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네수엘라 경기를 다시 보니 5대2가 끝이 아니었다

일본 베네수엘라 경기를 보면서 3회가 끝났을 때는 일본이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5대2. 그런데 다시 기록을 따라가 보니, 그 점수는 승부의 방향을 말해 주지 못했다. 베네수엘라는 5회와 6회에 홈런 두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일본은 3회 이후 한 점도 더 내지 못했다.
1회부터 서로 주고받은 선두타자 홈런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전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현지시간 3월 14일, 한국시간 15일에 열렸다. 베네수엘라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1회초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쳤다. 그러자 1회말 오타니 쇼헤이가 베네수엘라 선발 레인저 수아레스를 상대로 같은 방식으로 응수했다. 시작부터 1대1이었다.
베네수엘라는 2회초 글레이버 토레스의 적시 2루타로 다시 앞섰다. 야마모토는 첫 두 이닝에 한 점씩 줬지만 4이닝을 채우며 2실점, 5탈삼진으로 막았다. 초반의 거친 인상과 실제 투구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이 선발투수 때문에 무너진 경기는 아니었다.
일본의 3회 4득점은 어떻게 나왔나
3회말 일본의 공격은 꽤 인상적이었다. 베네수엘라가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사토 데루아키가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모리시타 쇼타가 3점 홈런을 쳤다. 2대2가 순식간에 5대2가 됐다. 상대가 오타니와의 승부를 피했는데도 뒤 타자들이 점수를 낸 장면이라 일본 타선의 힘이 더 크게 느껴졌다.
모리시타는 원래 선발로 나선 스즈키 세이야가 1회 주루 중 무릎을 다쳐 교체 투입된 선수였다. 갑작스러운 교체 카드가 그날 일본의 가장 큰 타격 장면을 만든 셈이다. 그런데 이 홈런이 일본의 마지막 득점이기도 했다. 일본의 7안타 가운데 3회 이후 나온 안타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경기 후반을 설명한다.
5회 추격포와 6회 역전포 사이
일본 대표팀 공식 기록을 보면 야마모토가 내려간 뒤 스미다 지히로는 5회에 2실점했다. 마이켈 가르시아가 친 2점 홈런으로 점수는 5대4. 세 점 차였던 경기가 다시 한 타석 차 승부가 됐다. 베네수엘라로서는 6회 역전 전에 먼저 일본의 여유를 지워 버린 한 방이었다.
6회초에는 윌리에르 아브레우가 이토 히로미를 상대로 3점 홈런을 쳤다. 5대4에서 7대5로 뒤집힌 순간이다. 두 이닝에 나온 두 홈런이 5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선명하다. 베네수엘라 타선은 이날 10안타로 8점을 냈고, 아쿠냐의 선제포까지 더해 홈런 세 개를 기록했다. 일본이 앞서던 시간은 길었지만, 베네수엘라가 필요한 순간에 낸 장타의 값은 훨씬 컸다.
8회초에는 에세키엘 토바르가 2루타로 출루한 뒤 3루 도루 과정에서 송구 실책이 나오며 한 점이 추가됐다. 8대5. 홈런으로 벌어진 점수 차에 주루와 수비 실책이 한 점을 보탰다. 기록지의 일본 실책 1개가 어디서 나왔는지까지 보면, 마지막 점수의 모양도 달리 보인다.
일본이 3회 이후 멈춘 장면도 봐야 한다
베네수엘라 마운드는 선발 수아레스가 흔들린 뒤 구원투수 여섯 명을 차례로 투입했다. 일본 타선은 3회에 4점을 냈지만 4회부터 9회까지는 무득점이었다. 베네수엘라가 역전한 뒤에도 일본에는 반격할 이닝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을 구원진이 지켜낸 것이 8대5 승리의 또 다른 절반이다.
마지막 타자 오타니를 다니엘 팔렌시아가 뜬공으로 잡으며 경기가 끝났다. 일본은 조별리그 4전 전승으로 8강에 올라왔지만 여기서 멈췄고, 베네수엘라는 이후 결승에서 미국까지 꺾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이 8강전은 나중에 더 무게가 실렸다. 당시에는 일본의 5대2 리드가 가장 크게 보였지만, 기록을 다시 읽으면 베네수엘라의 추격포와 6이닝 무실점 구원투구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