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석의 출전 시간이 늘자 숫자도 달라졌다

여준석의 곤자가 시절 기록을 다시 보다가 시애틀대 기록에서 한참 눈이 멈췄다. 2024~25시즌에는 경기당 4.1분을 뛰던 선수가 2025~26시즌에는 출전한 3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평균 득점도 1.6점에서 12.0점으로 뛰었다. 득점 차이도 크지만, 내게는 출전 시간과 역할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여준석을 볼 때는 몇 점을 넣었는지만큼 어떤 기회를 받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곤자가의 짧은 출전 시간은 무엇을 말할까
여준석은 2023~24시즌 곤자가에서 2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6.9분을 뛰었다. 다음 시즌에는 14경기, 평균 4.1분이었다. 2024~25시즌 기록은 23점과 8리바운드, 총 출전 시간은 58분이다. 이 숫자만 보면 활약이 아쉽다고 느끼기 쉽다. 그런데 한 경기에서 코트에 머무는 시간이 몇 분뿐이라면 공격 흐름을 읽고 슛 감각을 찾을 기회도 제한된다. 짧은 출전에서 나온 득점 평균만으로 선수의 공격 능력을 재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출전 시간이 줄었다는 사실 자체도 기록이다. 당시 곤자가의 로테이션에서 여준석이 큰 역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높은 선수에게는 답답한 구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시기를 볼 때는 ‘실력이 사라졌다’는 식의 단정 대신, 제한된 기회 속에서 무엇을 보여줬고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얻었는지 이어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시애틀대에서 34번 선발로 뛴 뒤
2025~26시즌 시애틀대로 옮긴 여준석은 출전한 3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시애틀대 공식 선수 소개에 따르면 경기당 12.0점, 4.0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팀 득점 3위였다. 34경기 모두 득점했고, 그중 21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몇 차례 폭발한 경기가 평균을 끌어올렸다기보다, 꾸준히 공격에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팀도 21승 14패로 시즌을 마쳤고, 여준석은 서부 해안 콘퍼런스에서 명예 언급을 받았다. 곤자가와 시애틀대의 팀 사정이 같을 수는 없으니 두 시즌의 득점 평균을 선수 성장률처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선발로 꾸준히 뛰면서 대학 무대에서 어느 정도 득점과 리바운드를 생산할 수 있는지 보여준 시즌이라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52개의 3점슛에서 보이는 공격의 폭
시애틀대에서 여준석은 시즌 3점슛 52개를 넣어 팀 내 2위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3개 이상 성공한 날도 9번이다. 특히 1월 4일 세인트메리스전에서는 3점슛 8개를 던져 6개를 넣었고, 대학 무대 개인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그 경기만 떼어 놓으면 뜨거운 슛 감각이 먼저 보인다. 시즌 전체로 넓혀 보면 외곽슛이 공격 선택지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골밑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포워드가 외곽에서도 슛을 넣으면 수비가 붙어야 할 거리가 길어진다. 동료가 움직일 공간도 달라진다. 여준석의 득점이 팀 공격에서 갖는 의미를 볼 때 3점슛 52개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2월 11일 산타클라라전의 17점·12리바운드 역시 기억할 만하다. 대학 무대 첫 더블더블로, 득점 외에 리바운드로도 존재감을 남긴 경기였다.
대표팀 기록은 또 다른 숙제를 보여준다
국제농구연맹 기록에서 여준석은 2027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4경기 평균 15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8월 레바논전에서는 19점,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18점을 넣었다. 골밑 득점은 인상적이었다. 네 경기에서 2점슛 38개 중 27개를 성공해 성공률 71.1%를 기록했다.
외곽 기록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같은 네 경기에서 3점슛은 11개를 시도해 한 개도 넣지 못했다. 시애틀대에서 시즌 52개를 넣었던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비가 크다. 그렇다고 11번의 시도만으로 대표팀에서 외곽슛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수비와 맡은 역할이 달라졌을 수 있고, 표본도 작다. 오히려 다음 대표팀 경기에서 슛을 던지는 위치와 시도 횟수, 골밑 공격 비중이 어떻게 바뀌는지 볼 이유가 생겼다.
시애틀대는 여준석을 2026~27시즌 선수 명단에 올렸고, 10월 15일에는 그가 콘퍼런스 프리시즌 팀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제 관심은 한 시즌의 반등을 다음 시즌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나는 득점 평균만 기다리기보다 선발로 맡는 역할, 3점슛의 꾸준함, 접전에서의 리바운드를 함께 챙겨볼 생각이다. 여준석의 숫자는 코트에 머무는 시간이 선수의 이야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이미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