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현택 기록표를 넘겨봤더니, 왼쪽 측면의 시간이 보였다

얼마 전 울산 경기를 보다가 조현택의 움직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골을 넣은 것도 아니고 하이라이트 첫 장면을 장식한 것도 아니었는데, 왼쪽 터치라인 근처에서 공을 받는 위치와 다시 내려서는 타이밍이 꽤 오래 남았다. 이런 선수는 기록표를 같이 봐야 더 재미있다. 풀백의 숫자는 득점과 도움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커리어의 방향은 출전 수와 팀 이동, 포지션 변화 속에 은근히 찍혀 있기 때문이다.
부천 시절, 조현택의 첫 인상은 공격이었다
조현택은 2001년 8월 2일생, 울산 HD 공식 프로필 기준 182cm, 76kg의 수비수다. 그런데 초반 커리어 기록만 놓고 보면 그냥 수비수라고 부르기엔 조금 아깝다. K리그 공식 기록실 기준으로 2021년 부천에서 30경기 1골 3도움, 2022년에는 정규리그 33경기 6골 4도움에 플레이오프 1경기까지 뛰었다.
특히 2022년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풀백 또는 윙백 성향의 선수가 리그 33경기에서 6골 4도움을 남겼다는 건, 단순히 뒤에서 받쳐준 수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부천의 왼쪽에서 조현택은 전진, 크로스, 박스 근처 침투까지 꽤 넓게 관여했다. 이때의 기록이 지금도 조현택을 볼 때 중요한 기준점처럼 남아 있다.
- 2021년 부천: 30경기 1골 3도움
- 2022년 부천: 정규리그 33경기 6골 4도움
- 부천 소속 총합: 64경기 7골 7도움
솔직히 이 정도면 팬들이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 왼발잡이 측면 자원, 어린 나이, 공격 포인트 생산력. 울산으로 돌아왔을 때 “이 선수는 언제 터질까”라는 시선이 붙은 것도 자연스러웠다.
울산 2023년의 30경기는 숫자보다 복잡했다
그런데 울산에서의 첫 본격 시즌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2023년 조현택은 울산 소속으로 K리그1 30경기에 나섰지만 득점과 도움은 없었다. 출전 수만 보면 꽤 많이 뛴 것처럼 보이는데, 부천 시절처럼 왼쪽을 마음껏 휘젓는 그림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건 선수 개인의 문제만으로 읽기 어렵다. 울산은 당시 리그 최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이었고, 풀백에게 요구되는 기준도 달랐다. 부천에서는 전진성이 장점으로 크게 보였다면, 울산에서는 공을 잃은 뒤 복귀 속도, 후방 빌드업에서의 선택, 강팀을 상대할 때의 수비 위치까지 같이 평가받는다. 같은 왼쪽 측면이어도 숙제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그래서 2023년의 30경기 0골 0도움은 실패로만 읽기엔 아쉽다. 오히려 큰 팀의 템포를 몸에 넣는 시간에 가까웠다. 팬 입장에서는 답답한 장면도 있었겠지만, 어린 풀백이 공격형 윙백에서 우승권 팀의 수비수로 다시 조정되는 과정은 원래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김천을 거쳐 돌아온 뒤 생긴 실전 감각
조현택 커리어에서 김천 상무 시기는 꽤 의미 있는 구간이다. K리그 공식 기록 기준으로 2024년 김천에서 12경기, 2025년 김천에서 18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2025년에 다시 득점과 도움이 찍혔다. 이 변화는 작아 보여도 중요하다.
풀백은 경기 감각이 끊기면 가장 티가 많이 나는 포지션 중 하나다. 오버래핑을 언제 할지, 센터백 옆으로 좁혀야 할지, 상대 윙어를 등지고 받을지 앞에서 끊을지 같은 판단이 계속 반복돼야 살아난다. 김천에서 꾸준히 실전 리듬을 쌓은 뒤 울산으로 돌아온 조현택은 적어도 “경기에 들어갈 몸”을 다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복귀 후에도 숫자는 바로 따라왔다. 2025년 울산에서 11경기 1골 1도움. 울산 구단 소식에서도 수원FC전 조현택의 울산 데뷔골이 언급됐는데, 개인에게는 꽤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부천에서 보여준 공격의 기억, 김천에서 되찾은 리듬, 울산에서 요구받는 안정감이 한 장면에 살짝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2026년 조현택을 보는 재미는 균형에 있다
2026시즌 기록은 더 현실적이다. K리그 공식 기록실에 반영된 조현택의 2026년 울산 기록은 27경기 0골 1도움이다. 화려한 공격 포인트만 기대하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풀백을 그렇게만 보면 놓치는 게 많다.
울산 같은 팀에서 왼쪽 수비수는 단순히 측면을 달리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 압박을 피해 첫 패스를 이어주고, 반대 전환이 나올 때 폭을 유지하고, 공격진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깥 길을 열어줘야 한다. 반대로 공을 잃으면 가장 먼 거리에서 다시 수비 라인으로 돌아와야 한다. 체력도 필요하고, 참는 시간도 필요하다.
조현택의 누적 기록을 보면 흐름이 꽤 또렷하다. K리그1 98경기 2골 4도움, K리그2 63경기 7골 7도움, 플레이오프 1경기까지 합쳐 총 162경기 9골 11도움. 공격 포인트는 부천 시절에 집중돼 있지만, K리그1 출전 수는 울산과 김천을 지나며 빠르게 쌓였다. 이제 관건은 예전의 공격성을 얼마나 잃지 않으면서, 울산이 원하는 수비 안정과 경기 운영을 얼마나 더 붙이느냐다.
내가 더 보고 싶은 장면
개인적으로는 조현택이 무리하게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노리는 선수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왼발 크로스와 전진은 그의 매력이다. 다만 지금의 울산 조현택에게 더 흥미로운 지점은 언제 올라가고 언제 멈추는지, 그 판단의 속도다. 공격적인 풀백이 강팀의 풀백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늘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이미 160경기 넘는 프로 기록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현택의 다음 한 시즌은 숫자보다 장면으로 먼저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