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 재계약 검토 끝에 숫자를 다시 봤다

사직 경기를 챙겨볼 때마다 이상하게 같은 장면이 남았다. 선발이 버텨준 날에도 경기 후반 한 점이 멀어 보였다. 롯데 김태형 감독 재계약 검토 소식을 듣고 세 시즌의 기록을 다시 펼쳐본 이유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제 진행형이 아니다. 롯데 구단은 10월 24일 김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 번의 7위가 말하는 것
김 감독은 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했다. 기대가 컸다. 두산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감독이었으니까. 하지만 롯데에서 보낸 2024년, 2025년, 2026년의 최종 순위는 모두 7위였다. 세 시즌 합계는 196승 13무 223패, 승률 0.468이다.
순위가 같다고 경기 내용까지 같았던 건 아니다. KBO 기록상 롯데는 2024년 66승 74패 4무, 2025년 66승 72패 6무를 거뒀다. 2025년에는 패배를 두 경기 줄이고 승률도 0.478까지 올렸다. 그해엔 시즌 중반까지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며 팬들이 가을을 기대할 만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2026년에는 64승 77패 3무, 승률 0.454로 다시 내려갔다. 조금 나아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흐름이 재계약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2026년은 선발이 버텼는데도 모자랐다
올해 기록에서 가장 아까운 대목은 선발진이다. 롯데는 선발투수 다섯 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채웠다. 10개 구단이 144경기를 치르는 체제에서 처음 나온 기록으로 전해졌다. 선발 다섯 자리가 이만큼 꾸준히 돌아갔다면 승수도 따라왔을 법하다. 그런데 최종 성적은 5할에 13승 모자랐다.
이 숫자는 선발만으로 시즌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긴 이닝을 책임져 주는 투수가 있어도 타선이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거나 경기 후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 승리는 쌓이지 않는다. 반대로 감독 한 사람에게 모든 패배를 돌리기도 어렵다. 선수 구성과 보강은 구단의 영역이고, 주어진 선수의 기용과 경기 운영은 현장의 영역이다. 이번 성적표에는 두 쪽이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이 남았다.
키움전 14승이 가린 승부
상대 전적을 보면 7위라는 순위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KBO 순위표에서 롯데는 키움에 14승 2패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키움을 제외한 아홉 팀을 상대로는 50승 75패 3무였다. 특정 팀에 확실히 강했던 만큼, 나머지 상대에게서 승리를 꾸준히 가져오지 못한 셈이다.
특히 5위 두산과는 6승 10패, 6위 SSG와는 7승 8패 1무였다. 가을야구 자리를 놓고 부딪히는 팀을 상대로 접전을 더 가져왔다면 순위표의 모양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홈 성적도 눈에 띈다. 사직에서는 29승 42패, 원정에서는 35승 35패 3무였다. 홈에서 승보다 패가 13경기 많았다는 사실은 팬에게도, 구단에도 무겁다. 사직의 열기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그 열기 속에서 이길 만한 경기를 충분히 잡지 못했다는 결과다.
감독 교체 뒤에도 남는 숙제
김 감독의 재계약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던 이유는 이해된다. 세 시즌 연속 7위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감독 평가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동시에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다섯 명처럼 다음 시즌에도 이어갈 만한 기반은 있다. 롯데는 결국 새 감독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구단 발표 시점에는 차기 감독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이제 중요한 건 이름 하나를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 일이다. 새 사령탑이 오더라도 상대별 승패 격차와 홈 승률을 어떻게 줄일지, 선발이 만들어 준 경기 초반의 기회를 어떻게 승리로 바꿀지 답이 필요하다. 팬으로서는 다음 시즌 순위표의 숫자만큼이나 사직에서 팽팽한 경기를 끝내 가져오는 장면이 늘어나는지를 보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