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단 개편을 기록으로 다시 보니 빈자리가 보였다

얼마 전 KIA의 2026년 기록을 다시 펼쳐봤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승수보다 선수 이름이었다. 박찬호와 최형우가 떠난 뒤에도 팀은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빈자리가 사라진 건 아니다. 누가 그 자리를 나눠 맡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숙제가 남았는지를 봐야 KIA 선수단 개편의 방향이 보인다.
65승에서 79승으로 오른 숫자의 속사정
KBO 기록실 기준 KIA는 2025년 65승 75패 4무, 승률 0.464로 8위였다. 2026년에는 79승 63패 2무, 승률 0.556으로 3위까지 올라왔다. 승수가 14개 늘었다. 팀 타율은 0.258에서 0.271로, 평균자책점은 4.66에서 4.27로 좋아졌다. 타선과 마운드가 함께 나아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개편 성공’이라는 한 문장으로 끝내기는 이르다. 2025년 뒤 유격수 박찬호와 중심 타자 최형우가 FA로 이적했다. 특히 유격수는 수비 위치와 송구가 매 경기 드러나는 자리다. 지명타자 쪽에서도 꾸준한 타석을 한 선수가 그대로 이어받기는 쉽지 않다. KIA는 익숙한 주전 구성을 유지하는 대신, 여러 선수에게 역할을 나눠 주며 시즌을 치렀다. 성적 반등은 그 선택이 적어도 2026년 정규시즌에는 버텨냈다는 증거다.
빈자리를 메운 선수보다 넓어진 선택지가 눈에 띈다
선수단을 볼 때는 ‘누가 박찬호나 최형우를 대신했나’보다 ‘상황별로 누구를 쓸 수 있게 됐나’가 더 흥미롭다. KIA 구단은 박정우, 한준수, 황동하, 박재현의 2026년 활약을 기념하는 유니폼을 내놓았다. 네 선수가 맡은 일은 서로 다르지만, 기존 주축만으로 한 시즌을 버틴 팀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수 한준수의 사례가 특히 그렇다.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벤치에 머물렀던 그가 2026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선발 포수로 나서 6대3 승리를 함께했다. 포수 개편은 타격 성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중요한 경기에서 수비를 맡길 수 있어야 선택지가 생긴다. 한준수의 가을 등장은 그 선택지가 실제 경기까지 이어졌다는 장면이다.
타선의 중심에는 여전히 김도영과 나성범 같은 주축이 있다. 다만 강한 타자 몇 명에게 득점을 맡기는 구성은 컨디션 변화에 취약하다. 박정우와 박재현처럼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쌓아야 타순을 바꿀 여유도 생긴다. 선수단 개편을 대형 영입이나 방출 명단만으로 읽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가을야구가 드러낸 마운드의 힘과 부담
투수 쪽에서는 제임스 네일의 무게가 분명하다. KBO에 따르면 네일은 2026년 정규시즌 31경기에서 183이닝을 던져 13승 7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긴 이닝을 맡길 선발이 있다는 것은 불펜 운용에도 큰 이점이다.
동시에 183이닝이라는 숫자는 다음 시즌을 생각하게 한다. 긴 시즌을 다시 치르려면 네일과 올러 뒤에서 국내 선발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닝을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황동하와 김태형에게 주어진 기회가 반가운 이유도 여기 있다. 당장 한 경기의 호투보다 여러 차례 선발 등판을 견디는지가 선수단의 깊이를 결정한다.
불펜에는 경험을 지킬 근거도 있다. KIA는 2026년 1월 조상우와 2년 총액 15억원의 FA 계약을 맺었고, 조상우는 그해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다. 전상현은 구단 발표 기준 9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을의 짧은 시리즈와 144경기 정규시즌은 필요한 투수 수가 다르다. 필승조의 이름만큼 그 앞에서 버틸 투수를 늘리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새 얼굴 18명은 당장의 답보다 다음 경쟁의 시작이다
10월 초 KIA는 2027년 신인 11명과 입단 계약을 마쳤고, 육성선수 7명도 영입했다. 1라운드 지명 내야수 이호민, 2라운드 투수 곽병진, 육성선수로 들어온 우완 이준혁 등이 새 경쟁자다. 신인 11명과 육성선수 7명을 합쳐 18명이지만, 이를 곧바로 1군 전력 18명으로 계산해서는 곤란하다. 각자 성장 속도가 다르고, 실제 기회도 훈련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올겨울 개편의 관전 지점은 새 이름의 수보다 자리별 경쟁이다. 내야에서는 수비 안정감과 공격 기여를 함께 따져야 하고, 선발진에서는 긴 이닝을 맡을 후보가 필요하다. 포수와 외야도 올해 얻은 선택지를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시점인 만큼 이후 계약이나 이적을 미리 확정된 일처럼 말할 수는 없다.
KIA는 2025년의 65승을 2026년 79승으로 바꿨고, LG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 3연승을 거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조금씩 넓혔다. 내가 다음 시즌에 보고 싶은 숫자는 단순한 영입 인원보다 그 선수들이 실제로 맡아낸 타석과 이닝이다. 거기서 KIA 선수단 개편이 얼마나 깊어졌는지가 드러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