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6라인 은퇴 소동 뒤 경기 기록을 다시 봤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전 기록표를 다시 봤는데, 2대0이라는 결과보다 경기 뒤에 벌어진 일이 더 오래 눈에 남았다. 손흥민이 A매치 59호 골을 넣은 밤, 김민재·황인범·황희찬의 대표팀 은퇴설이 퍼졌다. 승리를 축하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대표팀 내부를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숫자와 장면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럴 때일수록 경기에서 확인된 사실과 경기장 밖에서 나온 이야기를 차례로 놓고 보고 싶다.
2대0 승리와 59호 골이 겹친 밤
10월 6일 용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은 출발이 좋았다. 손흥민이 전반 6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오세훈이 후반 15분 추가골을 보탰다. FIFA 경기 기록에 따르면 손흥민에게는 대표팀 통산 59번째 득점이었다. 차범근이 갖고 있던 한국 남자 대표팀 최다 득점 기록을 넘어선 순간이기도 했다. 한 경기의 승리와 한 선수의 오랜 축적이 동시에 기록된 셈이다.
그런데 경기 직후 관심은 스코어에서 라커룸으로 옮겨갔다. 1996년생인 김민재·황인범·황희찬이 대표팀을 떠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 선수가 경기 뒤 협회 관계자와 대화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커졌다. 당시 김민재는 경기에 뛰지 않았고, 황희찬은 선발, 황인범은 교체로 출전했다. 같은 날 같은 유니폼을 입었어도 세 선수가 경기에서 맡은 역할은 달랐다. 이 장면들을 곧바로 하나의 은퇴 선언으로 묶으면 실제로 확인된 범위를 넘어선다.
네 경기 성적은 무엇을 보여주나
대한축구협회 기록을 따라 9~10월 평가전 네 경기를 이어 보면 에콰도르전 3대0 승리, 우루과이전 1대4 패배, 베네수엘라전 0대0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전 2대0 승리다. 합계는 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 네 경기 중 두 번은 실점하지 않았지만, 우루과이전 한 경기에서만 네 골을 내줬다. 우즈베키스탄전의 안정감이 반가우면서도,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의 수비와 경기 운영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선수단을 바라볼 때도 이 흐름은 중요하다. 손흥민과 이재성으로 대표되는 1992년생 선수들은 경험과 경기 내 판단에서 비중이 크다. 김민재는 수비의 중심이고, 황인범은 중원 연결에 관여하며, 황희찬은 공격의 속도를 더한다. 이들을 ‘92라인’과 ‘96라인’이라는 두 묶음으로 부르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각자의 위치와 임무가 맞물린다. 누군가 빠질 경우 어느 구간에서 공백이 생기는지부터 봐야 팀의 문제도 구체적으로 보인다.
은퇴설과 확인된 발언 사이의 거리
은퇴설이 나온 다음 날 황인범은 현장에서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당시 은퇴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 매체는 세 선수가 동료들에게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비공식 자리에서 어떤 고민이 오갔는지에 관한 보도와, 선수가 공개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손흥민의 리더십이나 선수 사이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다만 밖에서 들을 수 있는 발언만으로 누가 누구와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이 경기에 대한 불만을 말했는지, 역할과 소통 방식에 이견이 있는지, 다른 사정이 겹쳤는지도 구별해야 한다. 실제로 갈등이 있었다면 덮어둘 일은 아니지만, 확인되지 않은 말로 특정 선수의 책임을 먼저 정하는 일 역시 대표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서 볼 것은 호흡과 대응
이번 소동을 겪고 나니 다음 대표팀 경기는 결과만 적어 두고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수비에서 공을 끊은 뒤 황인범이 받을 위치를 얼마나 빨리 찾는지, 측면 공격수가 전환 상황에서 어디까지 돌아오는지, 손흥민과 다른 공격수들이 압박의 시작점을 함께 맞추는지를 보게 될 듯하다. 이런 장면은 한두 번의 악수나 단체 사진보다 경기장에서의 협력이 어떤 상태인지 더 잘 보여준다.
물론 패스 한 번이 어긋났다고 선수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술 지시와 체력, 상대의 압박도 경기력을 바꾼다. 그래서 앞으로의 소집과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공개 발언, 출전 구성, 여러 경기에서 반복되는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전의 2대0과 손흥민의 59호 골은 그대로 축하할 만한 기록이다. 그 밤에 생긴 물음은 시간을 두고 확인할 일이다. 팬인 나는 누군가를 먼저 편으로 나누기보다, 다음 경기에서 이 선수들이 한 팀으로 어떤 축구를 보여주는지 지켜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