리며 프로 도전이 쉽지 않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알려진 근황을 보면 평일에는 훈련을 이어가고, 주말에는 유소년 야구 코치 일을 하며 야구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배팅볼을 던지고, 펑고를 치고, 어린 선수들과 그라운드에 선다는 건 선수로서의 꿈과는 다른 방식의 야구다. 이 장면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스포츠 팬들은 보통 1군 기록이 남은 선수들을 더 오래 기억한다. 하지만 선성권의 이름은 조금 다른 층위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KBO 공식 1군 성적표를 남긴 선수가 아니라, 프로 문턱 앞에서 얼마나 많은 요소가 선수를 가르는지 보여준 사례에 가깝다. 최고 구속 하나로 기대를 모았고, 경험 부족이라는 현실과 부딪혔고, 결국 스스로 다음 삶을 선택했다. 이 흐름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꽤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팬들이 선성권에게 반응한 진짜 이유

선성권을 응원한 팬들이 단지 빠른 공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야구에는 ‘이미 정해진 길’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야구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또는 프로 지명. 그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다시 올라오기가 어렵다. 선성권은 그 바깥에서 출발해 카메라 앞과 독립야구 마운드까지 갔다. 그 자체가 흔치 않은 서사였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는 서사만으로 버틸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구속이 떨어지는 날에도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하고, 직구가 몰렸을 때 맞지 않을 변화구가 있어야 하며, 타자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왔을 때 다른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선성권의 도전은 바로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야구라는 종목의 깊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했다.

선성권의 마침표가 남긴 장면

나는 선성권의 은퇴를 보면서, 프로가 되지 못한 도전도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공식 기록지에 승수나 세이브가 남지 않아도, 어떤 선수는 팬들에게 야구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 선성권은 빠른 공 하나가 어떻게 기대를 만들고, 그 기대가 어떤 기준 앞에서 걸러지는지 보여준 선수였다.

프로의 꿈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말은 차갑게 들리지만, 그 문장 안에는 꽤 뜨거운 시간이 들어 있다. 늦게 시작한 투수가 몸을 만들고,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독립야구에서 다시 던지고, 트라이아웃까지 간 과정은 쉽게 지워질 이야기가 아니다. 선성권의 다음 시간이 어떤 모습이든, 적어도 야구 팬들에게 그는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설레면서도 가혹한지 보여준 이름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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