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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볼넷 후 방망이 패대기 그날 숫자를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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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볼넷 후 방망이 패대기 그날 숫자를 다시 봤다

최근 KT와 삼성의 경기 기록을 다시 보다 이상한 대비가 눈에 들어왔다. 최원준은 두 번이나 볼넷으로 나갔고, KT는 12점을 냈다. 그런데 경기 뒤 가장 많이 회자된 건 출루도 승리도 아닌, 볼넷 직후 그가 방망이를 거칠게 내던진 장면이었다. 2026년 10월 11일 대구에서 대체 어떤 숫자가 그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을까.

안타 하나 차이에서 나온 3회초 볼넷

이날 경기 전 최원준은 시즌 204안타였다. 최다 안타 선두인 롯데 빅터 레이예스는 205안타. 차이는 단 하나였다. 이미 KT의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시점이어서, 남은 타석마다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1번 타자 최원준은 1회 첫 타석에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두 번째 기회는 KT가 2대1로 앞선 3회초, 선두 타자로 찾아왔다.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얻은 결과는 볼넷. 출루에는 성공했지만 안타 수는 그대로였다. 그 순간 최원준이 방망이를 바닥에 강하게 던졌고, 장비를 수거하러 온 볼보이에게 보호 장구를 거칠게 건네는 모습까지 중계 화면에 잡혔다.

안타 경쟁이 행동의 배경이었을 가능성은 크다. 그래도 화면만으로 그의 속마음을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볼넷 직후의 행동이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었고, 실제로 큰 비판을 불렀다는 점이다. 삼성 포수 강민호가 그를 부르며 자제를 당부하는 장면도 이때 나왔다.

기록표에는 볼넷, 경기 흐름에는 득점

솔직히 타자 입장에서 시즌 막판 안타 하나가 아까운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 타석을 팀 공격의 흐름으로 읽으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최원준이 선두 타자로 1루를 밟은 뒤 KT는 주자를 쌓았고, 샘 힐리어드의 3점 홈런으로 점수를 5대1까지 벌렸다. 최원준의 볼넷은 그 3점짜리 공격의 출발점이었다.

볼넷은 안타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다 안타 순위에도 보탬이 없다. 대신 타자를 아웃시키지 않고 주자로 내보내며, 다음 타자에게 득점 기회를 넘긴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이유다. 개인 기록표에서는 아쉬운 결과였을지 몰라도, 그날 KT 공격에는 가치 있는 출루였다. 팀이 이미 1위를 확정했더라도 그라운드의 한 타석에는 함께 뛰는 선수들의 경기가 걸려 있다.

최원준의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 2볼넷 1도루. KT는 삼성에 12대3으로 이겼다. 숫자만 떼어 놓으면 1번 타자가 세 차례 출루하며 팀의 대승에 힘을 보탠 경기다. 그런데 같은 기록표 옆에 방망이를 던진 장면을 놓으면, 왜 팬들이 승리에도 마냥 웃지 못했는지 이해된다.

장성우의 질책과 최원준의 사과

KT의 베테랑 장성우는 이닝이 끝난 뒤 선수들을 모아 개인 기록에 치우친 태도를 질책했다. 한 명의 타석 결과를 넘어 팀 분위기에 관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특히 함께 경기하는 동료 앞에서 볼넷을 실패처럼 받아들이는 몸짓은, 그 출루를 득점으로 이어가야 할 다음 타자들에게도 좋게 보이기 어렵다.

볼보이에게 장비를 거칠게 건넨 일은 별도로 봐야 한다. 안타 경쟁의 압박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장비를 챙기러 온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낸 행동까지 가볍게 만들지는 못한다. 최원준은 경기 후 볼보이를 직접 찾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고, 다음 날 공개한 사과문에서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사과는 필요한 첫걸음이었다. 팬들이 이후의 태도까지 지켜보려는 것도 자연스럽다.

최종 안타 수가 보여준 두 가지 이야기

10월 11일 경기를 마친 최원준의 안타는 205개, 레이예스는 207개였다. 시즌 최종전까지 마친 결과는 레이예스 211안타, 최원준 208안타. KBO 발표에 따르면 한 시즌에 두 선수가 함께 200안타를 넘긴 것은 리그 최초였다. 레이예스는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썼고, 최원준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안타를 기록했다.

그래서 그날의 볼넷을 안타왕 경쟁의 승패를 가른 한 장면처럼 말할 수는 없다. 최종 차이는 3개였고, 두 선수에게는 다른 타석들도 있었다. 최원준의 208안타와 KT의 정규시즌 1위에 보탠 활약 역시 방망이를 던진 한순간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동시에 뛰어난 성적이 그 행동을 없던 일로 만들지도 않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볼넷의 두 얼굴을 본다. 기록 경쟁 중인 타자에게는 놓친 안타 기회였고, 팀에는 3점 홈런으로 이어진 출루였다. 숫자 뒤의 이야기를 보려면 둘 다 읽어야 한다. 다만 그 이야기에 볼보이와 동료도 있다는 사실까지 기억할 때, 기록을 향한 승부욕이 더 설득력 있게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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