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홍창기·박동원 FA 앞두고 비상이라 기록을 다시 봤다

LG의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보고 기록표를 다시 펼쳤다. KIA에 3경기를 내주고 시즌을 끝낸 것도 쓰렸지만, 눈길이 오래 머문 곳은 홍창기와 박동원의 시즌 성적이었다. 한 선수는 공격의 시작을, 다른 선수는 안방과 중심 타선의 한 자리를 맡아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FA를 앞둔 겨울이라 숫자가 더 무겁게 읽힌다.
4위라는 순위보다 아픈 공격의 흐름
LG는 2026년 정규시즌을 78승 65패 1무, 4위로 마쳤다. 최종전에서 KIA에 2대 4로 져 3위 자리를 놓쳤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 다시 만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전 전패했다. 시즌 초 선두를 달리던 팀이었기에 이 흐름은 더 낯설었다.
타선 전체가 처음부터 약했던 것은 아니다. 오스틴은 정규시즌 41홈런과 127타점을 올렸다. 스포츠경향이 전한 팀 조정득점생산력도 107.2로 리그 3위였다. 다만 국내 타자만 계산하면 96.6으로 6위까지 내려갔다. 조정득점생산력은 구장 환경 등을 감안해 타자의 득점 생산을 비교하는 지표다. 오스틴의 활약이 컸다는 말과 함께, 그에게 기대는 비중도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LG가 강할 때는 선두 타자가 나가고, 뒤 타자들이 끈질기게 기회를 이어 갔다. 올해는 그 연결이 자주 끊겼다. 그래서 홍창기와 박동원의 부진은 개인 성적표 두 장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출루와 장타라는 서로 다른 역할이 동시에 흔들린 이야기다.
홍창기는 걸어 나갔지만 예전만큼 때리지 못했다
홍창기의 2026년 정규시즌 타율은 0.239, OPS는 0.659였다. 홈런은 없었다. 2023년 타율 0.332·출루율 0.444, 2024년 타율 0.336·출루율 0.447을 기록했던 리드오프를 떠올리면 차이가 크다. 특히 타율 하락은 1번 타순에서 기대했던 안타와 후속 주자를 불러들이는 장면이 줄었다는 신호다.
그렇다고 선구안까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도 출루율은 0.375였다. 타율과 출루율 사이가 0.136이나 벌어진다. 안타가 뜸한 날에도 볼넷으로 살아 나갈 능력은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2024년의 출루율 0.447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고, 출루 뒤 타구로 흐름을 바꾸는 힘도 약해졌다.
그 차이는 실제 기용에서도 드러났다. 5월에는 선발 1번에서 9번으로 내려갔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한 경기의 선택만으로 선수 가치를 재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꾸준한 출루가 강점이던 선수를 어디에 놓을지 고민해야 했다는 사실은, LG의 공격 설계가 흔들렸음을 보여준다.
박동원의 14홈런에는 포수라는 자리가 붙어 있다
박동원은 2026년 128경기에서 타율 0.225, 14홈런, 56타점, OPS 0.727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139경기에서 타율 0.253, 22홈런, 76타점, OPS 0.797이었다. 홈런이 8개 줄었고 OPS도 0.070 내려갔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이어 온 20홈런 기록도 멈췄다.
하지만 박동원을 평가할 때 타격 지표만 볼 수는 없다. 포수는 투수진과 호흡을 맞추고, 경기 대부분을 쪼그려 앉아 치른다. 그런 자리에서 장타까지 보태는 선수의 가치는 대체 선수와 함께 따져야 한다. 반대로 그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올해의 공격력 하락을 덮을 수도 없다. 다음 계약은 이름값과 한 해의 부진 사이에서 적절한 기준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두 선수의 성적이 떨어진 방식도 다르다. 홍창기는 출루 능력을 어느 정도 지켰지만 안타 생산이 크게 줄었다. 박동원은 포수로서 경기에 나서면서도 이전만큼의 장타를 보여주지 못했다. 같은 ‘부진’이라는 말로 묶으면 LG가 무엇을 되살려야 하는지 흐려진다.
FA 협상에서 LG가 봐야 할 시간은 내년 이후다
홍창기와 박동원은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앞두고 있다. 둘 다 올해 성적만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렵다. 홍창기에게는 여러 해 증명한 출루 능력이 있고, 박동원에게는 포수로 뛰며 쌓은 장타 생산의 이력이 있다. 동시에 2026년의 하락도 실제 기록이다. 과거의 최고 성적이 그대로 돌아온다고 가정할 근거는 없다.
LG라면 먼저 역할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홍창기가 다시 높은 출루율과 안타 생산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지, 박동원이 포수 출장 부담 속에서 어느 정도 장타를 회복할 수 있는지다. 그 전망에 따라 계약 기간과 금액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야와 포수의 대체 자원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도 판단에 들어가야 한다.
팬으로서는 익숙한 두 이름이 다음 시즌에도 LG 타선에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데 올해 기록을 보고 나니 바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홍창기가 다시 공격의 문을 열고 박동원이 뒤에서 한 방을 보태려면, LG도 두 선수도 2026년에 끊어진 연결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이번 겨울의 선택은 그 답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찾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