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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야구 박준영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한화 마운드의 숫자가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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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야구 박준영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한화 마운드의 숫자가 다르게 보였다

요즘 한화 경기를 보다가 박준영 이름이 뜨면, 솔직히 먼저 등번호부터 확인하게 된다. 한화에는 박준영이라는 이름의 투수가 둘 있고, 여기서 말하는 박준영은 불꽃야구를 거쳐 2026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들어온 2002년생 우완 투수, 등번호 68번 박준영이다.

불꽃야구가 만든 얼굴, 한화가 고른 투수

박준영의 이야기가 재밌는 건 단순히 방송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야구 예능에서 이름을 알렸고, 다시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KBO 무대까지 올라왔다는 흐름 자체가 흔치 않다. 영일초, 영남중, 충암고, 청운대를 거친 그는 184cm, 87kg의 우투우타 투수로 등록돼 있다. 2026년 한화 육성선수, 연봉 3000만원. 화려한 계약금보다 먼저 보이는 건 ‘기회를 받기 전까지 버틴 시간’이다.

불꽃야구 시절의 의미도 여기서 나온다. 예능의 카메라 앞에서 던졌다는 사실보다, 낯선 관중과 압박감 속에서 자기 공을 던져본 경험이 더 크다. 실제로 1군 데뷔승 이후 인터뷰에서도 박준영은 불꽃야구에서 팬들 앞에 섰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건 꽤 중요한 포인트다. 퓨처스에서 공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도, 1군 조명 아래에서는 호흡이 달라진다. 박준영은 그 간극을 조금 먼저 겪어본 쪽에 가까웠다.

퓨처스 숫자는 진짜 신호였다

박준영이 한화 팬들의 눈에 확 들어온 건 퓨처스리그 초반 기록 때문이었다. KBO 발표 기준으로 그는 2026년 3~4월 퓨처스리그 월간 루키상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와 26이닝, 평균자책점 1.38, 3승, WAR 1.11.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였고, 무실점 경기가 3번, 무자책 경기가 4번이었다.

이 정도면 단순히 “방송 출신 선수가 잘 던졌다” 정도로 소비하기 아깝다. 선발로 26이닝을 먹었다는 건 구단이 투구 수와 회복 루틴을 어느 정도 신뢰했다는 뜻이고, 평균자책점 1점대는 결과 관리가 됐다는 뜻이다. 140km대 후반까지 나오는 사이드암이라는 설명도 흥미롭다. KBO에서 사이드암은 구속만으로 버티기 어렵지만, 그 속도에 팔각도와 슬라이더 궤적이 붙으면 타자 입장에서는 첫 타석 적응 비용이 꽤 크다.

  • 2026년 한화 육성선수 입단
  • 3~4월 퓨처스리그 6경기 26이닝 평균자책점 1.38
  • 월간 퓨처스 루키상 투수 부문 수상
  • 140km대 후반 구속을 가진 우완 사이드암

5월 10일 LG전, 숫자보다 장면이 컸던 하루

1군 데뷔전은 더 극적이었다. 2026년 5월 10일 대전 LG전, 박준영은 선발로 올라와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9-3으로 이겼고, 그는 승리투수가 됐다. KBO 리그에서 육성선수 출신 투수가 1군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첫 사례라는 점까지 붙었다.

그런데 이 경기의 묘미는 ‘무실점’만이 아니다. 5이닝 동안 삼진이 2개였다는 건 압도적인 헛스윙 쇼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대신 맞혀 잡고, 위기를 끊고, 한 이닝씩 버텼다. 타선도 제대로 받쳐줬다. 한화는 장단 13안타를 쳤고, 황영묵은 3안타 3타점, 강백호와 허인서는 홈런 포함 3안타 경기를 했다. 신인급 투수에게 이런 득점 지원은 숨을 트이게 한다. 그래서 이 승리는 박준영 혼자 만든 기적이라기보다, 박준영이 버티고 타선이 확 밀어준 ‘팀 단위의 좋은 기억’에 가깝다.

그래도 1군 시즌은 훨씬 차가웠다

팬심만 놓고 보면 5월 10일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싶다. 근데 기록을 계속 보면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KBO 기록실 기준 2026년 9월 27일까지 박준영의 1군 성적은 15경기, 47⅓이닝, 2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7, WHIP 1.46이다. 피안타율은 0.240으로 아주 무너진 수치는 아닌데, 볼넷 25개와 피홈런 10개가 발목을 잡았다. 탈삼진은 36개.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구간은 있었지만, 공짜 주자와 장타 리스크가 같이 따라온 시즌이었다.

최근 10경기 흐름은 더 선명하다. 31⅔이닝 평균자책점 7.11, 볼넷 19개, 몸에 맞는 공 9개, 피홈런 5개. 사이드암에게 제구 흔들림은 단순한 볼넷 문제가 아니다. 팔각도 특성상 공이 살짝 빠지면 우타자 몸쪽으로 깊게 들어가고,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 코스가 된다. 즉 박준영의 과제는 “공이 좋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어느 높이와 어느 코스로 살아남을지 찾아야 한다.

불꽃야구의 박준영에서 한화의 박준영으로

나는 박준영의 2026년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1군 성적표는 냉정했고, 5월의 반짝임 뒤에는 맞고 배운 경기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그게 곧 실패라는 뜻도 아니다. 육성선수 출신이 첫해에 퓨처스에서 상을 받고, 1군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기록을 만들고, 시즌 중 47이닝 넘게 버틴 것 자체가 이미 한 번의 점프다.

앞으로 봐야 할 숫자는 승패보다 단순하다. 볼넷이 줄어드는지, 피홈런이 한 경기 안에서 몰리지 않는지, 두 번째 타순부터도 슬라이더와 빠른 공의 높이를 유지하는지. 이 세 가지가 잡히면 박준영은 단순한 사연형 선수가 아니라 한화 마운드의 실제 선택지가 된다. 불꽃야구가 그에게 이름을 줬다면, 이제 KBO 기록지는 그 이름이 얼마나 오래 남을지를 묻고 있다. 그래서 다음 등판 때도 나는 결과보다 먼저 볼넷 숫자와 장타 허용 장면을 보게 될 것 같다.

불꽃야구 박준영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한화 마운드의 숫자가 다르게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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