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덴마크 오픈 결승을 다시 보니 점수보다 역전 과정이 남았다

얼마 전 안세영의 덴마크 오픈 결승 점수를 다시 봤는데, 2대1 승리보다 눈에 들어온 건 경기 중간의 숫자였다. 2게임에서는 11대13, 3게임에서는 5대11로 뒤졌다.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첫 게임까지 내준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번 모두 흐름을 뒤집었다. 2026년 대회 우승을 이야기할 때 최종 점수인 21대23, 21대14, 21대18만 적기에는 아까운 이유다.
첫 게임을 내주고도 경기는 무너지지 않았다
10월 18일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였다.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였다고 해도 편하게 볼 대진은 아니었다. 야마구치는 코트 곳곳으로 셔틀을 보내며 긴 랠리를 버티는 선수다. 한 포인트를 따내는 데 드는 힘이 만만치 않다.
첫 게임에서 안세영은 4대6으로 뒤지다가 6점을 연속으로 따냈다. 주도권을 잡은 듯했지만 야마구치가 18대18까지 따라왔고, 듀스 끝에 23대21로 게임을 가져갔다. 접전의 끝에서 실점한 장면은 아쉬웠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볼 건 첫 게임 전체를 밀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나갈 힘은 있었고, 그 흐름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남은 두 게임에서 바꿔야 할 지점도 그만큼 분명해졌다.
11대13에서 나온 7연속 득점
두 번째 게임도 중반까지는 야마구치가 13대11로 앞섰다. 승부가 기운 건 그다음이다. 안세영이 7점을 연달아 따내며 18대13으로 뒤집었다. 이후 야마구치에게 허용한 점수는 단 1점. 21대14로 게임을 끝냈다.
배드민턴에서 7연속 득점은 단순한 점수 차 이상이다. 상대가 다음 한 점으로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부담을 지는 동안, 앞선 선수는 같은 리듬으로 서브와 리시브를 이어갈 수 있다. 이 구간은 안세영이 첫 게임의 아쉬움을 오래 끌고 가지 않았다는 걸 점수로 보여준다. 물론 득점의 원인을 몇 장면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11대13으로 밀리던 게임이 18대13에서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3게임 5대11이 이 결승을 기억하게 한다
마지막 게임 초반에는 야마구치가 다시 앞섰다. 안세영은 5대11로 뒤진 채 코트를 바꿨다. 경기 도중 오른발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 상태를 확인받기도 했다. 이 장면만 보고 몸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점수와 상황을 함께 놓고 보면 우승까지의 길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안세영은 5대11을 16대12로 바꿨다. 그 사이에만 11점을 따고 1점을 내준 셈이다. 야마구치도 이후 다시 따라붙었지만, 안세영이 21대18로 마지막 게임을 가져왔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 번의 역전은 기세로 설명할 수도 있다. 2게임과 3게임에서 모두 뒤진 흐름을 돌린 건 경기 후반에도 점수를 쌓아갈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두 번째 덴마크 오픈 우승에 붙은 기록들
이 승리로 안세영은 2025년에 이어 덴마크 오픈 여자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결승은 왕즈이를 상대로 21대5, 24대22로 이겼다. 첫 게임을 크게 앞선 뒤 두 번째 게임의 접전을 끝낸 2025년과, 첫 게임을 내주고 마지막 게임의 큰 점수 차까지 뒤집은 2026년은 우승에 이르는 모양이 꽤 달랐다. 같은 대회 연속 우승이라도 두 결승을 나란히 보면 선수의 강점이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보도 기준으로 이번 우승은 안세영의 2026년 국제대회 아홉 번째 정상이다. 덴마크 오픈 결승 직후 시즌 전적은 61승 1패였고, 야마구치를 상대로는 10연승을 이어갔다. 한 시즌의 높은 승률도 놀랍지만, 내게 더 오래 남는 건 3게임의 5대11이다. 숫자는 우승자를 기록하고, 그 숫자가 바뀐 과정은 왜 이 경기를 다시 보게 되는지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