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한화 감독 부임 가능성을 숫자로 따라가봤더니 꽤 복잡했다

요즘 한화 경기를 보다 보면 스코어보다 순위표를 먼저 보게 된다. 작년 한국시리즈까지 갔던 팀이 1년 만에 이렇게 흔들리니,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감독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 이름 중 하나가 이종범이다. 그냥 레전드라서 나오는 이름이 아니라, 한화의 계약 시계와 팀 흐름이 묘하게 맞물려 있어서 더 눈에 띈다.
한화의 현재 숫자가 먼저 말을 건다
연합뉴스 중간순위 기준으로 2026년 9월 19일 경기 종료 뒤 한화는 54승 71패 4무, 승률 0.432로 9위에 있다. 5위 두산이 65승 61패 5무, 승률 0.516이니 승차는 10.5경기다. 잔여 경기 수를 감안하면 가을야구 경쟁은 감정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거리까지 벌어졌다.
더 아픈 건 낙폭이다. 김경문 감독 체제의 한화는 2025년에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갔고, 그래서 2026년의 기대치가 단순한 5강 도전이 아니었다. 그런데 8월 월간 성적이 3승 15패까지 무너졌고, 9월에도 반등폭이 크지 않았다. 한 시즌 성적 부진이 아니라 ‘왜 작년의 좋은 구조가 유지되지 못했나’라는 질문이 생긴다.
- 김경문 감독 계약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총액 2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 2026시즌은 계약 종료 시즌이다.
- 시즌 중 교체보다 시즌 뒤 재계약 여부가 더 현실적인 분기점이다.
왜 하필 이종범이라는 이름일까
이종범은 한화와 완전히 낯선 인물은 아니다. 2013년 한화에서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당시 1루 코치에서 3루 작전·주루 쪽으로 옮기며 공격 주루를 맡았다. 이후 LG, KT를 거치며 타격, 작전, 외야, 주루 쪽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텍사스 코치 연수 이력까지 붙으면, 단순한 스타 출신 방송인이 아니라 현장 코치 경력도 꽤 긴 편이다.
선수 이종범의 기록은 여전히 강력한 명함이다. 1994년 타율 0.393, 196안타, 113득점, 84도루, 출루율 0.452. KBO 역사에서 한 시즌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지배한 야수는 정말 드물다. 특히 84도루는 아직도 단일 시즌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선수 출신이 감독이 되면, 선수단에 주는 첫 메시지는 분명하다. 느슨한 야구, 한 베이스 덜 가는 야구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쪽이다.
장점은 뚜렷하지만 빈칸도 크다
솔직히 이종범의 한화 감독 부임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장점만 말하면 재미가 없다. 장점은 확실하다. 이름값이 있고, 팬덤의 관심을 즉시 끌 수 있고, 젊은 야수들에게 주루와 수비 디테일을 심어줄 수 있는 상징성도 있다. 한화가 새 판을 짜야 한다면 ‘분위기를 확 바꾸는 카드’로는 꽤 매력적이다.
근데 감독 자리는 이름값으로만 버티는 자리가 아니다. 한화가 지금 가장 아픈 곳은 단순히 뛰는 야구가 아니다. 선발진 관리, 불펜 운용, 외국인 선수 구성, 유망주 사용 타이밍, 베테랑 의존도 조절이 한꺼번에 얽혀 있다. 이종범은 KBO 1군 감독 경험이 아직 없다. 방송 프로그램 감독 경험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지만,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를 끌고 가는 일과는 체력이 다르다.
프런트가 물어볼 질문
한화가 진짜로 이종범 카드를 테이블에 올린다면 질문은 꽤 구체적일 것이다. 첫째, 투수 파트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둘째, 데이터 분석과 현장 감각을 어떻게 섞을 것인가. 셋째, 성적 압박이 큰 팀에서 초보 감독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가. 넷째, 2025년에 KT 코치직을 내려놓고 방송팀 감독으로 향했던 선택을 프런트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네 가지에 설득력 있는 답이 있어야 이름이 실제 계약서에 가까워진다.
가능성은 있다, 다만 1순위라고 말하긴 이르다
나는 이종범의 한화 감독 부임 가능성을 ‘불가능한 상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화가 김경문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구단은 경험 많은 베테랑형, 내부 육성형, 스타 출신 쇄신형을 모두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중 이종범은 스타 출신 쇄신형의 대표 후보군에 들어갈 만하다. 한화 코치 이력도 있고, 팬들이 즉각 반응할 이름이라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표현은 ‘가능성 있는 후보군’ 정도다. 공식 선임 흐름이 확인된 상황은 아니고, 한화가 시즌 뒤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가 먼저다. 만약 구단이 안정적인 투수 운용과 장기 육성 시스템을 최우선에 둔다면 다른 유형의 감독이 앞설 수 있다. 반대로 팀 분위기 전환, 야수 디테일 강화, 팬덤 재점화를 한 번에 노린다면 이종범이라는 카드는 훨씬 커진다.
한화 팬 입장에선 이름 하나에 설레는 마음도 이해된다. 하지만 감독 인사는 늘 기록표 밖의 결정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기록표가 가장 세게 밀어붙이는 선택이다. 54승 71패 4무라는 숫자와 작년 한국시리즈의 기억 사이에서 한화가 어떤 답을 고를지, 이종범의 이름은 그 갈림길에서 꽤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