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의 김도영 지명 선택이 남긴 진짜 이야기

2021년 신인 지명 발표를 기다리던 때가 기억난다. 광주동성고 김도영과 광주진흥고 문동주 가운데 KIA가 누구를 고를지,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했다. 조계현 당시 단장의 선택은 김도영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기록을 다시 펼쳐 보면, 그날의 선택은 단순히 ‘누가 더 잘했나’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다.
지명 당시 KIA가 원한 선수는 누구였을까
2021년 8월, KIA는 2022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내야수 김도영을 발표했다. 문동주는 빠른 공을 가진 우완 투수였고, 김도영은 타격·주루·수비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시 눈에 들어오는 투수의 구속과 여러 해 내야의 중심이 될 야수의 가능성 사이에서 결정해야 했다.
조계현 단장은 지명 직후 인터뷰에서 센터라인 내야수의 필요성을 선택 이유로 들었다. 결정 며칠 전까지 고민했다는 말도 남겼다. 당시 KIA가 김도영에게 기대한 것은 한 시즌의 타격 성적만이 아니었다. 팀의 내야 구성을 오래 책임질 수 있는 선수인가가 판단의 큰 부분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김도영은 프로에서 주로 3루수로 뛰며 타격 재능을 꽃피웠다. 지명 당시 그렸던 유격수 중심의 모습과 실제 성장 경로가 꼭 같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선수를 고를 때 본 운동 능력과 공격 잠재력이 다른 자리에서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다. 신인 지명은 포지션을 고정하는 계약이라기보다 선수의 성장 가능성에 거는 판단에 가깝다.
첫해 성적만 봤다면 답을 서둘렀을 것이다
김도영의 2022년 성적은 103경기 타율 0.237, 3홈런, 13도루였다. 이름값에 비해 타격 성적이 조용하다고 느낄 만했다. 고교 무대에서 돋보이던 선수가 프로 투수의 공에 적응하는 시간은 기록표에 그대로 남았다.
그런데 2023년에는 84경기에서 타율 0.303, 7홈런, 25도루를 기록했다. 출장 경기는 줄었지만 타석에서의 결과와 주루 생산성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홈런만 보면 변화가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율과 도루를 함께 보면 타석에 서고, 살아 나가고,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선수로 성장하는 흐름이 읽힌다.
같은 해 문동주는 한화에서 118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8승,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고 신인상을 받았다. 두 선수는 지명 때부터 비교 대상이었지만 역할부터 다르다. 선발투수는 일정한 간격으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야수는 거의 매일 공격과 수비에 참여한다. 한쪽의 신인상과 다른 쪽의 타격 성장을 하나의 점수로 바꾸기는 어렵다.
2024년 숫자가 선택의 무게를 바꿨다
김도영의 2024년 기록은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이다. 141경기에서 189안타를 쳤고 장타율은 0.647이었다. KBO 정규시즌 MVP도 그의 몫이었다. 특히 38홈런과 40도루를 함께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남는다. 장타로 점수를 내면서도 출루하면 발로 수비를 흔들 수 있었다.
143득점은 김도영 혼자 만든 숫자는 아니다. 앞뒤 타순의 연결과 팀 타선의 힘도 들어 있다. 그래도 40도루를 기록한 주자가 38개의 홈런까지 쳤다면 상대 배터리가 상대해야 할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출루를 허용해도 부담스럽고, 승부를 걸어도 장타를 경계해야 한다. 그 압박이 한 시즌 내내 이어졌다는 점에서 2024년 성적의 의미가 크다.
그렇다고 이 시즌 하나로 2021년의 판단을 완전히 평가할 수는 없다. 신인 지명에서는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뿐 아니라 건강하게 얼마나 오래 뛸지도 중요하다. 김도영은 2025년 30경기 출장에 그쳤다. 뛰었을 때 타율 0.309와 7홈런을 남겼지만,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시즌이었다. 재능의 크기와 시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몸 상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2026년에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답했다
KBO 기록상 김도영은 2026년 135경기에서 타율 0.308, 45홈런, 118타점, 120득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2024년보다 7개 늘었고 도루는 40개에서 11개로 줄었다. 같은 선수가 두 시즌에 보여준 공격 방식이 다르다. 2024년에는 장타와 빠른 발이 함께 두드러졌다면, 2026년에는 장타 생산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출루율도 2024년 0.420, 2026년 0.413으로 큰 차이가 없다. 도루 수가 줄었다고 해서 공격 가치 전체가 같은 폭으로 줄었다고 읽으면 놓치는 게 많다. 2026년 김도영은 85개의 볼넷을 골랐고, 45개의 홈런으로 스스로 점수를 만들어 냈다. 숫자를 따로 떼어 보기보다 출루와 장타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봐야 시즌의 얼굴이 보인다.
조계현의 김도영 지명 선택을 돌아보면, 당시 KIA가 내다본 유격수의 미래와 지금 확인한 3루수의 성과 사이에 변화가 있다. 문동주 역시 신인상을 받은 투수로 자기 길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지명을 승패 한 줄로 적기보다는, 구단이 오래 뛸 내야수의 가능성을 골랐고 그 선수가 예상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가 된 이야기로 기억하게 된다.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 변화가 훨씬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