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8억 세금 폭탄을 보고 이적 기록을 다시 읽었다

김영권의 2018년 독일전 골 장면을 다시 보다가, 최근엔 그의 이름 옆에 붙은 ‘8억’이라는 숫자에서 눈이 멈췄다. 경기 기록을 볼 때는 득점이 나온 시각과 그전의 흐름을 같이 보게 된다. 이번 세금 사건도 비슷했다. 어느 해에 어느 나라에서 뛰었는지를 따라가야 금액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뒤 생긴 8억여 원
김영권은 2012년 6월부터 2018년 말까지 중국 광저우 헝다에서 뛰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일본 감바 오사카 소속이었다. 세금 다툼은 바로 이 이적 시점에 걸쳐 있다. 2018년 중국에 낸 세금 중 국내 소득세에서 공제받지 못한 금액이 약 6억502만 원 남았고, 김영권 측은 이를 일본 활동 시기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반영했다.
울산세무서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공제 세액을 일본 소득에 대한 공제 계산에 합칠 수 없다고 봤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개년분에 대해 가산세를 포함한 약 8억3083만 원을 추가로 고지했다. 흔히 말하는 ‘김영권 8억 세금 폭탄’의 8억은 해외에서 번 돈의 액수도, 중국에서 남은 공제액도 아니다. 국내에서 추가로 부과된 세금의 총액이다.
두 금액을 구분하면 사건의 흐름이 보인다. 약 6억502만 원은 공제 처리를 두고 다툰 중국 납부 세액이고, 약 8억3083만 원은 세무당국이 다시 계산해 고지한 3년치 추가 세액이다.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보도마다 사건이 다른 것은 아니다.
이월할 수 있어도 나라별 한도는 남는다
해외에서 소득을 얻고 현지에 세금을 냈다면 한국 세금을 계산할 때 그 금액을 일정 한도 안에서 공제할 수 있다. 같은 소득에 세금이 겹치는 부담을 조정하는 외국납부세액공제다. 한도를 넘겨 그해에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이후 과세기간으로 넘기는 방식도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김영권 측의 신고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이 본 것은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는가’만이 아니었다. 그 세액이 어느 나라에서 생겼는지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가별 공제 한도가 이월된 세액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 낸 세금의 미공제분을 일본에서 발생한 소득의 공제 한도에 합쳐 계산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영권 측은 중국과 일본에서 뛴 시기가 서로 다르므로, 둘 이상의 국가에 국외 사업장이 있을 때 국가별로 계산한다는 규정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나라의 활동이 같은 해에 겹쳐야만 그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2018년 광저우, 2019년 감바 오사카라는 선수 생활의 순서가 세금 계산에서 두 나라를 하나로 묶어 주지는 못한 셈이다.
일본에서 뛰던 3년, 거주지는 어디였나
또 하나의 쟁점은 국내 거주자 여부였다. 김영권 측은 일본에서 활동하던 2019~2021년에 한국 거주자로 볼 수 없다고 다퉜다. 선수의 소속팀과 경기장이 일본에 있었으니, 팬 입장에서도 먼저 떠올릴 만한 질문이다.
법원은 소속팀의 위치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 머물 수 있는 집이 있었던 점을 놓고 가족관계와 경제활동을 함께 봤다. 일본에서 얻은 소득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했고, 국내에서 가족과 생활하며 임대업과 축구교육 관련 활동도 했다는 사정이 판단에 반영됐다. 대법원은 김영권을 해당 기간 한국 거주자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축구 기록표에는 ‘감바 오사카 2019~2021’이라고 적히지만, 세법이 묻는 생활의 중심은 한 줄짜리 소속팀 이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수가 어디서 뛰었는지와 어디에 생활 기반을 뒀는지는 서로 다른 기록이다.
득점 장면 밖에도 이어지는 선수의 기록
김영권을 떠올리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 빠지기 어렵다. FIFA 경기 기록상 그는 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넣었고, 한국은 독일을 2대0으로 이겼다. 그때 김영권의 소속팀은 중국 광저우였다. 이번 세금 다툼의 출발점인 2018년과 팬들이 오래 기억하는 골의 해가 겹친다.
국내 복귀 후 기록도 선명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김영권은 울산의 2023년 K리그1 우승 시즌에 32경기에 나섰고, 패스 2268개를 기록하며 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수비수의 득점보다 빌드업과 경기 운영이 돋보였던 시즌이다. 독일전의 한 골과 울산에서 쌓은 수많은 패스 사이에는 중국, 일본, 한국을 거친 긴 커리어가 있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김영권의 상고를 기각했고, 추가 과세 처분은 유지됐다. 이 사건을 두고 경기력과 세금 문제를 한데 섞어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선수의 이적 연표를 다시 펼쳐 보니, 나라가 바뀌는 순간마다 경기 기록 밖의 계산도 이어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팬에게 익숙한 소속팀 세 줄이, 이번에는 8억여 원의 차이를 설명하는 시간표가 됐다.
